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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장비쇼] 야생을 담는 카메라맨2024.09.07 PM 10:43
야생을 담는 카메라맨
오늘 유튜브에서 다큐멘터리 촬영팀을 다룬 영상을 봤어. 해당 영상을 보고 나서 느낀 점을 여러분에게 털어놓을까 해.
우선 북극여우를 촬영하기 위한 여정. 촬영팀이 북극여우의 사냥모습을 담기 위해 캐나다 처칠에서 5주를 대기했으나 끝내 북극여우를 찾을 수 없었대. 대신 붉은 여우가 뛰노는 모습만 포착할 수 있었지. 기후위기 때문에 캐나다 처칠은 너무 따듯하게 변한 거야.
그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확인해야 하는 카매라맨 ‘롤프’ 씨. 그의 발언이 묵직하게 내 가슴을 울렸어.
고생고생 했는데 북극여우를 담지 못한 안타까움. 그리고 너무 따뜻해져버린 설원을 바라보며 롤프 씨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야말로 ‘고통’이구나. 나마저 씁쓸하네.
그러나 촬영팀은 포기하지 않았어. 2년 반 뒤 촬영팀은 북극여우 사냥 장면을 찍기 위해 캐나다 ‘알비앗’을 찾았더군. 그리고 이번에는 북극여우를 담는데 성공했다!
북극여우가 힘껏 뛰어 눈 바닥으로 폭 파고드는 장면! 고생한 촬영팀에게 박수 주세요!
그런데, 촬영팀이 이토록 고생하며 담아낸 북극여우가 국내에 애완용으로 돌아다녔어.
이게 맞나? 북극 눈밭에 있어야 할 녀석이 왜 덥디 더운 한반도에 잡혀 온 거야? 캐나다 처칠에서조차 사라진 녀석이? 단지 귀여워서? 아니면 분양가 300만원에 달하는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난 야생동물 사육 및 거래 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음, 이번에는 바다. ‘휴 밀러’ 씨는 수중 촬영을 위해 장비를 자작하셨더라고.
그리고 그 장비로 찍은 복어의 모래집. 멋지네요!
수중 촬영 하니 ‘Ejim’님이 떠올랐어.
영상 및 음향 관련 비기들을 유튜브로 전달해 주시니 얼마나 고맙게요. 우리나라에서 수중 촬영을 배우려면 Ejim님을 찾아가면 되려나?
다음은 아프리카 오지. 침팬지를 촬영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촬영팀.
저 무더운 곳에서 웬 마스크? 했더니, 침팬지와 사람 간에 질병이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대. 야생 동물을 촬영할 때면 세균 및 바이러스까지 신경 써야 하구나. 우리 인간이 건강하기 위해, 침팬지 또한 건강하기 위해.
한편 ‘보노보’를 찍기 위해 밀림을 탐험한 촬영팀도 엄청 고생하시더군. 날벌레에 뜯기고, 더위에 지치고, 매일 25km씩 보노보를 추적하기 위해 걸어야 하고, 그런데 막상 보노보가 눈앞에 등장했을 때 카메라가 고장 나고, 참.
보노보를 발견했더라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건 또 다른 난관이었어.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에 보노보를 어찌 쉽게 담을 수 있으리오. 그럼에도 촬영팀은 ‘난 운 좋은 카메라맨이다’를 외치며 포기하지 않았어. 대단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 마음 속에 의심이 돋아났어. 촬영팀은 보노보를 담기 위해 나무를 일부러 베어내지 않았을까? ...죄송합니다. 근거 없는 의심으로 괜한 비난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찍기 위해 도리어 야생을 헤치는 사례를 뉴스로 종종 접해서 말이지. 조류 사진 찍는다며 새 다리에 본드를 붙이고, 새끼를 둥지에서 끄집어내고, 보호막 나뭇가지를 잘라버리고..
심지어 난 WPA(World Photography Awards) 수상작마저 의심했어. 인간의 욕심으로 연출된 사진이 아닌가 하고 말야.
Dinorah Graue Obscura 작가님, 정말 죄송합니다. ...모르겠어. 난 이 사진을 보고 새 다리에 본드를 붙였나부터 걱정했어. 주변 나뭇가지가 말끔히 정리된 게 아니꼬웠어. ...그냥 내 망상이지? 질투에 눈이 먼 시기일 뿐이지? 부디...
야생 촬영팀에 감탄하기만 해도 충분한 것을, 괜한 흑심을 드러냈습니다. 죄송합니다.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대미는 장비 이야기로 마무리 할까! 나는 과연 어떤 카메라로 대자연을 담고 싶은가! 어떤 기종이 가장 적합한가!
난 니콘 Z9이라 생각해.
4500만 넉넉한 화소, 적층형 센서를 활용한 무음 셔터, 마그네슘 바디, 니콘의 신뢰성, 다양한 망원 렌즈군, 그래서 Z9! ...내 비록 소니 카메라 사용자지만, 차마 거친 야생에서 소니를 쓰고 싶지는 않아. 소니는 니콘만큼 투박하지 않으니까, 겨울철 두터운 장갑이라도 끼면 카메라 파지부에 손가락이 잘 안 들어가니까.
이상, 힘들다고 뒷산조차 안 올라가는 내가, 30분 타임랩스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뜬금없이 야생생물 촬영에 대해 생각해 봤어. 난 그 분들의 노고까지 감내할 자신이 있는가! ..자연을 존중하는 모든 다큐멘터리 촬영자에게 그랜절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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