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1화.2013.01.09 PM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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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아이템1: 유리 스타크가 명한다. 너희들은 죽어라!

덥고 끈적끈적한 늪지 옆에 위치한 A국 육군의 임시 막사. 막사의 가장자리는 마치 바리케이드처럼 야자수 둥치가 빙 둘러쳐져 있다. 그리고 여러 개의 천막으로 만들어진 막사에 정글 특유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A국이 B국의 내전에 개입한 지 1년째. 3개월 만에 B국의 반정부 세력을 청소하겠다고 장담한 A국은 1년이 된 지금 B국의 게릴라 작전뿐만 아니라, A국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A국의 군인 중 한 명이 나팔을 들고 천막 밖으로 나와,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기상! 전부 기상!”

그 다음 나팔을 입에 대고 두 뺨이 터질 정도로 세차게 불어댔다. 고막을 때리는 나팔소리가 나팔 주둥이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병사들을 마구 토해내야 할 천막에서는, 장교로 보이는 흰 피부의 군인 몇 명만이 슬그머니 기어 나왔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널찍한 연병장과 그 뒤에 늘어선 빽빽한 천막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리고 각 천막에서 장교들 몇 명이 나온 지 한참이나 다음에야, 가장 깨끗한 천막에서 볼링공처럼 생긴 남자가 굴러가다시피 나왔다.

어깨와 왼쪽 가슴에 붙어 있는 대령 계급장. 그리고 J.A 커스터라는 이름이 새겨진 명패와 백열전구 같은 머리가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단 그의 낯빛은 일식이라도 온 것처럼 새카맣기 그지없었다.

커스터 대령은 천막 밖으로 나오자마자, 일단 파이프와 종이 상자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 종이상자에서 담뱃잎을 꺼내 파이프에 넣고, 다른 종이상자에 있는 성냥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연병장을 죽 둘러본 뒤, 담배 연기가 섞인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개새끼들.”

커스터는 파이프를 바닥에 패대기친 다음, 앞에 늘어서 있는 천막이 쓰러질 것 같은 기세로 외쳤다.

“너희들은 아침 점호도 안 하냐! 다들 집합!”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병장은 본국 장교 두어 명과, 방금 나팔을 불었던 병사 한 명만이 어슬렁거릴 뿐. 현지 징집 병들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더욱 크게 일그러트린 것은, 얼마 안 되는 점호 참석 병력들의 행동이었다.
동네 불량배처럼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며 서로 잡담을 한다거나. 포르노 잡지 등을 펼쳐들고서 낄낄대고, 바닥에 돈을 늘어놓고 도박을 벌이는 등. 대령의 명령 따위는 아예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다.

“이 새끼들아! 지금 니들이 동네 양아치야!”

커스터 대령은 곧바로 허리춤에 찬 권총을 뽑아, 바닥에 대고 두어 번 방아쇠를 당겼다. 그제야 장교들은 깜짝 놀라 대령을 쳐다봤다. 하지만 흥미 없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려 각자 제 할 일에만 열중했다. 그러자 대령은 다시 총구를 하늘로 향한 뒤, 탄창이 텅 빌 때까지 허공에 용두질을 쳤다.

“이 새끼들아! 니들까지 그따위로 지랄하면 어쩌자는 거야? 니들이 정신 차려도 전투가 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어디서 불량 고등학생 흉내나 내고 있는 거냐!”

그러자 포르노 잡지를 펼쳐들고 있던 대위가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리는 투로 이죽거렸다.

“아 진짜. 누군 이따위로 구르고 싶어서 그래요? 병사도 없이 전쟁 할 수 있어요 대령님? 그냥 우리끼리 기관총 들고 람보처럼 괴성이라도 지를까요. 예?”

커스터 대령은 낡고 허름한 천막들을 가리키면서, 땅이 뒤흔들릴 정도로 발을 굴렀다.

“이런 씨발! 병사들 여기 있잖아. 왜 병사가 없어! 그리고! 니들이 그 병사들을 잘 이끌어야 할 거 아냐! 이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새끼들 같으니라고! 네놈들은 충성심이고 애국심도 다 갖다 바쳤냐!”

참다못한 일반 사병이 나팔을 두 손으로 잡고 무릎으로 찍어, 두 동강을 내 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장교들은 커스터 대령과 말단 병사를 가리키며 폭소를 터트렸다.

“니미! 우리가 다 죽게 생겼는데 충성심? 애국? 지금 보급도 잘 안 들어와서 총 맞아죽기도 전에 굶어 뒈지게 생겼다! 충성이니 애국이니 떠들려면 최소한 사람다운 삶은 보장해야 할 거 아냐!”

“뭐, 뭐야 이거.”

“우리 다 뒈져도 넌 안전하게 살아남을 거 아냐! 그래서 뚫린 입이라고 나불거리는 거냐! 그게 입이야! 똥구멍이야?”

아무리 전장이라고 해도 상식을 초월한 광경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말단 병사가 지휘관 앞에서 기상나팔을 부러트리고, 다른 장교들은 그 모습을 보며 말리거나 병사를 질책하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릴 뿐이었다. 이에 커스터 대령은 권총을 뽑아들어 병사의 이마 한 가운데에 총구를 들이댔다. 그 다음 멱살을 틀어쥔 뒤 그의 얼굴에 침을 튀겨가며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 너 미쳤어? 전장에서 지휘관 명령에 불복종하는 놈은 총살인 거 알아? 몰라?”

이에 햇병아리 냄새가 날 것 같은 어린 병사는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쏘려면 쏴 봐! 다른 놈들이 가만히 있을지.”

말단 병사의 한마디에 커스터 대령은 곁눈질로 장교들을 죽 훑어봤다. 장교들은 하나같이 커스터 대령을 노려보며 권총이 채워진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고, 심지어 몇몇은 나이프를 뽑아들기까지 했다. 그제야 커스터는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고 바닥에 침을 뱉었다.

“빌어먹을. 본국으로 돌아갈 때 두고 보자!”

커스터 대령은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 밑으로 손을 뻗어 뭔가를 꺼냈다. 질긴 방수팩 포장의 전투식량이다. 그마저도 쥐가 잔뜩 갉아먹은 탓에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다. 덕분에 맨손으로 포장을 찢는 데에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연기나 냄새가 다른 천막에 퍼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데워지지 않은 딱딱한 고기파이와 차가운 칠리 파스타를 삼키다시피 목구멍으로 넘겼다.

“니미. 이딴 쓰레기. 집에만 돌아가면….”

커스터 대령은 수통에 숨겨놓은 독한 술을 단숨에 들이켠 다음, 뱃속이 갑자기 타들어가는 것 같은 불쾌감에 두어 번 헛구역질을 해댔다.

“이 새끼들. 죄다 빨갱이들 아냐. 그 원주민 놈들이랑 짜고 움직이면 어쩌자는 거야!”

최근까지는 본국의 장교들이 현지 병사들을 식량을 미끼로 움직여 왔지만, 그마저도 보급이 뜸해지게 되자 아예 천막 안에 틀어박힌 채 전혀 나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생활한지 거의 일주일 째. 처음에는 굶어 죽기 직전일 텐데도 전혀 나오지 않는 게 신기하다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바로 지난날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덕분에 그 때 몰래 뱃속에 구겨 넣은 음식이 목구멍 끝까지 다시 올라올 뻔 했다.

전날 새벽에 소변을 누러 밖에 갔을 때 우연히 발견한 광경. 천막 앞에 깃털과 가죽, 그리고 뼛조각이랑 잿더미가 제대로 치우지도 않은 채 천막 앞에 잔뜩 널브러진 모습이었다. 도시에서나 살던 귀한 집안 출신 장교들이, 원주민의 도움 없이 야생동물을 잡아먹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커스터 대령은 그 때 고기 냄새조차 맡지도 못했기 때문에 더욱 화가 나 있었다. 그 때 대령의 바지 주머니에 라이터가 들어 있었고, 천막 앞에는 꽉 찬 가솔린 캔이 두어 개가 놓여 있었다. 순간적으로 천막에 있는 병사들을 통구이로 만들까 생각했지만, 그랬다간 자기도 구워질 것 같아 담배에 불을 붙이는 걸로 끝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었다.

“에이 더러운 놈들!”

그 때 일을 다시 한 번 떠올린 커스터 대령은, 아직 반이나 남은 전투식량을 바닥으로 내 쳤다. 그 다음 수통 안에 있는 술을 단숨에 비운 뒤, 곧장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썼다.

“씨발 다 나가 뒈지라고 해!”

그리고 그가 누운 지 채 삼 분도 되지 않아, 이불 위쪽이 심하게 들썩거리며 캐터필러 굴러가는 것 같은 코고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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