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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장비쇼] 나의 빛나는 지스타가 씁쓸한 이유2023.11.20 PM 07:02
나의 빛나는 지스타가 씁쓸한 이유
제군들.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쇼를 시작한다. 여러분에게 한시라도 빨리 내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간장에 발열 경고가 들어올 것 같기 때문이다. (...) 2023 지스타, 왜 난 절망했는가. 왜 후회가 남는가. 오늘 새벽 말똥한 정신으로 곰곰이 생각해 봤어.
첫째. 코스프레 모델 ‘슈마’님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
-프시케 님 사진, 슈마 인스타-
난 슈마 님 팬이야. 지스타에서 그녀의 멋진 모습을 담고 싶었어. 그런데 그러지 못 했어. 열정을 갖고 카메라를 들이밀지 못 했어. 왜 난 어물쩡 슈마님 근처에서 서성이기만 했는가? 곰곰이 내 자신을 돌이켜 봤거든?
길다란 무기를 드신 터라 화각이 애매해서? 평소 트위치 방송 때와는 달리 엄격한 표정을 짓고 계셔서? 이런 요소들도 영향을 주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내 욕심 때문이었어. 무슨 욕심? 플래시 욕심! 이 놈의 플래시! 플래시 질렀으니까, 플래시 써 볼 거라고!
그런데 슈마 님이 모델로 섰던 ‘하이퍼그리프’ 부스에는 플래시가 전혀 필요 없을 만큼 조명 조건이 좋았어. 고독스 가우포토에서 협업을 나왔나 봐. 300W 짜리 지속광을 2개나 세워주셨다고. ...이럼 내가 플래시를 연습할 수가 없잖아? 난 벡스코 열악한 실내조명 아래에서, 과연 플래시로 그 어둠을 뚫을 수 있는지 테스트 해 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차마 슈마님 앞에서 카메라를 들지 못 했던 것 같아... 그렇다고 플래시 연습을 못하는 탓이라 단정은 못 짓겠어. 나도 나를 모르겠어. 내가 왜 슈마님 앞에서 뭉그적거렸는지, 나조차 모르겠어! 에라이! 이 우유부당한 놈! 락토프리에 쳐 넣을 놈! ...그래도 다행인 점, 우리 트수님들이 계시니까! 슈마 애청자, 찐팬, 슈마의 기사들! ..난 다음번에 견습 기사라도 노려봐야지..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지속광이 좋은 곳에서 오히려 플래시 쓰기 편할 것 같아. 상대적으로 주변광이 강하니까, 플래시를 쏘더라도 특유의 번들거림이나 노출 차이가 덜 나타나지 않을까? (...) 에휴, 그런데 난 이런 사실을 지스타 다 끝나고 나서야 생각하네. 내 진짜 못 살겠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우선순위가 뭔지도 모르고, 에라이! 최우선을 슈마 님 사진 남기는 거로 잡았어야지! 울어버릴래! (짝!)
이어서 둘째, 플래시! 엉망이다. 의욕만 앞섰고, 실험정신만 앞섰고, 민폐만 끼쳤다. ...난 무슨 용기로 플래시 직광을 때렸을까? 나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네. 이건 퇴행이야! 예전에 난 그 누구보다 플래시 직광 사진을 싫어했어. 민폐라고 생각했어! 그랬던 놈이, 무슨 헛바람이 들어서 플래시를 뻥뻥 터뜨리고, 민폐는 민폐대로 다 끼치고! 플래시를 전 재산 걸고 질렀으니까 써보자는 심보! 아잇! 누가 회초리로 종아리 갈아주세요! (...)
내가 플래시를 맹신한 건 무지 때문이었어. 잘못된 경험 때문이었어. 첫째 날에 비해 둘째 날 사진이 화사했지. 난 그게 순전히 플래시 덕분으로 오해했지. 그러나 진짜 요인은 둘째 날에 내가 카메라 노출을 그나마 적정하게 잡았기 때문이야. 하아...
오히려 플래시를 사용해서 망친 사진이 눈에 들어와. 그 있잖아. 특유의 번들거림, 동굴효과, 후아... 뭐 내 사진 망친 거야 넘어갈 수 있어. 그러나 플래시 터뜨리느라 주변 다른 사진사님들에게 얼마나 민폐였던지, 내 욕심이 앞섰구나. 어휴.
제일 속이 타는 거. 모델 님에게 너무 죄송하다. 안 그래도 렌즈 낀 탓에 눈이 건조하셨을 텐데, 거기에 빛을 쏴댔으니, 나 정말, 아이 진짜... 물론 사진을 위해서 조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모델의 숙명일 수도 있으나, 그게, 참...
지스타가 끝나고 나서야 플래시가 얼마나 눈부신지 실험했어. 1미터 거리에서 내 눈에 플래시를 쏴 봤어. 1/256조차 뜨끔하더라. ...내가 모델이라면 플래시 쪽에는 눈길을 오래 주고 싶어도 차마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아. 눈이 아파서 견디질 못 하니까. 이 짓을 내가 하고 있었네? 그래놓고 제발 모델 님, 절 바라봐 주세요.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네? 야이 쌍화차야!
아무튼. 그래서... 난 지스타에서 플래시를 더 이상 쓰지 않으려고... 내가 원하는 만큼의 광면적을 확보할 수 없는 이상, 플래시를 꺼내지 않으려고... 물론 아직 지스타에서 찍어온 사진을 다 검수하지 못 했기 때문에, 혹 내 마음이 확 바뀔지도 몰라. (..?) 엇? 이 사진은 플래시 터뜨렸는데도 괜찮네? 이러면 사람 맘이 간사하게 돌아가잖아? 민폐 끼치더라도 플래시 터뜨릴만하구나. 이렇게 급변할 수도 있어. (짝!) ...알겠습니다. 원칙을 세우겠습니다. 기본은 행사장에서 플래시 쓰지 않기. 특수한 경우에만 쓰기. 그 특수한 경우는 좀 더 고민해 볼게.
그리고, 지스타가 다 끝난 마당에 플래시를 좀 더 실험해 봤어. 그러니까, 그제 애청자님께서 정말 소중한 조언을 해 주셨어. TTL-3으로 찍는 것 보다, 매뉴얼로 전환해서 찍어야 민폐를 그나마 덜 끼친다. TTL은 발광을 2번하니까. 아하! 이 자리를 빌려 또 큰 절 올립니다. 제게 조언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헌데 안타깝게도 이번 지스타에서 나는 TTL –3을 유지했어. 왜냐하면 소니 플래시 기준, TTL-3이 1/256보다 광량이 더 약해. 더 적정노출을 잡는다랄까? 이유를 모르겠어. 유령이 곡할 노릇이야.
난 플래시를 직광으로 쓴다면, 최대한 빛이 선선하게, 플래시 쓴 듯 아닌 듯한 사진을 뽑고 싶거든. 이럴 거면 플래시 왜 쓰냐 소리 나올 만큼... 진짜 이럴 거면 플래시 왜 쓰지? 이 정도는 보정으로 다 되는데? ...아잇! 또 현타 오네!
아옳! 투정은 그만. 일단 내가 실험한 자료를 보실까.
TTL-3은 벽지 형태가 드러나는 반면, 1/256 매뉴얼 최소 광량일 때마저 밝아.
내장광각패널을 빼면 조금 더 빛이 약해졌어. 이 정도면 1/256으로도 ‘필플래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아이 참, 플래시는 연습하기가 까다롭네. 내가 나를 찍어봐야 하나? 난 거울조차 무서워서 안 보는데?
바운스 어댑터까지 동원하면 어떨까?
난 바운스 어댑터를 달면 광량 손실이 상당할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구나. 직광일 때는 바운스 어댑터를 붙이나 마나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아.
이번에는 고속동조로 광량을 줄여봤어. 셔속 1/500초. 참고로 실험에 사용한 소니 HVL-F60RM2 플래시는 HSS를 켜면 매뉴얼 최소 광량이 1/128이야.
아... 이건 아니다. 역시 고속동조에서 플래시를 약하게 치면 줄무늬 증상이 나와. 물론 내가 워낙 어두운 환경에서 실험을 한 탓에 줄무늬 증상이 유독 두드러졌지만, 그래도 이왕 나는 최상의 결과를 원해! 광량 줄이자고 고속동조 쓰는 건 아니다! 땅땅! 염호영 작가님 죄송합니다!
번외로 F46RM 플래시에서 동일한 실험을 해 봤어.
F46RM 역시 F60RM2와 마찬가지로 TTL-3이 매뉴얼 최소 수치보다 광량이 적어. 좀 더 적정노출에 가깝다랄까? (...) 소니 카메라에 소니 플래시를 쓰면 TTL이 헉 소리 나게 정확하다고. 나보다 훨씬 잘 맞춘다고. 원 따봉 드립니다.
여기서 문제지. 그렇다고 TTL로 놓고 찍기에는 주변 민폐가 심하다. 플래시 배터리 소모다 심하다. 이왕이면 덜 민폐가게 매뉴얼로 잡아야 하는데, 1/256조차 필플래시로 쓰기에는 광량이 너무 셀 때가 있다. (...) 아잇! 나도 알아! 플래시 티도 안 낼 거, 플래시 차라리 안 쓰고 말지! 근데... 무한굴레야. 플래시를 질렀으니 어떻게든 써먹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서... 반성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광면적을 넓히고, 광량을 줄일 수 있는 디퓨저가 필요하다. 가령 ‘로그 플래시밴더’ 같은 거 말야.
문제는 뭐다? 내가 저런 거 끼고 지스타 부스에서 사진 찍고 있으면 뒤에서 쌍욕 날아올 거야. ..너만 사진 찍냐! 앞에 비켜! 수박바야, 죠스바야, 쌍쌍바야, 붕어야, 싸만코야, 별별 원성이 들려올 거야. ..어후, 이건 아니다... 내 다시 한 번 더 같은 결말에 봉착했어. 지스타 행사장에서는 플래시 쓸게 못 되는구나...
아무튼 그래... 내 결론은 그래... 내 욕심과 욕망 때문에 2023 지스타를 망쳤구나. 찍새로서도 망했고, 사람으로서도 망했고, 망했네요... ...그래도 보정작업이나마 최선을 다 해야지...
지스타 폐막 후 한 동안 벡스코 광장을 거느려 다녔어. 한적한 광장, 사늘한 밤, 내 맘대로 조명 우산을 펼치고, 당당하게 무선 동조를 켜고, 눈송이가 떨어지는 배경을 찾고, 그럴 수 있었어. 플래시가 진정으로 찬란하게 빛을 뿜어낼 수 있는 공기. 어둠과 그림자가 마음을 덮어주는 공기...
지스타 사흘 동안 조명 장비를 손수레에 끌고 다녔으나, 정작 조명우산은 펼쳐보지도 못 했어. 장비들에게 미안해서라도 마지막 날 광장에서 펼쳤어... 그런데, 모델이 없더라... 아무도 없더라... 텅 빈 광장 뿐. 부스 철거하는 작업자님들 뿐...
속상해서 여러분에게 내 맘을 털어놨어...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참! 오해하실라. 오늘 이야기는 순전히 내 개인적 하소연이자 생각이니까, 행사장에서 플래시 쓰는 건 각자 마음이자 선호입니다. 나 분명히 오리발 내밀었다? 에헴. (...) 반박 시 여러분 말이 맞습니다.
이상입니다... 이제 지스타에서 찍어온 사진 선별해야지... 언제 다 하냐. 눈앞이 깜깜하다. ...에휴, 플래시 살 돈으로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했어야 했는데. 황회장님 그래픽카드를 질렀어야 했는데! 우선순위가 잘못 됐어! 이번에도! 끄아악! 존슨! 때려줘!
- 풍신의길
- 2023/11/23 AM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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