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백수를 위한 근로자의 날2020.05.01 PM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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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를 위한 근로자의 날

 

 

오늘이 근로자의 날이라지? 근로자의 날이라... 질문! 근로자 범위가 어디까지야? 대기업 화이트칼라도 포함? 아니면 쇳소리, 석면가루 먹어가며 쿵짝쿵짝 프레스기 돌려가는 노동자만? 헷갈린다니까.

 

그래서 찾아봤지. 근로자란? 열심히 일하는 사람. 그럼 노동자란? 노동력을 제공하여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호오. 비슷하면서도 달라. 뜻만 보면 근로자가 더 상위 개념이야. 근데 쪽수는 노동자가 더 많을 것 같단 말이지. 아항? 아니, 세상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어딨냐! 그게 자기 일 아니고서야. 회장님 타이틀 정도는 달아야 목숨 걸고 일한다고. 잠을 줄여가며, 일해라 어서!

 

세계적으로 보면 노동자의 날이 맞아. 영어로 Labor Day. Labor는 다이나믹 로동! 188651일 미쿡에서, 이 따위 대접받고 일 못 하겠다 투쟁한 사건을 기념한 것이 이어진 거래. 최대쟁점은 노동시간이었지. 당시 부려먹기를 마치 지금 우리나라 잔업 시키듯이 시켰나 봐.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들고일어나 쟁취한 것이 바로 하루 노동 8시간!

 

아무튼. 노동. 인정해. 난 제대로 된 노동을 해 본 적이 없어. 롯데리아에서 패티 굽기, 전단지 뿌리기, 노가다 정도가 다지. 그래서 기계처럼 돌아가는 공장상황을 몰라. 다만..아빠가 현대자동차 하청에 하청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아잇! 개인사 타임이니 듣기 싫은 분은 나가셔도 좋아.. (입장료 반환 안 되죠?..) 오케이! 빨리 꺼져.

 

... 프레스기가 떨어졌어. 아버지 왼손 중지 끝이 뭉개졌지. 손톱 절반만 날아갔으니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그때 처음 알았어. 피부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단 부위 피부를 끌어오기 위해 허벅지 살을 쓰고, 아물 때까지 엄지손가락을 옆에 붙이고 있어야 했거든.

 

회사는 책임지지 않았어. 그냥 아름아름 미안하다고만 했지. 조사관이 나왔을 땐 개인 부주의다. . ..원인은 기계야.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오래된 프레스기. 그러나 알잖아. 솔직히 말하면 세상에서 버티지 못한다는 거. 아빤 솔직할 수 없었어. 날 위해서라도.

 

난 그때도 지금처럼 부모님 등골 쪽쪽 빨고 있었지. 이 미운 것을 위해서 억울함도 다 감내하셨건만, ... 그저 걱정만 했어. 아빠 병원비 어쩌지, 일 계속 못하면 어쩌지. 그럼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게임기도 못 사고, 놀러 가지도 못할 텐데 하고 말야. ..TV에 나오는 싸가지 없는 호루라기는 멀리 있지 않았어. 사람을 돈 벌어오는 기계로 취급하는 놈. ..그게 나야.

 

지금은 그나마 겉으로는, 머리로나마 아빠를 아빠로 생각해. 미안하고, 괜히 걱정되고, 고혈압 약 안 먹는다고 하면 겁부터 나고. 자식으로서 죄송하고..그래. 워워. 미안! 개인사는 여기까지! 퇴장한 분 다시 들어와도 좋습니다. 분위기 전환 비트!

 

...는 잠깐. 미안한데, 한 번 더 무서운 얘길 해야겠어. 이건 개인사 아냐. 들어도 좋아. 크흠. 교수님 중에, 정확히는 시간강사지만, 아주 레프트한 분이 계셨어. 나랑 죽이 정말 잘 맞더라고. 일단 미혼 여성이야! 이거 하나로 게임 끝이지! 전공은 역사. 그 중에서도 고려사. 예야. 고려가 한 성생활 한 국가잖아. ...아쉽게 교수님과 나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지만. 끄흑.

 

여하튼. 강의 중간 중간 노동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 이를테면 안치환.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안치환이고, 노동운동도 많이 했다네? 호오. 안치환이 그런 가수였어? 정치색 뚜렷한? ..난 그때 처음 알았어. 그러면서 한탄을 하시는 거야. 우리나라 노동자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우리 안치환 오빠 왔는데, 앞에선 술 먹고, 깽판치고, 빨리 들어가라 하고, 뽕짝을 틀어달라고 하지 않나. ..코호호. ...? 나이 많으신 것도 아냐. 서른 후반? 가장 여자가 아름다울 때지. 켈켈켈.(찰싹!) ...죄송합니다.

 

또 하나, 박노해 시인 시를 드문드문 읽어주셨걸랑. 전투적인 시 봤어? 어휴, 윤동주빠 나로선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과격해. 특히 손무덤이란 시가 잊히지가 않아. 손무덤. 제목에서부터 삘이 오지? ..그래, 일하다 손 날아간 일을 쭉 서술해놨는데. 끄응. 시에 좆이란 단어가 나온다? ...아니! 시에 나온 말이라니까. 좆빠져라 일할 시간에! ..이걸 여교수님이 말해줬으니 얼마나 그랬겠어. ..하악하악.(찰싹!)

 

좆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 구절 때문에 잊히질 않아. 섬뜩해서. ..일 안하고 놀고 먹는 하얀 손들을 묻는다.. 프레스로 싹둑싹둑 짓짤라 원한의 눈물로 묻는다..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남을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커헉. 팔짱이라도 끼지 않으면 손 날아갈 기분이야. ..하얀 손... 백수. 끼요옷!

 

잠깐만요! 저기요! 제가 놀고먹는 백수긴 합니다. 근데요! 취업이 안 되는 걸 어떡해! 끄아앙! 울어버릴래! 이거 억울해서 살 수가 있나! ..물론 박노해 센세가 이런 뜻으로 쓴 건 아닐 거야. 난 믿어! ..밑줄 친 하얀 손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1.효도포기 취포자. 2.결혼포기 선각자. 3.인생포기 절망자. 4.삼성동 건물주. 정답은요! ...? 2번 빼고 전부 다? ! 4번이지 무슨! ...아냐? 2번 빼고 전부 다야? ...그래?... 크흠. 우울해 졌어.

 

에잇! 이래서 내가 노동을 싫어해! 근로는 더 싫고! 맑스, 레닌, 볼셰비키, 또 뭐야. 엥겔스, 박노해, 민중당이 온다 한들,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난다 한들 뭐해! 나 같은, 아니, 야너두! 위아더 백수는 싹둑싹둑 뒤져야지! ...? 백수인 걸 부끄러워하지 마! 인간이 사랑하려고 태어났지, 일하려고 태어났냐! (찰싹!) ...크흠.

 

이참에 만들자. 너 나 구분 없이. 노동자, 근로자, 자본가 구분 없이. 백수도 함께 할 수 있는 날! 이름하야 빨간 날! .., 정치인은 이 날도 일해야 해.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을 위해서 일한다는 사람은 쉴 수가 없지. 그럼! 근데 쉬었네? 어제 재난지원금이며 각종 민생안 두고도 튀었네? 84명이나! 아주 출석표가 흰색 이름으로 한가득이야.

 

! 이거구나! 하얀 손! 하얀 이름! 정답은요! ..놀고먹는 국회의원!

 

 

근로자와 노동자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961113

 

박노해. 손무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328680

댓글 : 2 개
개샛끼들...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습니다. 다음 투표 때 고려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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