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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게시판..] [기묘한이야기] 조숙한 소녀 편2012.09.30 AM 03:08
원제 : 상복의 소녀 ( 喪服の少女 )
출처: http://stallion.egloos.com/744296
찾은곳: 외방커뮤니티
주인공 가자마는 실연한 아픔을 달래기 위해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습니다.
"Why so serious?"
헤어진 여자친구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이라고는, 오르골 기능이 내장된 삐에로 인형 뿐.
쓰게 웃으며 전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데, 문득 시선을 느끼고 눈을 들어 보니,
상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그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자마는 여자아이의 표정이 우울한 것을 보고 물었습니다.
"왜 그러니?"
"언니가...죽었어요."
"그, 그래? 미안하게 됐구나. 괜히 물어봐서."
머쓱해진 가자마는 마침 들고 있던 삐에로 오르골을 그 아이에게 내밀었습니다.
"오르골 좋아하니? 사과의 의미라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이걸 받아 줬으면 해."
"예? 하지만 저는 아저씨에게 선물을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어요."
"됐어. 그냥 주는 거야."
"그럼, 답례를 해 드릴게요."
"답례? 그런 건 안 해도 괜찮아."
"하지만 엄마가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답례를 해 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뭐....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그래, 뭘로 답례를 해 주려고?"
"토끼 인형을 드릴게요."
"토끼? 그래, 토끼가 귀엽지. 나도 좋아해."
어린 게 귀엽네. 가자마는 허허 웃으면서 반쯤 장난삼아 여자아이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그래, 답례는 언제 할 건데?"
"내일."
"내일? 어...그건 좀 곤란한데."
"왜요?"
"오빠는 좀 바쁘거든. 회사에도 가야 하고."
"다음 주에 만나자. 응? 다음 주 오늘 다시 만나는 거야. 알았지?"
그러자 여자아이는 약간 볼멘소리로 중얼거립니다.
"...다음주면 늦을지도 모르는데...."
"응? 뭐라고?"
"아무것도 아녜요."
가자마는 여자아이가 자기 말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약속의 증거로 손가락을 내밉니다.
"오빠 거짓말 하는 거 아냐. 오빠 믿지? 자, 약속."
하지만 여자아이는 가만히 그의 새끼손가락을 물립니다.
"됐어요. 약속하지 않아도, 오빠를 믿고 있으니까요. 고마워요."
여자아이는 삐에로 오르골을 들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가자마는 일하느라 바빠서 그 여자아이와의 약속을 잊어버립니다.
'왠지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내가 뭐 약속한 게 있지 않았던가?'
여자아이에게 답례로 토끼 인형을 받기로 한 날, 그는 길가에서 토끼 노점상을 발견합니다.
참고로 그 노점의 사장님은 타모리인 것 같습니다.
가자마는 노점상의 토끼를 구경하는 와중 불현듯이 여자아이와의 약속을 떠올립니다.
"맞다, 그 애가 토끼 인형을 주기로 했었지?"
그는 여자아이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찾아갑니다.
물론 애가 약속한 것이니만큼 지켜질 확률은 적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까.
하지만 그 여자아이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긴 나도 방금 막 떠올렸는데, 애가 그걸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지...."
쓰게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나려는데,
전부터 벤치에 앉아 있던 소녀가 일어서서 그를 부릅니다.
"저기요!"
"이걸 받아주시겠어요?"
"아, 예...."
남자는 하얀 옷 소녀가 시키는 대로 꽃다발 포장을 풀었습니다.
거기서 나온 것은 바로 토끼 인형이었어요.
아마 상복의 여자아이가 주기로 한 토끼 인형인가 봅니다.
남자는 기이하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갑게 묻습니다.
"너...혹시 그 아이의 언니야? 완전히 닮았어."
"예? 아...예. 뭐, 그런 걸로 해 둘게요. 어쨌든 전 선물을 전해 주려고 온 거니까요."
"그렇구나. 고마워. 오래 기다렸니?"
"예. 조금...."
"아, 그래.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그럼, 데이트 해 주실래요?"
"데이트?"
"예, 다음 주에 저와 데이트해 주세요."
가자마에게는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응, 나라도 괜찮다면...여기서 만나는 걸로 하자."
"약속할게."
그런데 소녀는 그가 내민 손을 가만히 감쌉니다.
"됐어요. 약속하지 않아도, 당신을 믿고 있으니까요. 고마워요."
"어?"
소녀의 말을 들은 가자마는 영문 모를 기시감을 느낍니다.
"자,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소녀는 랄라랄라 하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그리고 가자마는 하얀 옷의 소녀에게서 왠지 신비한 느낌을 받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그는 일주일 동안 하얀 옷의 소녀를 잊지 못합니다.
역시 어린애가 아니라서 그런가 봐요.
그리하야 다음 주가 되자, 가자마는 소녀와 약속한 장소로 찾아갔습니다.
헌데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저번 주에 만난 중고등학생 정도의 소녀가 아니었습니다.
'어...라? 저 정도로 성숙했었나?'
그는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검은 옷의 여자에게 다가갑니다.
"저기요...혹시 저번 주에 만난 적 없어요?"
"기미지마 히사코입니다."
검은 옷의 어른스러운 여성은 자신을 히사코라고 소개합니다.
'이상하다...나와 같은 또래였나?'
가자마는 뭔가 석연찮다고는 생각했지만, 어쨌든 히사코가 예뻤으니까 따지는 걸 그만둡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넌지시 이야기를 나눠 보니,
아무래도 히사코는 전번에 만난 두 소녀의 언니인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두 사람은 그대로 교제를 시작합니다.
"자, 그럼 다음 주에 또 만나자."
"다음 주? 내일은 안 돼요?"
"내일...글쎄...."
"...늦을지도 모르는데...."
히사코는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응? 뭐라고?"
"다음 주까지는 기다릴 수 없어요."
가자마는 그런 히사코가 예뻤습니다.
"그래? 그럼 내일 저녁에 만나자."
덕분에 그는 그 주일 내내 히사코와 만나게 데이트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상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던 히사코가, 문득 우울한 표정으로 가게를 뛰쳐 나갑니다.
가자마는 영문도 모르고 히사코를 쫓아 나섭니다.
"히사코 씨! 무슨 일이야?"
"당신과 함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미안해요."
히사코는 무슨 일인지 대답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합니다.
그는 멀거니 히사코의 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헤어지자고 해서 순순히 헤어지기도 어려운 일이었죠.
왜냐면 그는 이미 히사코에게 푹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이유는 들어봐야겠어.'
그는 굳은 각오를 하고 히사코의 저택에 찾아갑니다.
"히사코 씨!"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우리 이야기 좀 해요."
그러나 히사코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만히 서 있기만 하였죠.
때마침 쏟아지는 폭풍우에 온 몸이 젖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만을 애타게 외칩니다.
"그만둬요!"
히사코는 집 안에서 비통하게 외칩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이유라도 알고 싶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할 거 아냐!"
"부탁이니까 돌아가요. 제발."
수차례 영문 모를 거절을 당한 가자마는 결국 비 맞은 생쥐 꼴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기다려!"
그가 집을 나서려는 때, 히사코는 마음을 바꾸어 그를 쫓아 달려 나옵니다.
"히사코...."
"당신 잘못이 아니야...모두...모두 내가 나쁜거야...."
"히사코, 이제 괜찮...."
히사코는 고개를 젓습니다.
"아냐, 내 말 좀 들어 줘...."
"?"
그렇게 말을 자른 히사코는 조용히 진상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그때, 내 언니가 죽었을 때...그때 불과 열 셋이었어."
"응?"
"언니는 열세 살만 되면 급격히 늙어버려...그런 체질이었어. 어느 시점에서 급격히 늙어...."
"...."
"난 그런 체질이 아닐 거라고 믿었어. 하지만...언니가 늙어 죽은 후 일주일 후에...."
"설마...."
"나도 엄청나게 나이를 먹어버렸어.
언니가 죽고 나서 일주일, 이주일, 삼주일 만에 이렇게 자란 거야."
그 같은 고백에 가자마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그럼 네가 그때 토끼 인형을 주기로 한 그 아이였던 거야?"
"으응. 토끼 인형으로 답례를 하겠단 아이도, 토끼 인형을 전해 준 소녀도, 모두 나야."
"그러니까 이제 알았지? 나도 이제 곧 있으면 늙어 죽을 거야. 그러니까...
나에게 신경쓰지 말아 달란 거였어."
"조금만 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었지만...더 이상 같이 있다가는 당신에게 폐만 끼칠 것 같아...."
"미안해요...하지만 나와 있으면 당신만 힘들 거야. 어차피 곧 있으면 할머니가 돼서 죽을 걸."
"그래도 이젠 괜찮아. 당신과 즐거운 추억이 많이 있으니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줬으니까."
그는 말 없이 다가가서 그녀를 안아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한 달이 지났습니다.
가자마는 히사코와 처음으로 만났던 공원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는 벤치에 앉아 있는 노파의 앞에 섰습니다.
노파- 히사코는 주저하면서 그가 내민 손을 잡습니다.
가자마는 그런 히사코를 데리고 어디론가 걸어갑니다.
히사코의 짧은 시간을 최대한 같이 보내기 위해서....
댓글 : 5 개
- 루즈키
- 2012/09/30 AM 03:25
남자 착하네요 그리고 뭔가 이건 훈훈하잖아? ㅡㅡ;;
- 휴잉
- 2012/09/30 AM 03:40
안타깝게 반전이 없네요
- 아무
- 2012/09/30 AM 03:51
힝...
- 카레보이비빔밥
- 2012/09/30 AM 03:56
'약속하지 않아도 당신을 믿고 있으니까요' 란 말에 뭔가 복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좀 뜬금없네요 ^^;;
그냥 좀 뜬금없네요 ^^;;
- 파킴치
- 2012/10/02 AM 11:26
마지막에 서양인이 동양인으로 늙어버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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