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장비쇼] SLC SSD를 바라는 나

SLC SSD를 바라는 나

어제에 이어 오늘도 SSD에 대해 떠들겠습니다. ‘문과’인 제가 인터넷으로 공부한 SSD! 부정확한 부분은 사정없이 지적해 주십시오.

아무튼 오늘의 주제, pSLC(pseudo Single Level Cell). ...한글날을 맞아 pSLC를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 고민해 봤거든? pseudo(P묵음, 수도)가 ‘가짜의, 허위의, 모조의‘라는 뜻이니까, 짭 SLC? 아니면 고상하게 가상 SLC? 어쨌든.

나는 SLC를 선호해. 단순하고, 빠르고, 메모리의 수명 또한 길기 때문이야. 그러나 현재 개인 소비자용 SSD 제품에서 SLC는 자취를 감추었어. MLC마저 삼성 970 PRO를 끝으로 더 이상 안 나오는 것 같아. SLC는 비싸고, 용량을 늘리기 어려우니까.

TLC가 주류로 잡은 가운데, 그럼에도 SLC의 유지가 이어지고 있어. 바로 pSLC! MLC, TLC, QLC를 마치 SLC처럼 단순하게 인식해서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더군. 다만 pSLC는 진짜 SLC만큼의 수명은 보장하지 못 하고, TLC 기준 셀 공간의 75%를 낭비해.

잠깐 낸드플래시의 수명에 대해.

메모리를 사용할 때마다 전자가 드나들면서 서서히 산화막을 마모시키고, 산화막이 한계치에 이르면 더 이상 부유게이트가 전자를 포용할 수 없고, 그렇게 셀이 죽음에 이른대. ..SLC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이고, 더해 부유 게이트와 산화막의 물리적 크기가 넉넉한 덕에 압도적 수명을 자랑한대. 참고로 낸드 수명은 미세공정으로 갈수록 악영향을 준대. 공정 미세화로 셀의 물리적 크기가 작아지면, 그 만큼 전자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드니까.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SSD 제조사들은 각자 나름대로 pSLC 구간을 설정해 두었어.

삼성 990 PRO 2TB가 187GB, 980 PRO 1TB는 113GB, 하이닉스 P31 2TB는 85GB. 여기까지는 광고에서 명기한 최대 속도가 나와. 그러나 이 구간을 지나면 TLC 본연의 속도로 떨어졌어.

예를 들어 삼성 980 PRO 1TB.

쓰기 작업 초기에는 5200MB/s로 작동하지만, 가상 SLC 캐싱 구간이 끝날 즈음(30초)부터는 속도가 1800MB/s로 떨어져.

그런데 도표에서 이상한 녀석이 하나 있지. 0초부터 900초까지 2600MB/s로 직선을 그리는 제품. 바로 삼성 970 PRO 1TB! 얘는 MLC거든. MLC만 하더라도 TLC보다 안정적인 지속 쓰기 속도를 보장해.

하지만 평소 우리가 가상 SLC 구간을 일순 가득 채워버릴 만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무니까. 웬만해선 속도 저하를 경험하지 않는대. ...단 하이닉스 P41의 경우 종종 평소에도 쓰기 속도가 2200MB/s 근방으로 떨어지는 문제가 있는데, 추측하길 컨트롤러가 가상 SLC 구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벌어진 오류 같아.

컨트롤러는 가상 SLC 캐싱 구간을 우선적으로 활용해서 자료를 저장하고, 유휴 상태일 때 pSLC 구간의 자료를 TLC로 옮겨서 pSLC 공간 여유를 되찾는대. P41은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긴 걸까? (...) .. DRAM을 갖춘 SSD라면 가상 SLC 구간 이전에 DRAM까지 활용해. DRAM이 가장 속도가 빠르니까.

가상 SLC가 아닌, 진퉁 SLC로 만든 SSD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소비자용 제품은 찾지 못 했어. 그나마 기업용에서 MLC를 SLC 모드로 사용하는 제품을 찾았어. 키옥시아 FL6.

1600GB 제품 기준 60 DWPD (Drive Writes Per Day) 읽기 쓰기를 보장한다는데,

이 수치를 TBW로 계산했더니

175200TB가 나왔어. 보통 소비자용 2TB SSD의 TBW가 1200TB니까, 146배 차이가 나.

이쯤에서 내 본심을 드러낼게. 나는 바란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소비자용 SLC SSD를 내 주길! SLC가 무리라면 MLC까지 인정해 줄게! ...진퉁 SLC면 얼마나 좋아. 수명 길지, 속도 빠르지, 컨트롤러 연산량이 줄어듦에 따라 발열도 잡을 테지. ..그야 TLC에 비해 용량은 줄어들겠지만, 가격이 뛸 테지만, 그래도 SLC랑 MLC를 고수하는 소비자가 있을 거야! 시장성이 분명 있다! 반박 시, 이건 내 말이 맞아!

그래, 내가 바로 SLC와 MLC를 고집하는 인간 중 한 명이다! 지금도 MLC 제품인 970 PRO, 850 PRO를 사용하고 있어.

라떼 이야기를 꺼내자면, 예전에는 SLC도 사용했었어.

삼성 MCBQE32G5MPP-OVA. 당시 2009년 32GB SLC를 2개 레이드0로 묶어서 썼지. 어느덧 15년 전이구나...

그야 요즘 컨트롤러가 워낙 발달한 덕에 TLC도 충분히 안정적이라지만, 난 만족 못 해.. 그렇다고 내가 SLC, MLC를 써야 할 만큼 거창한 놈은 아냐. ..단지, 로망 넘치잖아! 내 안의 장비혼이 진짜 SLC를 원하고 있다! 당신도! ..속도 측정표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일자로 쭉 그인 SLC의 그래프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나오지 않습니까? 더티 테스트고 뭐고 개의치 않는 상큼함! 이것이 pseudo 모조품이 아닌, GENUINE, REAL, TRUE의 위엄!

삼성전자, 하이닉스, 어느 곳이라도 좋습니다. 만듭시다. 만들어 줍시다! PCIe 5.0 4배속 1TB 찐 SLC!

SLC Nand | 낸드 플래시 | 삼성반도체 (samsung.com)

Phison Continues to Enhance NAND Storage Performance and Reliability - Phison Blog

SLC, pSLC, MLC and TLC Differences - Does Your Flash Storage SSD Make the Grade? (cactus-tech.com)

Team Group G50 2 TB Review - SLC 캐시 및 쓰기 집약적 사용 | 테크파워업 (techpowerup.com)

Samsung 980 Pro M.2 NVMe SSD Review: Redefining Gen4 Performance - Page 3 | (tomshardware.com)

Enterprise SSD | KIOXIA - Japan (English)

[死神]

다나와에서 찾아보니

https://prod.danawa.com/info/?pcode=3962501&cate=11229608

2016년도에 나온 물건 중에 SLC 모델이 있기는 있습니다만 이거 지금 판매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인 물건이라 SLC를 쓴 SSD가 나올 확률은 거의 없을것으로 보입니다.

[풍신의길]

고맙습니다! 가격이 110만원에 달하는군요! 허위 매물 상품일까요? 아무리 SLC라 하더라도 너무나 비싸네요. 오래된 제품이라 속도가 느린 점도 아쉽군요.
말씀대로 이제 소비자용으로 SLC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군요. 제가 바람을 담아서 투정을 부린 것 같습니다.

[oldbutgold]

그냥 없어요..
SLC MLC TLC QLC 뭐 qlc가 대세일겁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CF SD USB 중에 SD는 4Gb(골드 무슨)SLC CF는 1G는 확실하고 USB는 256Mb까진가가 SLC고
무조건 MLC만 산다고 했는데.. 최근엔 다 포기했습니다.. 대신 용량 넉넉하세 구입해서 다 안 채우기로..

[풍신의길]

이제 MLC도 사라지고, TLC가 표준이 됐더군요! QLC까지는 안 갔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