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담] 수석의 추억2017.12.23 AM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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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은 관상용 돌이다.

80년대 말 90년대초쯤 수석 붐이 일면서

나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던 가정집 장식장엔

수석 한 둘은 꼭 있었다.

(응팔의 덕선이 아버지도 수석을 애지중지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 시대상을 표현하는 것과 동시에 

 덕선 아빠도 나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표현한 깨알같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수석 붐이 일자

수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며

가치있는 수석의 경우 몇 백에서 천만원에 이르기도 한걸로 기억한다.

(지금 돈이 아니라 당시 돈으로 말이다. 내 기억에 아파트가 1억을 넘지않았고, 중형차가 천만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다.)

 

누군가는 과시용으로, 누군가는 한탕을 위해

수석 수집에 열을 올렸다.

누가 뭘 주워서 얼마를 벌었다거나 하는 얘기는

당시 꼬마였던 내 귀에도 들릴 정도였으니

상당히 붐이긴 붐이었었나 보다.

 

나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직장동료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말이면 큰 배낭을 둘러메고 멋진 수석을 찾으러 산으로 가셨다.

비록 배낭 가득 담아오신 돌은 대부분 가치 없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때론 자그마한 돌들을 사오시기도 했는데,

가족들을 위해 늘 검소하게 사셨던 아버지의 성격상

아마 가지고 있다가 가격이 더 오르면 파시려는 생각이었으리라.

 

그깟 돌덩이에 무슨 가치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게

수석의 아름다움과 예술성, 가치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수석 붐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거실 가장 좋은 곳에 위치했던 수석들은

어느 순간 먼지만 쌓인채 한 켠으로 밀려났다.

아버지도 더이상 돌을 주으러 가지 않으셨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여전히 수석을 수집하는 사람이 있더라.

하지만 그 가치는 예전만 못하다.

 

어린시절 수석 붐이 커지고 사그라드는 과정이

당시 어린 나에게는 꽤 인상이 깊었었나 보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댓글 : 2 개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죠? 정말 돈이 뭔지..암튼 글을 참 잘 쓰셨네요 수필향 물씬..!
모든 취미가 다 그런 것 같아요. 조용히 잘 즐기고있는데 갑자기 붐이 일어나면 같은 취미가진 사람이 늘어나서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금액에 거품이 껴서 짜증나기도 하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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