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드리고 싶은 제사상2020.01.25 PM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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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고 싶은 제사상

 

 

키야, 설날에도 내 쇼를 보러 와 주다니, 여러분은 정말 대단해. 사랑스러워! 그러나 한편 걱정도 돼. ..만날 가족이 없구나? 어흠. (찰싹!)

 

아무렴 어때. 우리 친가는 제사 안 한지 꽤 됐어. 할머니 돌아가신 후로 완전 끝났지. 큰 삼촌, 작은 삼촌, 큰 집이고 교류가 끊겼어. 코호호. 어쩌다 집안 분위기 다 까발렸네? , 이건 아빠와 삼촌들 일이니 내가 상관할 필요 있나. 오히려 잘 됐어. 어색한 만남 사라지니 얼마나 편해. 단지 세뱃돈은 아쉽지만.

 

대신 외가는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간소화 중이야. 이번에도 산적하고 튀김 몇 개 한 것이 전부. 생선, 떡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그나마 고기반찬도 마트에서 양념 다 된 걸로 퉁 쳤지. ! 그러고 보니 오늘 떡국도 안 먹었네? !

 

, 괜찮아. 나이 먹기도 이제 싫은데 잘 됐지 뭐. 그리고 이건 우리끼리 비밀인데, 오히려 마트표 반찬이 올라온 후로 맛이 더 좋아졌어. 아항, 예전에 질기고 짰던 산적이 아냐. 단짠이 팍팍 가미된 아주 보들보들한 산적! 이것이 자본주의 맛이로구나!

 

중앙일보 칼럼에서 이런 질문을 했더군. 사 먹는 전이 왜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보다 맛있을까요? ...정답은요! 파는 것이 더 정성 들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 돈 받았으니까! 호오. 그럴 듯 해. 이제 앞으로 엄마랑 외숙모들이 전 붙일 때마다 통장잔고를 털어야 할까?

 

그러나 이걸 돈 문제로 치부하기엔 뭔가 부족해. 해석에 따라선 정말 비참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가족의 사랑보다 돈이 최고시다! 이런! 어머니! 어머니는 시장표 고구마튀김보다 우릴 사랑하지 않으시나요? (찰싹!)

 

한평생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 풀이하자면, 이건 돈이나 정성의 문제가 아냐. 문제는 입맛을 쫓아오지 못한 요리법! 이를테면 산적 봐봐. 내가 한두 번 건의 한 게 아냐. 제발 질기고 짜기만 한 산적 말고, 양념통닭으로 합시다! 통닭이 너무 급진적이라면 적어도 돼지고기를 수비드로 살살 조린 스테이크로 합시다! ! ...결과는 다 불허! 등짝 스매쉬!

 

튀김은 어떻고. 제발 튀김가루로 하자고 해도 엄마는 밀가루를 고집해. 이유를 물어보지만 답을 안 해줘. 아오! .,두 번 튀기면 더 바삭바삭 하다고 해도 무조건 원샷 원튀김! 보다 못한 내가 젓가락 들고 근처 어슬렁거리면 크리티컬 작렬하지. ..튀길 시간에 공부나 해 이것아! 언제 취직 할래! ! 언제! ..크흠. 불효자는 웁니다.

 

엄마 자존심을 건드려서 그런가? 요리의 요자도 유튜브로 배운 아들이 옆에서 시시콜콜 참견해서? ...호오. 엄마! 그래도 푹 삶다 못 해 맛이 간 도라지는 너무했어요! 내가 나물은 따로 삶아야 각자 풍미를 잃지 않는다고 얼마나 쫑알거렸어요! ! .....? 엄마가 화내는 게 당연해? 그만 옆에서 닦달하라고? ....알았어.

 

아잇, 나도 뭐 태클 걸고 싶어서 그런 가. 엄마 요리 실력 향상을 위해서! ! 조금이라도 맛있게 제사음식 먹기 위해서지. ..난 알아. 엄마가 마지막 세대라는 걸. 제사음식은 이제 끝이야. 적어도 우리 집에선 말이지. 그러니 조금이라도 맛있게 먹어야 하지 않겠어?

 

갑자기 할머니가 생각나네. 할머닌 뭐랄까...정말 제사상에 정성을 갈아 넣으셨어. 명절이다, 제사다, 남들이 다 하니까, 이런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성! ..할아버지를 위해 차린 음식이니 뭐 하나 소홀히 넘어갈 수 있나. 없는 주머니 사정에도 과일은 제일 좋은 걸로 쓰셨지.

 

절을 올릴 때면 눈물 흘리셨어. 할아버지한테 간곡히 부탁하면서. 우리 집안 잘 되게 해 주소. 우리 손자 시험 보는데 잘 보게 해 주소. ..그 날이 설이든, 추석이든, 할아버지 제사든 상관없이. 어느 때가 됐든 제사상은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만나는 상이었으니까.

 

워호. 까딱 잘못하다간 기분 좋은 설에 분위기 심해로 가겠다. 분위기 반전으로! 그래서 할머니 기도 빨이 먹혔냐? 그건 비밀! 할머니가 더 오래 사셨으면 내가 취직했을지도 모르지. 캬하하. 농담!

 

그런 의미에서, 드리지 못했던 내 정성을 지금이라도 드려볼까! 먹기 좋으시라고 카스테라를 가져왔지. 하하하! 왕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이렇게 3조각.. 아차! 한 조각 더 잘라야 돼! 우리 하얀 치와와를 빼먹을 뻔 했네. 큰 눈망울에 꼬리는 이미 헬리콥터가 됐어. 4조각. 맛있게 드세요!

 

후우. 이제야 제대로 설 보낸 거 같아! 여러분도 진심으로 제사상 올려 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니까! ...? 가족 없다고? 에이, 가족 아니더라도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면 오케이지. 이마저도 없으면 역사책 펼쳐.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정약용 선생! 자기 인생에 고마운 분들 있잖아. 그래도 없다? ...그럼 지혜와 용기의 여신 아테나님을 기리십시오.

 

아무튼. 뭔 얘기하다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거야? 커헉. 안 그래도 산만하다는 지적 많았는데. 어휴. 이 못 말릴 녀석.(찰싹!) 봐 줘. 설이잖아!

 

까치 까치 설날은~ 유해조류!

 

 

 

사 먹는 전이 더 맛있는 이유 : https://news.joins.com/article/23686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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