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좋은 판사의 조건2020.10.09 PM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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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판사의 조건

 

 

 

한글날! 소리 질러! 우리에게 일용할 휴식과(찰싹!) .. 우주 최강 문자를 물려주신 킹 세종과 기타 창제에 참여한 모든 분들, 그리고 시대와 시대를 거쳐 우리글을 지켜와 주신 조상님 향해! 고맙습니다! ..근데 방금 전 너무 한자틱 하지 않았어? 일용, 휴식, 우주, 최강, 문자, , 기타, 창제, 참여, 시대, 조상!

 

, 내가 한자어 혐오주의자는 아냐. 오히려 우리말 풍부하게 해 주는 한 요소라 생각하지. 단지, 이왕이면 순 우리말을 쓰고 싶어. ? ..느낌 있으니까!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잖아. ..후우, 근데 너무 어려워. 문장 하나 내뱉어도 한자어에 피동형에 외래어 천지야. 아잇! 의식하니 더 쓰게 되네!

 

다행인건 이 정도야 대한민국 국민이면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 마쳤으면 이 정도는 눈감고 이해할 수 있잖아? 그치? ...크흠. 그런 줄로 알겠어.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세계 으뜸 학구열 가진 국민들도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어. 분명 같은 한국인이 사용하는 말임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경우, 바로 법률용어!

 

법이 뭐야? 만인이 서로 합의한 규칙이잖아? 그런데 이놈의 법원 대화는 자국민도 알아먹을 수 없으니 어쩌라는 거야! 예시 하나 들게. 해석 가능한지 봐봐. ..도로점용허가의 점용기간은 행정행위의 본질적 요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어서, 부관인 점용기간을 정함에 있어서 위법사유가 있다면 이로써 도로점용 허가처분 전부가 위법하게 된다. ..맙소사. 뭔 소린지 이해가? ...대체 뭐가 위법하다는 거야? ...끼요옷!

 

한글날만 되면 요즘 것들이 한글을 파괴하니, 무분별한 신조어를 사용한다니, 비판하지만 네이버! 기성세대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나? ? 어른들은 뭐해서, 사회 가장 핵심 구성원인, 정치와 법을 움직이는, 문과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쓰는 용어가 이 따윈데!

 

..사실 법률어 쉽게 쓰자 운동은 이전부터 있었지. 기사화도 여러 번 되고 말야. 그러나 너무 느려. 속 터져 죽겠어. 어쩔 땐 아예 법으로 정하면 좋겠다니까. 판결문은 중2병 학생이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어길시 해임! 이렇게.

 

물론 노력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 이를테면 존댓말 판결문으로 이름 알린 이인석 판사! 헤에? 존댓말이 뭐라고? ..아니! 높임법 꼬박꼬박 써 주는 것만 해도 고리타분한 법조계에선 튀는 일이야. 생각해 봐. 판결문 치고 공손하게 겠습니다, 쓴 거 본 적 있어? ...? 박근혜 탄핵문? 그건.... 대국민 생중계까지 하니 그런 거지 일반 법정에선 없어. 법학서적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살펴봐도 온통 반말이야. 지들이 뭐라고! 판사면 다야! ...다 다. (찰싹!)

 

어이쿠 갑자기 본심이 크흠. ..이 분들 끝까지 낮춤말 유지하는 이유가 있어. 바로 권위때문에. ..농담 아냐! 진짜라고! 권위를 위해서! ..반말을 씁니다. 어려운 말을 씁니다. 조사 빼곤 다 한자를 씁니다! 미개한 개돼지들은 알아듣지 못하도록(찰싹!) ..씁니다. ..이런 행태가 습관을 넘어 관행으로까지 굳어진 거야.

 

후우, 갑자기 조선시대 유학자들 욕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돼. ..한글은 천박하다, 쉬워서 안 된다, 차이나 넘버원, 이 선비정신! 500년 전 일인줄 알았건만, 지금까지 유구하게 이어받고 있으니 말야. ..이제 고칩시다! 언제까지 단어며 형식에 의존해 존경 받을래! 그건 꼰대잖아! ..진짜 권위는 다른 데서 올 거야. 정의롭고 공정한 판결에서! 그것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아무튼. ... 판사는 아니지만 나도 노력할게. 말 어렵게 한다고 까는 놈이 정작 지는 이상하면 안 되지. 쉬운 낱말, 친숙한 표현, 이왕이면 순 우리말 쓰기! ...? 그걸 아는 놈이 오늘따라 한자어 범벅을 했냐고? 그거야.... 미안하다! 내가 깜냥이 안 된다. 쉽게 표현하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끄흑.

 

..그렇군. 판결문이 쉬울수록 뛰어난 판사님이었어! 그들만의 일본식 표현 탈피해서, 단어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여, 국민을 위한 마음으로 썼다는 증거니까!

 

아름다운 판사는 내린 판결도 쉽습니다.

 

 

 

존댓말 판결문 쓰는 이인석 판사 :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9502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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