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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후진 드리프트2020.02.04 PM 11:20
후진 드리프트
이젠 말할 때가 왔어. 펭수 배는 이제 그만. 횬다이 팰리세이드 내리막 드리프트! 캬하하.
남들 한창 떠들 땐 자고로 한발 뺀 다음 보는 것이 안전빵이지. 특히 이번같이 양쪽 입장이 엎치락뒤치락 할 땐 더더욱. 그럼, 어디 사건의 추이를 정리해 보실까!
난 이 사건 처음 접했을 땐 전적으로 현대 잘못인 줄 알았어. 브레이크 안 듣는 차라니 맙소사. 급발진에 이어 이젠 노브레이크인가! 그런데 인터넷 여론을 들어보니 살짝 이상한 거야. 이건 운전자 실수다! 호오...
그래서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찾아봤지. 그랬더니 이거이거 운전미숙 향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내리막에서 후진기어를 넣고 있었어. 후진? 게임에서야 후진 넣으면 그대로 뒤로 가겠지만 현실은 다르지. 중력을 버틸 수가 없다!
본격적인 다운힐 드리프트가 시작되는데 차에서 경고를 보내기 시작해. ..휴먼! 지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후진기어를 넣었는데 차는 앞으로 굴러가! ..장비를 정지합니다. 띠링.. 인지부조화에 걸린 자동차는 시동을 꺼버렸어. 쿵하는 소리와 함께.
자, 여기까지 봤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어? ...그래! 달리 뭐 할 일 있나. 다시 시동 걸어야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운전자는 이 사실을 몰랐던 거 같아. 그대로 내리막 질주를 계속 했거든. ...왜죠? ...모르겠어. 별별 상황을 다 상상해 봤지만 모르겠다고! 혹시 기름 아끼려 내리막 탄력주행? ...아니면 김 여사라서? (찰싹!) 죄송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인데, 브레이크가 먹질 않습니다. 왜? 이걸 설명하려면 잠깐 자동차 상식이 필요해. 우리가 흔히 타는 자동차는 유압브레이크를 사용하는데, 이 기름기 가득 먹은 실린더를 사람 힘으로만 밟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거든. 엔진이 돌아가며 만든 흡기압력을 부스터로 이용해야 팍팍 밟히지. 만약 부스터 게이지 다 떨어졌다? 안 밟혀. 마치 파워 스티어링 없이 핸들 돌리는 것처럼 ...응? 파워핸들이 뭐냐고? 어...자동차 얘기로 빠지면 안 되는데 크흠.
운전 해 본 적 없는 분이라도 핸들은 한번 잡아봤을 거야. 그치?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시동 안 걸린 차에서 붕붕카 놀이는 해 보지 않았어? 아항? 그때 핸들 잘 돌아갔어? ...그럼! 안 돌아가. 뻑뻑함이 말도 못해. 최소 3대 300은 쳐야 돌릴 수 있는 무게! 이걸 슥삭슥삭 돌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빠월! 핸들. 엔진의 힘으로 너님의 근력을 돕는다.
아무튼. 간신히 남아있던 브레이크 게이지 다 사용한 후에는 공포의 시간만 남았어. 1880KG의 팰리세이드가 도로를 질주하오. 크흑. 와장창! 다행히 운전자와 가족은 무사해. 불행 중 다행이랄까? 1막 끝!
이쯤에서 생각이 바뀌었어. 내 인생 최초로 현대 편을 들고 싶은 거야! ..내리막에서 후진기어 놓고 갔다? 그럴 수 있지. ..경고음, 경고등 못 봤다? ..그, 그럴 수 있어. ..시동 꺼졌는데 몰랐다, 그 상태로 내리막 탔다? 이건 안 돼! 목구멍 사이로 그 성차별적 단어가 꾸역꾸역 올라오는 걸 간신히 참고 있다고! 어!
..그런데 내 옹졸한 생각에 깨우침을 준 영상이 떴으니, 바로 자동차 대가 박병일 명장님! ..운전자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시동이 꺼지면 안 되죠! 브레이크가 안 먹는데! 그리고 이어지는 외쿡산 자동차와의 비교실험! 이야, GM 말리부 떡상했어.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 작동! 마지막엔 현대 까기로 완벽한 마무리. 브라보.
맞아. 내가 뭔 짓을 하던 자동차가 장비를 정지하면 안 되지. 그것도 생명과 직결되는 브레이크가 걸려있는데. 역시 현대는 멀었어! ..이렇게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가하고 있는데, 또 반전시나리오가 걸리네? ...브레이크, 영혼을 다해 밟으면 밟을 수 있습니다! 시동 꺼져도!
이건 뭐 절름발이가 범인이야! 보는 것도 아니고 정말 왔다갔다 줄타기가 스파이더맨 급이야. 후우. 그래, 밟기 힘들다는 거지, 안 밟히는 건 아니거든. 다리 분질러진다는 각오로 내리누르면 차를 세울 수 있어. 그러니 뭐다? 브레이크 죽을힘을 다해 안 밟은 운전자 잘못이다. 라는 갓리적 의심이 가능해. 물론 황천길 앞두고 이런 대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지만. 크흠.
여기에 더해, 소위 잘나간다는 외국차들도 경사 심한 곳에선 시동 꺼진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나왔지. 전기차, 하이브리드 외에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정적으로 운전자 선생께서 무리수를 뒀으니! ..3억 배상하라우! GV80은 덤으로! 그리고 멍청한 현대 엔지니어와 최고담당자는 뽜이아! ... 헐, 아무리 열 받았다 해도, 불경기에 해고는 너무하지 않아? 게다가 이런 요구를 SNS에 올렸어. ㅋㅋㅋ 섞어 가며. 오갓,
훗, 역시 대기업 횬다이의 승리인가? ...아니! 이렇게까지 둘다 치고받으면 결론은 하나지. 둘 다 잘못했다! 운전 미숙, 아니 부주의 했던 운전자도 잘못이고! 그럼에도 안전장치 마련하지 못한 현대도 잘못! 정반 합의!
아무튼. 이번 일로 많이 배웠어. ..버튼식 기어,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쵸큼 거시기하다. 역시 아날로그 감성 묵직한 가운데 기둥이 최고! 응? ..그리고 시동 꺼졌을 때를 대비해서 다리 힘을 기르자. 어라, 이게 아닌데.
더 큰 가르침은 SNS 대응력이었어. SNS는 뭐다? 인생의 낭비다.(찰싹!)..퍼거슨, 당신이 그립습니다.. 어쨌든, 운전자 분이 배려하는 마음, 순수함, 가련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적절히 지켰다면 결과가 더 좋았겠지? ...그래, 3억이 뭐야, 10억을 받았습니다. 호메시!
그래서 오늘 결론은요! ..안전하고 경제적인 대중교통을 이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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