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활짝 열린 병원.] 활짝 열린 병원 프롤로그.2013.04.26 PM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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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느 병원의 직원 데스크 현제 시각은 낮 열두시 정각이다. 평범한 직장인들이라면 막 점심밥을 한술 뜰 시각이다. 물론 나도 방금 식판 한 가득 배식 받은 밥에 막 숟가락을 꽂으려 했다. 그런데 그 때 책상 구석에 놔둔 전화가 시끄럽게 울렸다. 나는 수저를 내려놓은 뒤,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2층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립니까?”

아직 이 인사말에 익숙하지 않은지라, 약간 느리게 멘트를 내뱉었다. 그러자 수화기 반대편에서는 다급하다 못해 다짜고짜에 가까운 한마디만 튀어나왔다.

“3층인데 지금 빨리 올라와!”

“예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도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차리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마치 전쟁터 최전선에서 폭격이나 전투기 등의 지원을 요청하는 무전 같았다. 아니 최전선이라고 해도 무전을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보호사의 목소리에 섞여 들리는 욕설과 물건 박살나는 소리 때문에, 아군이 굉장히 불리해 보인다는 인상을 줬다. 나는 대답과 즉시 전화를 끊은 뒤 황급히 문을 열고 계단으로 나갔다. 물론 그 상황에서도 계단 통로로 향하는 문을 잠그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재빨리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3층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건 영화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이었다. 한 환자가 보호사 세 명한테 붙잡혀있는데도 심하게 발버둥 치며 섬뜩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그 모습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귀신 들린 상태였다.

나는 일단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환자의 다리를 정강이로 꽉 눌러 고정시켰다. 내 키가 186cm 그리고 체중이 97kg. 그런 몸으로 체중을 전부 실어 단번에 찍어 누르니, 그가 아무리 귀신 들린 환자라 하더라도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환자가 얼마나 심하게 발버둥을 치는지, 나는 두 번이나 바닥에 나뒹굴었다. 결국 나는 깍지를 끼듯 정강이를 환자 다리 아래에 놓고, 허벅지로 꽉 물린 뒤. 두 팔로 침대 끝을 꽉 잡아 그의 움직임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그 사이에 다른 보호사가 유도복 끈으로 두 다리를 꽉 묶었다. 그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대신 두 팔과 주둥이를 쉴 새 없이 놀려댔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두 팔을 꽉 붙잡아 결국 주둥이만 열심히 나불거렸다.

“놔! 놔달란 말이야!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서 이러는데? 안 놔!”

그 환자는 술에 잔뜩 절어 목이 잠긴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3층 담당 보호사가 낮게 목소리를 내려 깔고 그 환자의 입을 다물게 했다.

“이 새끼야! 입 다물어. 네가 그동안 사람을 얼마나 때렸는데. 너 이러는 게 한 두 번이야? 좋게 넘어가 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그동안 너한테 맞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 그냥 주둥이 싸 물어.”

하지만 그 환자는 보호사의 위압감 가득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심하게 요동치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보호사들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어댔다.

“야! 이 새끼들아!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는 순간 저 환자가 입에서 녹색 액체라도 토하지 않나 싶었다. 또한 내가 담당하는 병동의 M과 대면시키면 어떻게 될까도 생각했다. 아마 저 둘한테는 의사보다는 무당이나 목사님 쪽이 더 잘 먹힐 것 같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내 웃음기를 지웠다.

“이 새끼야! 넌 또 왜 쪼개고 있는데”

그 환자는 결국 내 얼굴에까지 침을 뱉었다. 그리고 며칠은 양치질도 하지 않았는지, 뭔가 썩는 냄새가 나는 침이 내 얼굴 한복판에 찐득하게 묻었다. 나는 순간 환자를 노려봤지만, 환자를 묶고 있던 보호사가 한마디 했다.

“야! 지금 그거 신경 쓸 때야? 환자 꽉 붙잡아!”

덕분에 간신히 화를 가라앉히고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 그 사이 남은 보호사 한 명이 양 팔을 유도복 허리띠로 묶었다. 그 다음 마무리로 흉부까지 끈으로 단단히 묶어, 침대에 묶여있는 환자의 모습이 마치 포장 이삿짐처럼 보였다.

“환자 침대채로 독방에 보내!”

나와 지원 나온 보호사 몇몇이 침대를 손수레처럼 밀어, 환자를 화물 마냥 독방 안에 집어넣었다. 뒤이어 간호사가 진정제 주사를 들고 독방으로 찾아갔다.

“주사 놓겠습니다.”

간호사가 앰플을 꺾어 주사기로 약물을 뽑아낸 뒤, 피스톤을 눌러 공기를 빼냈다. 그걸 신호로 나는 그의 엉덩이를 살짝 비틀었다. 그 다음 간호사가 환자의 바지를 벗기려 하자 그는 간호사에게 침을 뱉으며 욕을 퍼부었다.

“꺼져 이 썅년아! 니가 뭐라고 어딜 손대!”

“닥쳐!”

결국 참다 참다 못 한 3층 담당 보호사가 그 환자가 누워 있는 침대를 주먹으로 세게 쳤다. 그것도 그 환자의 머리맡을 그대로 내리친 것이다. 그제야 그 환자가 입을 꽉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간호사가 그의 엉덩이에 바늘을 갖다 대려고 할 때, 또 한 번 침을 뱉었다.

“이봐! 더 이상 안 되겠어! 그거 가져와!”

3층 담당 보호사가 다급하게 한마디 던지자, 지원 나온 보호사 중 한 명이 간호사 대기실로 가서 가죽 재갈을 하나 가져왔다. 악령 들린 환자도 이쯤 되자 고개를 마구 저어대며 담당 보호사에게 잘못을 빌어댔다.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제발….”

하지만 담당 보호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악령 들린 환자의 입에 재갈을 채웠다. 그제야 악령 들린 환자가 조용해졌고, 간호사는 울먹이면서 환자의 엉덩이에 주사를 꽂아 넣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 쉬었다. 문득 시계를 보니 삼십 분이 훌쩍 넘어가 있었다.

“오늘 점심은 찬밥에 식은 국이구나.”

날이야 무더운 여름이긴 했지만, 바로 등 뒤에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는 십 분만 지나도 밥과 국이 냉장고에 들어 있던 것처럼 찬밥과 냉국으로 변한다. 나는 어깨를 늘어트리며 한숨을 내 쉬었다. 그 때 3층 담당 보호사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의 행동에 맞춰 손을 내밀자 그는 내 손을 꽉 쥐면서 세게 흔들어댔다. 나는 예의상 쓴웃음을 지으며 손에 힘을 풀었다.

“아. 고마웠어. 자네 덩치도 있고 힘도 좋고 쓸 만하네. 앞으로 자네도 다루기 힘든 환자가 있으면 이렇게 다른 보호사들이나 병원 직원 불러서 도움 받아. 저런 환자들은 자네가 아무리 힘이 좋아도 혼자 처리 못 해.”

3층 담당 보호사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굵고 짧게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3층 담당 보호사는 손을 놓아준 뒤, 계단 통로 문을 열어줬다.

“이만 가 보게.”
나는 가볍게 대답한 뒤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막 한 계단 아래로 내려갈 때, 3층 담당 보호사가 다시 나를 불러 세웠다.

“잠깐 기다려봐.”

나는 곧바로 등을 돌려 3층 담당 보호사를 올려다봤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에도 나이에 걸맞게 주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기분 탓인지 지금은 그 주름이 더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자네가 아직 젊기 때문에 하는 말인데. 여긴 이래봬도 정신병원이야.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약간 무뎌질 필요가 있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네 여기서 오래 못 버텨.”

나 역시 다소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곧장 뒤돌아 선 뒤,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그렇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꽤 가파른 언덕 위에 위치한 정신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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