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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TNR2020.07.12 PM 10:20
TNR
달동네를 좋아해. 편안하거든. 거기선 체면 차릴 필요도, 과장 할 필요도, 구태여 슬퍼할 필요도 없으니까. 아무도 봐주지 않는 폐가에서야 나 자신을 본다니 한편으로 씁쓸해. 그러나 그곳에서도 친구들이 있어. 무심한 고양이, 겁먹은 개, 매연을 피해 올라온 나비,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새. 멋진 까마귀, 솔개 까지. 그 순간 난 카메라 셔터를 눌러.
..오우야. 시작부터 너무 감상적으로 갔어? 에헴. 텐션 최대로! 에잇, 나도 작가 감성 좀 내봤다. 어쩔! 실제론 반죽음 상태야. 2KG짜리 플라스틱 유리알을 들고 가노라면 정말 집어 던지고 싶지. 비싸서 못 던질 뿐! ...응? 3대 500도 드는 시대에 고작 2KG으로 엄살? ..그래, 2키로 별거 아니지. 기껏 2리터 생수병 무게. 허나 그걸 6시간 동안 들고 다닌다면 어떨까? 특히 요즘같이 습기 머금은 열기가 몰아칠 때? 마스크 끼고! 앙!
아무튼. 그래도 이 고생을 하는 이유는, 어... 본전은 뽑아야 되거든. 지름신 영접하사 전 재산 털어 장비를 샀으니, 아까워서라도 나가야지. 그럼! ..흑흑. 여러분은 절대 카메라 사지 마세요. 세상에 이 보다 아까운 낭비가 없습니다!
그런데.. 꽤 재밌어. ..워호. 진짜야! 방구석 찐따가 세상 구경할 수 있는 기회! 물론 사람 하나 없는 동식물 도감이긴 하지만 말야. 켈켈켈. 아참, 최근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어. 무엇? ..까마귀는 고양이 사료를 먹는다! ...뭐야, 이 반응은. 당연하지만 생각조차 안 했잖아? 인정? ...노, 노인정? ...알았어. 여러분은 몰라도 내겐 새로운 지식이었다고!
저 덩치들이 뭘 먹고 사나 했는데 다 살 길이 있었던 거야. 한 포스 하는 녀석들이 배식소에 자리를 잡으니, 고양이 따위가 접근을 못 해. 호오. 부리로 하나씩 집어먹는데 양이 상상 이상이야. 고양이 밥그릇 다 먹으니 이젠 근처 개밥그릇까지 털어가는 공유 경제! 이걸 캣맘들은 알까? 오구 오구 예쁘다 뿌린 일용할 양식이, 실은 새들의 주식원이 된 사실을. 캬하하.
나도 고민이 깊어졌어. 알다시피 본인은 고양이 급식 반대하는 사람이야. 걔들이 아무리 귀여워봤자 도시의 무법자임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하늘다람쥐와 새들의 천적! 자연균형보다 과소가 되어도 모자랄 판에 영양공급으로 무럭무럭 키우고 있으니, 에끼! 안 될 짓! 근데 배식 없애면 새들마저 밥줄 끊길 상황이네? 이거 참.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응? 참새, 까치, 까마귀도 유해동물이라고? ...시골에선 고라니, 멧돼지와 함께 과수원 킬러들? ...몰, 몰랐지. 아잇, 내가 사는 곳은 부산! 도시 한 복판이야. 여기 새들은 농작물 뒤집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고작해야 불법 개간한 텃밭, 쓰레기통 뒤지는 착한 녀석들이라고! 크흠. ...거 대충 넘어갑시다! 고양이보단 낫잖아! (찰싹!)
워워. 이러다 고양이 혐오자로 오해받을라. 분명 말하지만, 나 고양이 좋아해. 다른 동물 좋아하는 것처럼. 다만, 인위적 보살핌은 거시기하다 이거지. 앙? 야생의 자유를 누리는 동시에 인공사료를 먹는 부귀영화를 왜 걔만 누려? ...귀여우니까? 야! 귀여움으로 치자면 박새, 참새, 조롱박이가 더 귀여워!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아니! 여기서 왜 한남이 나와! 이래서 감수성 풍부한 분들이 문제야! 아테나님의 전령, 부엉님께서 새끼 고양이 하나 잡아 뜯으면 그거 가지고, 나쁜 새끼! 불쌍한 아깽이! 아주 눈물 흘리는데, 아잇! 그럼 부엉님 새끼는 쫄쫄 굶을까? 그 아깽이가 커서 죽일 새들은!
워워. 성인지감수성 떨어지는 발언은 여기까지. ...그럼 이렇게 하자! 사료 주는 거 인정하겠어. 대신 책임지고 중성화시키기로. 아항? 수술비 다 내라는 거 아냐. 나라님이 15만원 까지 지원해 주니까 안심하시라. 저기 서울 쪽은 다산콜센터 전화 한방에 처리 해준대.
다만 여기서 너님이 좀 더 애정을 갖는다면, 땅콩뿐만 아니라 건강상태도 체크해 주면 좋겠지. 어... 이건 지갑 터셔야 돼. ...아니! 그렇게 고양이 사랑한다는 분들이 돈 이야기만 나오면 발뺌부터하실까? ...뭐? 나? 갑자기 가만히 있는 사람은 왜 끌고 들어요! 난 근본이 늑대과야! 고양이보다 새와 쥐를 사랑하는! (퍽!)
..사실 몰랐어. 이런 사업 하는지 조차. 이래봬도 부산 골목길이란 골목길 누비며 수많은 고양이 만났다 자처하는데, 중성화 된 녀석은 겨우 1마리 봤거든. 그 알지? 귀 한쪽 커팅 된, 아항? 이걸 TNR이라고 한 대. TRAP으로 잡아서 NEUTER 시키고, RETURN 한다. ..왜 난 NTR이 떠오르지? (찰싹!) 크흠. 몰라도 되는 단어야. 쉽덕들의 망상 정도로만 생각해 줘.
여하튼! ..그래, 말 꺼낸 놈부터 실천하겠어! 1마리는 반드시 시킬게! 민주공원 일대 어슬렁거리는 흰색 수컷! 난 봤어! 이 자식이 박아대는 모습을! 정사 끝에 셀프 청소 하는 장면을! 캬하하! 네놈의 붕가 라이프는 올해로 끝이다! ..잠깐! 애 몇 살이지? 길고양이 평균수명이 4년이라는데, 떼자마자 죽는 거 아냐? 어오!
...괜찮아. 이놈은 했으니까! 목표 이뤘으니까! 죽어봤자 반 총각귀신이나 되겠지! 크흑. 갑자기 슬프다 야. 생식기 멀쩡하고도 사랑 못하는 우린 뭘까? 앙? 이 빌어먹을 세상! 너도 중성화! 나도 중성화! 위 아더 중성화!
정말...친환경이잖아! 여러분 앞에 가이아 영광 있으라. 앤드 해피 월요일!
목표를 포착했다. 네놈들의 땅콩을 떼어주마.
유해야생동물 :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11&subMenu=011016&contCd=011016001
TNR이란 : https://www.animals.or.kr/campaign/cat/51075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 https://www.animal.go.kr/front/community/show.do?boardId=contents&seq=1&menuNo=4000000028
TNR 우리 동네 예산은 얼마 :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945539.html
중성화 수술 뒤 죽어가요 : https://www.asiae.co.kr/article/201904132352172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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