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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나의 사업자등록 신청기2022.02.11 AM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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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업자등록 신청기
큰일 났다. 그제부터 강렬한 정리 욕구에 빠져버렸어. (..?) 집구석 안 쓰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줄이고 싶은 욕망 말야. 이것도 팔고, 저것도 팔고, 안 팔리면 다 버리고! 집착에 가까운 미니멀리즘! (...)
작년 가을이었지. 주인아주머니가 방 빼라 했을 때, 대대적으로 물건을 정리하긴 했거든. 이후 전세금 50% 인상이라는 협상 끝에 다행히 이사 갈 필요는 없어졌어. 평화가 찾아왔지.. 근데, 이번 달 들어 엄마 동태가 심상치 않아. 마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노리듯, 이사 갈 집을 물색하고 계신 거 있지. 후아! (...) 이러니 내가 불안해서 살 수가 있나! 언제 방랑길에 올라야 할지 모르는 불안! ...그렇게 난 다시 강요된 최소주의에 빠져버린 거야.. (...)
내 걱정이야 내 일이고, 아무튼! 음반이니, 게임이니, 피규어니, 전자기기니, 시간 날 때마다 차근차근 평화로운 당근나라에 줄줄이 올리려고 마음먹으려는 찰나, 아라라? (..?) 굳이 중고나라와 당근마켓만 이용하라는 법 없잖아. (번개장터 쓰게?) ..아니.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온라인 판매자가 된다! (...)
그래, 직접 네이버 스토어 차리는 거야. 하! 얼마나 좋냐. 내가 원하는 대로 가격 매길 수 있지, 팔릴 때까지 주구장창 사이트에 띄어둘 수 있지, 거기에 대한민국 대표 검색 사이트 네이버와 함께라면, 어! 대번에 상품노출도가 하늘을 찍고, 한반도 방방곡곡 돈 많은 덕후님들이 내 스토어를 찾아주실 테니까! 인정? (미친놈) ..끄응.
오늘 당장 네이버 판매자 가입 마쳤다. 뭐, 간단하더만! 몇 번의 본인인증이면 끝! ..이 아니었고, “사업자등록”이란 걸 또 해야 된다네? 어떡해,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순식간에 처리했지. 당당히 “통신판매업자”로 말야. ..그런데 또! “현금영수증 가맹점”에 가입해야 된다네? 어쩌겠어. 국세청 다시 들어가서 현금영수증 가맹점 명판 달았지. 이것으로 진짜 종료!
후아.. 신청업무를 다 처리했음에도 어째 기분이 쎄하더라고.. 나, 잘한 거 맞지? 괜히 국세청에 이런저런 꼬투리 잡히는 건 아니지? 내 바닥인 통장에서 혈세를 뽑아간다든지, 한 밤중에 세무조사 당하진 않겠지, 그렇지? (어휴) 괜찮을 거야. 그래.. ..는 개뿔! 미쳐가고 있어! (짝!)
워워. 정신 차리자.. 이왕 저질러버린 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암! 오늘부터 난 백수왕에서 사업자로 진화했단 말씀! 나, 사장님이야! (...) 사장님이면 뭐다? (뭔데) 소상공인! 이제 나도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받아보자! 손실보상 타먹어 보자! 가즈아! (짝!)
끄응.. 걱정 마. 난 국고에서 1원 한 푼도 타먹을 수 없으니까! ..이번에 처음 알았어.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이라고 모든 소상공인에게 막 퍼준 게 아니었구나. 코로나 때문에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업종에 집중됐구나. 이를테면 유흥업소, 노래방, 음식점, 카페, PC방 같은 곳 있지? (..)
그 외의 일반업종이며 통신판매업자들은 조건을 충족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 그 조건이란, 2019년 대비, 혹은 전년 대비, 올해 매출이 감소해야 한다! ..그럼 나는? 코로나 끝이 보이는 2022년에서야 막 사업자 등록한 나는? 비교할 과거조차 없는 나는! (...) 지원 못 받는 거지.. 당연하다고 생각해. ..나야 세금 털어볼 심보 밖에 없는 놈이니까.
하지만, 꼭 나처럼 불손한 의도를 가진 경우만 있는 건 아니잖아. 하필 사업을 시작한 때가 마침 코로나 한창인 2020년인 분들은 어떡해. 이 분들은 다 나가리 시킬 건가? (...) 잠깐, 그렇다고 기준도 없이 막 주기엔 눈먼 돈 뿌리기고, 어후.. 어렵구나. ..아잇! 이 문제는 똑똑한 경제부총리님께 맡기겠어! 알아서 잘 하시겠지! (...)
그건 그렇고, 그래서 멋들어진 스토어 차릴 거냐? ..그, 포기했다.. 사업이란 게 간단히 덤빌 영역이 아니었어. 광고 제대로 해야지, 거짓말 하지 말아야지, 세금 신경 써야지, 이윤 따져야지, 소비자 응대해야지, 반품 환불까지 대비해야지, 숨이 막힌다! 나같이 책임감 없는 아웃사이더에겐 너무 벅찬 일이야. (...)
결국 돌고 돌아, 평화로운 당근나라로 출발합니다. 뿌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