• [칼린풍자쇼] 불의 죄책감2020.01.09 PM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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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죄책감

 

 

전에 우리 집 가스레인지 고장 났다고 했었나? ...맞아. 켜질 생각을 안 합니다! 화로가 4개면 뭐 해. 불이 올라오는 곳은 1군데 밖에 없는데. 맘 같아선 당장 뜯어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엄연히 주인아주머니 재산이니까요. 크흑. 셋방살이 설움이 이렇게 폭발하는구나!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가족들 모두 한 제품을 열렬히 주시하고 있었어. 바로 인덕션! 하이라이트! ...이 두 단어가 생소한 가스레인지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둘 다 전기로 끓이는 건 똑같습니다. 둘의 차이를 알려면 그 위에 당신의 거시기를 올려놓으면 됩니다. 인덕션은 아무 감각 없지만, 하이라이트는 고추 바사삭!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구동방식 때문이야. 먼저, 인덕션은 전자석을 이용해. 마치 X맨의 마그네토처럼 자기장을 이용해 쇠붙이를 뜨겁게 만드는 거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나 문과라고! 크흠.

 

요 방식은 극명한 장점이자 단점을 가지는데, 우선 장점! 자성이 없는 물건은 불날 걱정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우리 소중이, 눈알, 불알, , , , 고양이가 올라가도 아무렇지 않지. 오직 자석 딱 달라붙는 냄비, 그릇, 철판만 부글부글 끓는 거야. 키야, 안전하고 좋네!

 

그런데 문제는 모든 냄비가 자성을 띄는 건 아니라는 거죠. 상당수의 냄비, 프라이팬 소재가 알루미늄이거든. 자석이 붙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인의 뚝배기는 더더욱 붙지 않죠. 인덕션에선 뚝배기 장맛을 볼 수 없어. 크흑. 이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선 광고를 잘 살펴봐야 돼. 인덕션용인지, 아닌지.

 

다음은 하이라이트! 이건 아주 단순합니다. 그야말로 전기난로야. 시뻘건 열선이 밑에 도사리고 있어. 열기가 푹푹 올라와. 이 방식은 냄비고, 당신의 불알이고 가리지 않습니다. 사타구니 올리는 순간 쌍방울 반숙구이!

 

뉴스에서도 봤을 거야. 전기레인지로 인한 화재사건. 범인은 고양이! 가스레인지는 레버를 확 돌려야 켜지지만, 전기레인지는 버튼 뚜 누르면 바로 작동하니까, 손 없는 고양이도 쉽게 켤 수 있지. 그런데 여기서 잠깐! 언론에선 뭉뚱그려 인덕션 탓을 하는데, 방금 내 명강의 들은 여러분은 눈치 채셨죠? ..인덕션은 나가 있어! 진범은 하이라이트!

 

하긴 둘을 같이 묶어서 파는 경우가 많아서 어떻게 따로 떼어낼 수도 없어. 인덕션과 하이라이트의 짬뽕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한다! 그러니 집에 고양이 키우는 분이라면 100% 인덕션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나라면 완전 인덕션으로 간다. 에너지효율도 인덕션이 제일 좋아. 냄비가 문젠데....아잇! 이참에 싹 바꿔버렷! 요즘은 인덕션용 뚝배기도 있다고!

 

아무튼. 인덕션 지른 이야기 꺼내려다 설명만 엄청 늘어놨네. (찰싹!) 어쨌거나 결국 질렀어! 제일 싼 1구짜리로. 엄마가 얼마나 기대했다고. 드디어 엘레강스하게 전기로 삼겹살 구워먹는 건가 하고 말야. 나도 기대했지. 이제 맘 놓고 라면 끓여먹을 수 있겠다! 신난다!

 

그런데 이 기대는 스위치를 켜는 순간 와르르 무너졌어. 생각지도 못한 마하의 장벽이 존재했걸랑. 바로 소음! 무슨 컴퓨터 쿨링팬 돌아가는 거 마냥 붕붕붕 지르기 시작하는데, 아주 확 마! 집어 던지고 싶었습니다! 끄으윽! 내가 이거 하나 지르자고 리뷰 훑어본 게 얼만데! 이렇게 중요한 부분을 놓치다니! ...냄비와 인덕션 사이 열기를 빼기 위해서 팬이 돌아가나 봐. 이 말은 뭐냐? 인덕션을 꺼도 최소 30초는 팬이 돌아갑니다. 뿌앙뿌! 잔열 빼내려고. 호메시!

 

문제는 이것만이 아냐. 가스레인지에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웍질을 못합니다. 중국집 요리사가 냄비 팍팍 올려쳐가며 뒤집는 거 있죠? 그걸 못해. 처음엔 집구석 인간이 무슨 웍질을 할까 했는데, 호우, 생각보다 많이 합니다! 여러분은 안 하는 거 같죠? 천만에! 무의식중에 하고 있을 걸? 계란 프라이 할 때도 균형 맞추느라 탁탁! 볶음밥 할 때도 탁탁!

 

인덕션의 가장 큰 단점은 냄비를 가리는 것이다. .아니! 소음과 웍질이야말로 더 빡치는 부분입니다! 이건 우리 엄마도 인정한 부분이니까 반박불가. 크흠. 결국 산지 이틀 만에 쌀포대 받침대가 돼버렸어.

 

이런 일을 겪고 나니까 이제 신문물을 받아들이기 두려워. 예전 같으면 지르고 볼 물건도 이젠 보수파야. 가령 순간 전기 온수기, ..머리 잠깐 감는다고 가스보일러 틀면 얼마나 아까워. 뜨거운 물 뽑으려면 찬물 틀고 있어야 되고, 아까우니 그 물로 화장실 청소하고, 그렇게 쫄쫄 뜨신 물 나오기 시작하면 후다닥 씻는다 해도 파이프에는 뜨거운 물이 가득 차 있고. 이 낭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정말 딱인 제품인데, 크흠. 비평이 너무 많아서 말야. ..전기를 에어컨보다 더 잡아먹는다. 멀티탭에 꼽으면 녹아내릴 수준이다. 그런데도 물을 조금만 세게 틀면 온수가 안 나온다. 이걸로 샤워까지 하려면 최소 50리터 탱크 달린 녀석으로 사야 한다. 결정적으로 피카츄 100만 볼트! 감전의 우려가 있다....에잇! 안 사! 내가 가스보일러 쓰고 만다!

 

인공지능과 폭격드론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여전히 가스레인지, 가스보일러를 찾는 모습. 내가 구식인거야? 아니면 기술발전이 덜 돼서야? ..모르겠어. 여러분은 어때? .........하핫. 분명한 건, 삼성이 갤럭시 만들 노력에 10분의 1만 이 분야에 투자했어도. 지금 우린 더 조용하고, 깨끗하고, 에너지효율 좋은 화로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을까? 아참, 가전은 LG!

 

빨리 오면 좋겠어. 우릴 따뜻하게 밝혀주면서도 호주 산불은 일으키지 않는 화로를 쓸 날이. 흐음. 그런 의미에서!

 

인덕션에 끓인 라면 먹고 가실 분? 보일러는 틀지 않아요. 서로의 체온으로 충분하죠.

댓글 : 2 개
하이라이트만 ㅄ 인줄 알았는데 인덕션도 ㅄ이었군요. 아... 그냥 까스레인지 쓰고 싶다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인덕션에 적응하면 쉽게 쓸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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