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유소유2020.05.02 PM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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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유

 

 

오고야 말았어. 숨막힘이! 얼굴 광대 승천 피부가 따가운 햇빛이! 허파는 반쯤 달아오른 냄비가 됐어. 5월인데 무슨 날씨가 이래! ...라고 방구석에서 선풍기 틀며 말해봅니다. 끼요옷!

 

달력 숫자도 변하고, 기온도 변하고 하니 나도 바뀌고 싶더라고. 그런 거 있잖아. 뜬금포 코로나 여행 떠난다든지, 등산동아리서 이혼한 누님과 사귄다든지, 그녀들 공간을 지운다든지. , 11일엔 1도 다짐 없던 녀석이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이럴까.

 

아무튼. 배 까고 누워서 자기반성 하는데, 불현듯 현자타임이 온 거야. ...? 아니! 그 현자타임 말고! 진짜 현자타임! 자기반성도 진짜 자기반성! 크흠. ...뭔 말 하려 했더라. ...그래! 현자타임. ..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거, 난 뭐 하러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나!

 

2평 방안이 꽉 찼어. 우선 책! 책 중에 80%가 기술서야. 토익, 공공기관대비 NCS, 행정학, 경제학, 국어, 영어, 한국사, 면접대비, 영단어장, 그리고 펼쳐보지도 않은 므흣 일러스트집. ..소장용에 손 떼 묻힐 수 없잖아. 푸후. 다 정리해!

 

다음, CD! 빠심에 미쳐서 듣지도 못할 걸 너무 많이 질렀어. 이건 뭐 완전 소장용이야. 요즘 CD 플레이 할 수는 있나? 구시대의 유산이지! ..여기 윤하 팬 있어? ..윤아 아니라 윤하. 한 때는 사인까지 받으려 돌아다녔는데, 이젠.. 크흠. 윤하 덕질엔 돈이 2배 들어. 이 요망한 것이 일본에서도 음반을 낸단 말야! ...? 난 이렇게 말할 자격 있어! 사준 CD가 얼만데!

 

몇몇 CD는 씁쓸하기만 해. 카라. 팀은 깨지고, 하라구는... 끄응. 에잇! 이럴 줄 알았으면 신화팬 되는 건데! 걸그룹은 누가 좋을까.. 그래, 지숙이 있는 그 뭐지...레인보우! ...? 에이핑크도 오래됐다고? ..헤에? 2011년에 데뷔했어? 10년차를 바라보잖아! 덤더럼 쿵기덕 쿵덕!

 

내용물이 다른 CD도 있지. 내 생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바로 게임! ..맙소사, 책장 하나가 게임이야. 한번 깨고 하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모아놨을까. 인터넷에서 불법다운 받아도 될 것을. (찰싹!) ..그래서 최근엔 합법적으로 다운받고 있지. 아주 라이브러리가 공짜 게임으로 넘쳐나고 있어. 하지도 않는데! ...다 정리해!

 

그런데 말입니다.. 정리하려고 보니 보통 일이 아냐. 이 책장 3대 분량을 중고거래로 판다? 워호,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적당가 조사해야지, 사진 찍어야지, 상태 설명해야지, 각종 사이트에 하루 단위로 올려야지, 연락 오면 응대해야지, 깎아달라면 그때부터 피 말리는 심리전 해야지, 뽁뽁이로 감아야지, 우체국 가야지, 그리고 보내놓고도 클레임 올까봐 조마조마 해야지! .., 반품 할래요! 왜죠? 그냥요. ..끼요옷!

 

현실적 방법은 대량매입 하는 업자한테 넘기는 건데, , 완전 똥값이야! 이 분들은 덕후 향기를 인정하지 않아. 아무리 콜렉터블 레어한 물건일지라도 그 분들 눈엔 플라스틱 쪼가리. 이 방법으론 절대 제값 못 받지. , 서로 편하자고 하는 거니 만 원, 이만 원 깎는 정도야 이해할 수 있어. 근데 25만 원 짜릴 천원에 달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니오! ...? 뭐가 그렇게 비싸냐고? ..쨔잔! 대항해시대4! 박스까지 완벽 보관! 이게 에디션 별로 표지가 살짝 달라요. 둘 다 가지고 있지롱! ...알았어. 덕후 냄새 그만 풍길게. 오덕오덕.

 

에휴. 정리는 개뿔! 그냥 두고 말지! 귀찮아서라도 못 하겠다! 그래! 내가 이거 신경 쓸 필요 없잖아? 뒤지면 알아서 없어질 거. 아항? 나라님이 다 처분해 주실 거야. 쉽덕 홀아비 국가 장례 치르며. 코호호.

 

게다가 말야, 정리하려는 마음, 여기에 집착하게 돼. 이걸 뭐라고 해야 될까...무소유에 대한 집착? 맘 편하게, 가볍게 살려고 했더니,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는 상황! 비우고 싶다! 비워야 한다! 격하게 털고 싶다! 하루라도 빨리! 잠도 못 자가며 중고장터를 기웃거리지. ..이건 아냐! 그냥 복작복작 갖고 살래!

 

그렇게 마음의 평화를 얻었을 무렵.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바로 돈신님의 목소리가! 그 분 가라사대, 어리석은 중생아, 돈으로 바꾸려고 하니 번뇌가 생기는 것이다. 그건 상행위지 무소유가 아니다. 호우! ..그랬어. 난 무소유가 아니라 유소유를 원했던 거야. 그저 형태만 바꾼 소유! 카드 한 장에 들어가는 돈으로! 그래서 골 아프고, 힘 쭉쭉 빠졌던 거지. 마치 주식 단타 치는 개미 마냥. 석유에 올인한 한강 예약자 마냥. (찰싹!)

 

그럼 진정한 무소유란 무엇인가! 돈신 말씀하시길, 무료나눔! . 아무 고민 필요 없지. 가격? 전부 무료! , 택배는 착불. ..? 착불 반송하는 인간 있다고? ...에잇! 부산 달동네 집 앞까지 찾으러 오는 분에 한정! ...? 무료나눔 받고 비싸게 파는 인간 있다고? 그거야...... 알 바 있나! 오는 여자 막지 말고, 간 물건 뭐라 하지 말자. 오케이!

 

그래서 무료나눔 가나요! ...아니. 내가 왜.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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