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지네 공포증 해소기2024.08.26 PM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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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 공포증 해소기

 

오늘 아침에 거실에서 지네를 봤어. 인기척을 냈음에도 가만히 있더군. 난 조용히 부엌 한편에 걸린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들었어. 지네를 내리치려고, 죽이려고. ...지네가 무서우니까, 물리면 아프니까.

 

그렇게 프라이팬을 일발 장전한 순간, 하필 그때 내 안에 양심이 발동하더라? 아침부터 살생을 저질러야 하니 기분이 좋지 않더라?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인간의 영역에 발을 디딘 이상 목숨은 없다. 지네 압사 계획, 진행시켜. 고통 없이 한 방에 보내주자.

 

..다행히 압사 계획은 실패했어. 분명 프라이팬을 바닥에 내리쳤건만, 퉁하고 쇠 울리는 소리만 진동할 뿐, 지네는 충격에 아랑곳 하지 않고 싱크대 아래 틈으로 도망쳐 버렸어. 아마 찰나의 주저함 때문에 프라이팬을 제대로 바닥면에 내려치지 못 했나봐.

 

그때부터였지. 갑자기 살의가 내 온 몸을 휘감았어. 저 지네를 죽였어야 하는데! 언제 저 녀석이 튀어나와서 우리 가족의 발가락을 물지 모르는데! 왜 프라이팬을 내리칠 때 주저했는가! 이 미련한 것아!

 

자신을 자책하는 한편, 난 효과적으로 지네를 죽이는 방법을 갈구하기 시작했어. 무거운 프라이팬으로 내려칠 것이 아니라, 유리로 된 투명 냄비 뚜껑으로 지네를 일단 포획부터 하는 편이 좋았을 것 같아. 이렇게.

유리 뚜껑 속에 갇혀서 발발 거리는 지네. 뚜껑 숨구멍을 향해 드라이어기의 뜨거운 바람을 주입하는 거지. 지옥 같은 열기로 지네를 삶아 죽이는 거지. 난 왜 처음부터 이렇게 효과적인 살상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후회다!

 

그렇게 생명을 죽이는 법에 대해 고민하던 중, 섬뜩한 기분이 들었어. 불과 몇 초전만 하더라도 지네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가졌던 나였어. 그런데 지금은 왜 지네를 못 죽였을까, 어떻게 하면 싱크대 아래로 숨은 녀석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기필코 쪄죽여야지, 이따위 살벌한 상상을 하고 있었으니 말야.

 

내 심정이 무슨 연유로 급변했는지 생각해 봤다? ...아마, 두려움 때문일 거야. 씽크대 밑에 지네가 도사린다는 공포, 지네가 내게 언제 보복할지도 모른다는 망상, 물렸을 때의 고통, 징그러운 외모. ...이 두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네를 찾아내서 죽인 후에야 해소할 수 있나?

 

그때 문득 내가 지네에 대해 정말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난 지네 생태도 모르고, 물렸을 때 얼마나 아픈지도 모르고, 지네가 사람을 덥석덥석 무는지도 모르고, 다 몰라. 그저 징그러운 생물이라는 것 밖에 몰라. ...그래서 오늘 지네에 대해 나름 공부해봤어. 유튜브 영상을 보고, 뉴스 기사를 찾아보고, 그랬더니, 지네 별거 아니네?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지네가 생태계 최약체처럼 다가왔어. 닭에게도 잡아먹히고, 고슴도치에게도 잘근잘근 썰리고, 땃쥐에게도 양식이 되고, 두꺼비는 지네를 산채로 입 속에 넣어버리고, 그리고 우리 인간도 지네를 잡아먹고!



백숙에 지네를 넣는구나. 지네 조리법이 있다는 사실을 난 이번에 처음 알았어. 이렇듯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에 불과한 녀석에게 내가 쫄았단 말야? 지네를 죽여버려야 안심할 만큼? ...저 작디작은 고슴도치조차 지네에게 사정없이 달려들건만, 만물의 영장인 내가 지네를 무서워 할 이유가 없지. 암.

 

그럼에도 지네에 물렸을 때. 아프긴 아프대. 하지만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래. 그럴 게, 우리나라 지네는 독이 거의 없다네? ..혹 물리면 환부를 비누로 씻어내고, 붓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냉찜질을 하는 것이 좋대. 이후로는 반대로 온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는데, 지네독이 40도 이상의 열에서 빨리 해독되기 때문이래.

 

이상, 난 지네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어.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기로 했어... 이제 집안에서 지네를 마주치면, 당당히 집밖으로 툭툭 던져주려고 해. 집안에 들어온 거미를 살려서 밖으로 내보내는 것처럼... 실은 나 거미도 엄청 무서워했어. 어릴 때는 거미 다리만 봐도 몸이 얼어붙었다고. 지금은 뭐 거미 사랑해. 이제 나도 조금은 어른이 된 걸까!

 

아무튼. 지네야 미안하다! 만나서 무서웠고, 이왕이면 다시는 집안에서 만나지 말자. 다음에 만나더라도 살려는 드릴게!


 

 


흥미로운 동물 '지네' | 🦎 도마뱀, 두꺼비와의 대결 | 능력자 '지네'의 반전 매력 (youtube.com)

기고-지네에 물렸을 때 증상과 처치법 - 김천신문 (kimcheon.co.kr)

한 달 바짝 잡아 1,500만 원?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다! 돈이 되고 약이 되는 안마도 지네|원기회복 제대로 시켜주는 보양식 끝판왕 지네 백숙|극한직업|#골라듄다큐 (youtube.com)

댓글 : 18 개
아 님글 짤들을보고 공포증이 심해져써요. ㅠㅠㅠ
죄송합니다! 저도 말로는 지네를 무서워하지 않을 것 처럼 장담했다만, 실제는 다시 보면 덜덜 떨것 같습니다!
테이프에약함
지네가 테이프에 약하군요. 아하 많은 다리가 테이프에는 오히려 약점이 될까요! 고맙습니다.
자매품으로 그리마(돈벌레)도 있음.
그리마도 무섭게 생겼지요!
아프긴 이프데? 조금 가볍게 말하는거 같은데.. 정말 아프다. 매우 매우. 새끼도 아프니 조심하자.
내 경험을 풀자면.
어릴때 집이 산속에 있어서 매년 지네에게 10회 정도 물려본 나는 밤에 신경이 매우 예민해졌었다.
물리면 벌에 쏘인것은 애들 장난으로 생각될 정도다. (벌, 지네 유경험)
우선 양쪽 독이빨이 살을 뚤는데. 그냥 뚜꺼운 바늘로 살을 뚫는다고 봐도 된다.
이때 독은 몸속에 들어오는데. 만약 혈관이 있다면 ㅋ,
혈관을 따라 독이 타고 들어오는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프다고?
그냥 계속 눈물이 흐른다. 느낌은 바늘로 혈관따라 계속 찌르는 느낌이야 대 바늘로 말이지.
최소 15분은 그런식으로 아프다..헐관따라 조금씩 .. 조금씩
만약 팔이나 다리에 물리면 그나마 잡고 버틸 수 있는데.. 그럴 수 없는 곳
배…. 이건 답이 없다.
얼굴.. 이것도 답이 없다.
(그 주성치의 쿵푸허슬에서 뱀에 입술 물리는 장면있다.
난 이 영화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입술에 지네에게 물린 경험이 있기에 그장면이 웃기기도 하면서 그 고통이 다시 느껴져서 소름이 돋기도 했다. 입술? 영화랑 느낌이 똑같다)
나도 복수했다. 내 머리 옆에는 항상 뺀치가 있어서
나오면 이걸로 잡아 머리부분에 촛농을 떨어뜨려서 굳친 후에 유리병속에 차곡 차곡 모았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드렸지.
지네에 물리면 제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아프군요! 물려본 적이 없어서 지네 무서운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와... 지네 엄청크네...
군대에서 저거보다 훨씬작은 새끼 지네한테 목을 물려봤는데

이게 정확히 어떤 느낌이냐면

누가 내살을 꼬집어 비틀고 그걸 있는 힘껏 쭈욱 잡아당기는 느낌임
딱 그런 통증이 느껴지는데 그게 30분동안 지속됨

아무리 물린 부위를 비벼도 계속 누가 비틀어 잡아당기는 통증인데
진짜 뒤지는 줄

원래 벌레같은거 안무서워 해서 바퀴벌레도 급할땐 맨손으로 후려치고 비누로 손씻고 그러는데

그 뒤로 지네 공포증 생김
와 눈앞에 저만한게 저러고 돌아댕기면 난 온 몸이 얼어붙을듯...
지네에 물리면 상상잌싱으로 아프군요. 제가 지네에 대해 너무 한가한 마음을 가졌나 봅니다.
시골 살다보니 1년에 몇차례 지네 보는데 집 주변에 지네약 쳐두고 못들어오게 하는게 제일이고요

집안에서 1마리 발견했으면 쌍으로 어딘가 1마리 더 있는거라 쥐끈끈이에 치킨 먹고 남은 뼈 올려서 여기저기 어두운데 배치하면 잡을 수 있습니다.

지네가 물면 통증이 되게 오래갑니다. 와이프가 주로 물렸는데..ㄱ-;;;; 2주정도는 평균간다고 하네요
이픔이 2주나 간다니, 아내분이 엄청 고생하셨군요. 말씀 듣고 나니 끈끈이를 둬서 지네를 잡아야할지 고민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예전에 지네 잡아본적 있는데 망치로 내려쳐도 잘 안죽더군요. 단단해요.
지네 생명력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몰랐습니다.
지네 안본지 좀 된거같네.
제가 사는 곳에는 가끔 나오네요! 뒤에 산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네 좋아함...
지네를 애완용으로 키우시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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