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내가 신춘문예에 응모하지 않은 이유2020.12.08 PM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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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춘문예에 응모하지 않은 이유

 

 

 

당신의 자존감은 어떻습니까! 짱짱한가요? 아니면 꼬무룩?(찰싹)

 

나야 듬직하지. 모쏠 찐따지만 이상하게 자신감만큼은 만만이야. 날 사랑해. 간혹 너무 사랑해서 문제가 될 만큼 아끼지. 코로나건 불행이건 나만 아니면 돼, 정신. 캬하하.

 

그런데 말입니다.. 어제 오늘 자존감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어.. 다름이 아니라, .. 엄마 친구가 집에 놀러왔거든. 김장김치 나눠준다는 명목으로. 현관문에서 잠깐 나눴던 대화가 어느덧 안방에서 3시간을 가더라.

 

주제야 뻔 해. 다른 아줌마 뒷담화에(찰싹!).. 사지도 못할 부동산이 어떻니 저떻니, 그리고 대망에 자식 근황 타임! 아줌마 왈, 우리 아들이 하던 사업 접고 요양보호시설 인수했네, 제주도에 1년이나 팬션을 잡아줘서 잘 살다 왔네, 코로나만 아니면 오키나와도 보내줬을 건데 아쉽네. 그 동안 우리 엄마는 말없이 사과나 깎는 거지. 그러다 뜬금포 나한테 한 마디, 난 언제 저놈 덕에 제주도 살아볼까.. 캬하! 어머니! 이건 선 넘으셨어요!(찰싹!)

 

아니! 공부, 학력, 취직으로 비교했으면 몰라, 어떻게 재산으로 사람 기를 죽일 수 있어! ! 내가 돈 없고 싶어서 없나? 부모님이 건물주가 아니니 없지!(찰싹!) ..그것은 샵 인정이고요. 반박불가 팩트! 맞잖아? ...크흠. 너 언제 취직해서 사람구실 할래! 는 받아들여도, 제주도 연간 리조트 이용권을 바라신다면, 워호, 다른 자식 알아보세요.(찰싹!) ..엄마 사랑해.

 

아무튼. 엄마한테 충격파 맞은 후로 힘이 없어. 세상 모든 것이 귀찮아. 하면 안 될 것 같고, 해도 실패할 것 같고, 좌절감만 맛 볼 것 같은 상태. 후우. 이 감각, 오랜만인걸. .., 최종면접 떨어졌을 때 느낌 있지? 심장과 등줄기는 얼어붙고, 야동을 봐도 똘똘이가 충천하지 않는, 그 쌍쌍바스러움. 요오.

 

감정에 휩싸인 나머지 해야만 하는 일을 포기했어. .. 오늘이 매일신문 신춘문예 접수 마지막 날이걸랑. 도저히 낼 수가 없더라고. 내 주제에 무슨, 내봤자 어차피 안 될 거, 택배비가 아깝다. .., 모르시는구나. 이래봬도 작가 꿈꾸는 몸이야. 폼 나잖아! 백수건 방구석코모리건 모든 걸 정당화 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 작가! 캬하하. 게다가 혹시 알아. 재벌 3세 아니더라도 아나운서랑 결혼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인데. ..사랑해요 강지영! 2의 고민정 가즈아!(찰싹)

 

..그러면 뭐해. 내 손으로 기회를 차버린 걸.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난 긍정적인 놈이니까! 쌀밥에 참치 한 캔 마시니 그새 싹 잊었어. 봐봐. 평소처럼 똘끼 가득한 모습으로 여러분 앞에 섰지. 캬하하.

 

다만, 사람이 간사한 것이, 다른 이유를 찾게 되더라?. ..나는 왜 신춘문예를 포기했나? 상금 300에 눈멀어 글 쓰고 싶지 않으니까! 크흑. 이 순수 문학정신! ..메이저 신문에선 보통 이 정도 뿌려. 급전 필요하면 도전해 봐. 능력자들은 한 해 10군데 넘게 되기도 해. 와우,

 

대신 돈과 명예가 걸린 만큼 경쟁률이 치열한 건 어쩔 수 없어. 보통 소설이 300, 시가 2000, 수필이 500편정도 온 대. 이 중에서 단 1편만 살아남으니 말 다했지. 여기서! 2차 합리화. 난 이런 대입논술 채점 방식에 내 소중한 작품을 낼 생각이 없다! 캬하, 정말 대단한 예술혼 나셨네!

 

근데 이 부분은 따져볼 필요 있어. 그 많은 작품을, 분야 당 한 두 명이,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안에 평가를 마쳐. 대충 계산하면 얼마야, 하루에 단편 소설 15, 100! 맙소사, 팔팔한 고3 수험생도 지문만 읽다 군대 가겠다! ..이 환경에서 글쓴이 의도고, 숨겨진 메시지고 헤아릴 수 있을까? 제 아무리 작가님이라도 못할 거 같은데? ..인정?

 

여하튼. 이런 이유 때문에 난 안 냈다! 절대 떨어질 것 같아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다! 하핫. 좋았어. 근심 걱정은 안녕, 세상이 다시 즐거워. 여러분도 힘들 때면 핑계거리를 만들어 봐. 논리적 타당성이 강할수록 든든한 힘이 될 거야.

 

아참, 진짜 안 낸 이유, 사실 글을 안 썼어.(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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