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보도 사진을 생각하다2024.07.15 PM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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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사진을 생각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를 벌이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았지. 총알은 트럼프의 오른쪽 귀를 스쳤으나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었어. 트럼프는 다음날 아침에 골프를 치러 갔더군. (가짜뉴스!)

 

전대미문의 비극이 될 번한 이번 사건은 도리어 명사진을 남겼으니, 현재 인터넷 곳곳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그 사진, 에반 부치 기자님이 촬영한 사진, 성조기를 배경으로 불끈 손을 치켜드는 트럼프 사진!



강인한 표정, 강인한 손동작, 강인한 눈빛, 트럼프를 싫어하는 나조차 감탄할 수밖에 없는 사진이다. 이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 주신 에반 부치 기자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헌데 이상하지. 난 해당 사진이 썩 반갑지 않아. 왤까? 내가 트럼프를 싫어해서? ..,물론 그것도 있는데, 에반 부치 기자님의 사진 자체에 두려움을 느꼈어. 보도 사진이라기에는 격함 감정이 담긴 사진. 어쩌면 현실을 뒤틀어버릴 만큼 매혹적인 사진이라서...

 

물론 보도 사진이라고 해서 감정이 담기지 말라는 법 없지. 오히려 뭉클한 감정이 담긴 보도 사진이야말로 사람들 뇌리에 기억되고, 퓰리처상도 받고, 그렇지. 나만 해도 심장이 띄는 보도 사진을 좋아하거든. 가령 2024 소니 WPA 경쟁 부문에 오른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이라기엔 정말 고요하고 아름답지 않니? 하지만 줄리엣 파비 작가가 고발하려고 했던 실상은 끔찍할 정도야.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쳐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이누이트 여성을 상대로 피임을 강제했어. 덴마크 령 그린란드에 이누이트 족이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서였지.

 

이 잔혹한 범행을 파비 작가님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구성했구나. 이누이트 여성을 위로하듯이, 온화하고 아름답게 표현했구나. 그렇기에 저 사진은 내 가슴을 파고드는구나...

 

 

워워. 감성에 젖어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그럼에도! 보도 사진은 건조해야 하지 않는가? 사실을 전달하되, 생각의 여지는 독자에게 남겨두어야 하지 않는가? ...아닌가? 내가 보도 사진에 대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건가!

 

내가 왜 이렇게 건조 타령을 하냐면, 호소력이 담긴 보도 사진은 자칫 진실마저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야. 가령 에디 애덤스 기자가 찍은 베트남 ‘사이공 처형’ 사진.



사진만 보면 무자비하고 잔인하지. 마치 무고한 시민이 사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 그렇기에 당시 많은 미국인들이 저 사진을 보고 반전 운동을 펼쳤대. ..하지만 사진 밖 줄거리는 복잡했잖아? 사진 속 권총을 든 사람은 베트남 장군이었고, 그가 총을 겨눈 이는 34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베트콩이었어.

 

이번에 트럼프 사진만 해도 장차 미국 대통령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미국 역사가 바뀌고, 세계 흐름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부디 그 영향이 긍정적이길 기원합니다.

 

...모르겠어. 보도 사진 찍어 본 적도 없는 놈이 이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부끄럽네. ..잠깐만, 현재 내 감정이 불편한 이유는 딴 게 아니라, ‘질투심’ 때문인가? 그럴 게, 트럼프를 가까이서 담을 수 있는 사진가는 정말 극소수이지 않겠어? 대통령 후보를 찍을 수 있는 권리, 내 사진 1장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권리. 혹은 권력? 난 그 권력이 부러워서 시기에 빠졌나?

 

...정신 차리자! 갑자기 권력의 화신이 됐네! 난 취미 사진가. 난 내가 찍기 싫은 사진 안 찍을 수 있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 외면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은가! 트럼프? 안 찍어! 윤석열? 안 찍어! (짝!) ..김건희 여사님은 찍고 싶습니다.

 

 

이상. 보도 사진에 대해 주제넘게 내 의견을 내세웠어. 햇강아지 날뛰는 거 마냥 귀엽게 봐 주십시오.

 

내일은 즐거운 장비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에 트럼프를 찍은 기자님들은 어떤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했는가!


 

 

 

Trump survives assassination attempt at campaign rally, as it unfolded | AP News

현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진’의 힘과 역할 알아보기  박준수  알파 랜선 세미나 (youtube.com)

EBS 초대석 - 사진 한 장의 힘- 김경훈 (보도사진기자)_#001 (youtube.com)

미군의 베트남전 철수를 이끈 한 장의 사진, 그 진실은… [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 | 세계일보 (segye.com)

사이공 처형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국제]"동의 없이 피임기구 삽입"…그린란드 여성들, 덴마크 정부 고소 | YTN

Way of Wind GOD (ruliweb.com) (2024 월드 포토그라피 어워드)

댓글 : 4 개
보도 사진이라도 결국 찍는 사람이 그 시점이 어떻게 보이게 하느냐, 구도, 인물 배치 등을 생각하면서 촬영하기 때문에 의도는 담길 수 있고. 또 촬영 원본에서는 의도가 보이지 않더라도 편집 과정에서 투영될 수 있고.. 그리고 과거 필름 시절과 달리 더 많은 연속 촬영이 가능해지고 촬영 후 편집의 폭 또한 넓어졌기 때문에 더욱 촬영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실제로 촬영 기자도 이 장면이 미국 역사에 기록될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인터뷰 했고. 그 생각을 담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어떤 대상을 찍을 것인가부터 사진가의 의도가 담기겠군요! 설사 사진가가 자신의 선호자 주장을 최대한 자제한다고 하더라도, 데스크 편집단에서 의미가 부여될 수 있겠군요. 이렇게 보면 보도사진 또한 의지(?)의 발로군요!
해당 작가분이 트럼프가 피격되자마자 저 결과물이 나왔던 촬영포인트로 다급하게 뛰어가던
1인칭 시점을 보니 왜 퓰리처상을 받았는지 바로 이해가 되더군요.
트럼프가 힘껏 치켜든 팔에다가 불끈 움켜진 주먹을 꼭짓점으로 완벽한 삼각형 구도를 완성함,
말그대로 사진의 중심을 딱 잡아주면서 트럼프가 이시대의 주인공처럼 나옴,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하늘은 또 희한하게도 구름한점없고 어찌나 맑은건지 성조기가 제대로 강조가 되네요.

이건 뭐 천지인 모두가 그냥 너 대통령하라고 떠미는 수준인듯 합니다.
하필이면 저땅에서 유세를 했으며 하필이면 저격수가 삽질을 하고 또 하필이면 저기에 퓰리쳐상 작가가 있었으며
또 하필이면 하늘까지 티없이 맑을줄이야....
실력에 더헤 행운까지 도와주었기에 나온 사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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