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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AI시대에도 끄떡없는 사진사2023.03.11 PM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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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오늘 주제는 AI 사진!
이세돌 기사가 알파고와 대전한지도 어언 7년이 흘렀어. 당시 충격을 기억하십니까? (...) 그 무렵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가 여러 나왔지. AI가 곧 사람을 대체할 거라니, 콘크리트 공 및 도축원, 택배원, 환경미화원 같이 단순 노무직이 1순위로 타격을 입을 거라느니, 후아... 반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으로 화가, 사진사, 애니메이터, 만화가, 디자이너, 작곡가, 가수 등을 뽑았습니다. 푸아... 2023년 지금, 결말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여러분이 가장 잘 아실거야. 2016년 예측 정반대입니다. 감성과 예술에 기반을 둔 직업이 살아남는다는 개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AI가 사진계에 침투하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아. 무슨 철학적 이유 때문에 싫은 건 아니고, 뭐랄까, AI가 너무 뛰어난 바람에 질투가 나서 싫어. AI가 펼치는 구도, 광원, 보정을 보고 있노라면 자괴감마저 들어. 내 사진은 부족함투성인데..
하지만 그렇기에 AI가 고맙기도 해. AI는 내 사진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조력자가 될 수 있고, 창조의 근원이 될 수 있으니까. 이를테면 AI를 통해 내 이상형 모델을 찍을 수 있겠죠. 보라색 단발, 적안, 고양이와 강아지를 반쯤 섞은 얼굴상과 같은 가상의 인물 말야. ...잠깐만, AI를 통해 “찍는다” 보다는 “창조한다”가 더 적절한 서술어일까나.
어라? 창조한다? AI로 창조할 수 있나? AI는 수많은 사진을 익히고 익힌 끝에, 인간 사이에 흐르는 심미적 공통점을 도출했을 거잖아? 그런 와 중에 여러 작가님 사진을 모방했을 테고, 삼분할 구도를 학습했을 테고, 어쩌면 저작권이 걸려 있는 사진까지 도용했을 수도 있잖아? ...워워, 머리가 빙빙 돕니다. 대뇌과부하! (...)
아무튼. 난 이러나저러나 AI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제 취미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줄 수단이죠. ...헌데 사진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AI를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꽤나 위협적이지 않을까? ...흐음, 일단 언론사 뛰는 분들은 타격이 없을 것 같아. 진실을 전달해야하는 보도사진에 AI가 개입하면 안 될 소리지.
다음, 상업사진가는 어떨까? 결혼, 돌, 행사를 담는 분들 말야. ..역시나 별 타격이 없을 것 같아. 이 분들은 사진을 찍기 전에 “인간적 의사소통 관계”를 형성하시니까. (?) 왜, 돌 사진 잘 찍는 작가님은 아기를 쭈쭈깔깔 촬영 내내 휘잡아 보듬으신다며? 그 미묘한 요소, 촬영자와 대상자 간의 호흡! 이건 AI가 침범 못할 공간 아닐까? ...아닌가. AI님은 후보정으로 우는 아이도 방글거리게 만들 수 있으려나. 크흠. (...)
끝으로 순수 예술 사진가들은... 도리어 가장 위험에 노출된 상태 같은데! 주제를 표현하고, 감정을 전달하고, 소위 있어 보이는 연출을 하는데 AI가 딸릴 이유가 없잖아? 현실에 기반을 둘 필요가 없기에, 더욱 AI가 강점을 보일 수 있겠어. 호오... 물론 AI가 도저히 따라 못 할 창조적 사진을 찍는 분이 계신다 할지라도, 아니, 3일이면 그 풍조마저 AI 님께서 학습할 것이라 장담합니다. 에헴!
지금까지 생각을 정리해 봅시다. AI가 대체 못할 사진가는 누구인가? 현실에 실존하는 대상을 인간적 관계를 형성하며 촬영하는 사진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으려나? 어때요? 괜찮나요? 반박 시 댓글을 정성스럽고 공손하게 남기십시오. (...)
아참, 중요한 문제를 빼먹을 뻔 했다. 그럼 “모델”은 어떻게 될까? 모델은 현실에 실존하는가? 인간적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대상인가? ...명확한 답을 못 내리겠어... 분명 모델은 실존하죠. 근데 우리가 모델을 찾는 이유는 현실 때문이 아니잖아? 아름다움, 인상 과 같은 “이데아” 때문이잖아? 아잇, 나도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플라톤, 이데아, 형상과 질료, 대충 그런 느낌입니다. 알아서 해석하십시오. (...)
그렇다고 모델과 인간적 관계를 형성해야 하냐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그야 촬영장에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서 농담과 눈빛을 주고받는다쳐도, 그 이상은 아니잖아? 그저 정해진 포즈와 표정을 취득하는 관계잖아? 반대로 사진가와 모델 간 관계가 깊어지면 사고 터질 가능성부터 높아지잖아? ...맞나? 어질어질해. 끄아악!
여하튼. AI와 사진, 어려운 문제구나. 밥줄이 걸린 분들에겐 심각하겠어. ..허나 저는 해당사항이 아니죠. 사진을 취미로 즐기기에 행복합니다. 장비가이기에 다행입니다. 꼬우신가요? 어쩌라고요. (짝!)
이상, AI사진보다 자기가 직접 담은 사진을 더 사랑하는 이의 탁상공론이었습니다. ..아~ RTX4090 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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