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32013.04.27 PM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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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들! 이젠 장사꾼 새끼들마저 날 희롱해!”

커스터 대령은 점심 무렵이 한참 지나서야 약도에 표시된 가게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종이를 마구 구긴 뒤,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

출발 전에는 약도라는 것만 대충 확인했지만, 나중에 출발하고 나서 약도를 확인해보니. 그냥 세 살짜리 어린애가 종이에 대충 휘갈긴 것 같은 낙서였다. 결국 같은 장소를 다섯 번 정도 돌다가 간신히 찾아낸 상황이었다.

그리고 커스터를 더욱 열 받게 만든 건, 막상 도착한 뒤에 자신이 왔던 길을 확인해보니, 채 삼십분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였다는 것. 그리고 그가 약도를 마구 씹어 삼키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가게의 외관이었다.

옛날 만화영화에서나 볼 법한 비밀기지 같은 디자인의 건물부터 커스터의 넋을 빼 놓았다. 그리고 그 앞의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펫은, 마치 특촬물에서나 볼 법한 특수 분장 소재로 만들어져 있어 마치 괴기영화의 배경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양 옆으로 만화 등에 나올 법한 괴물과 로봇. 만화 캐릭터 등의 등신대 피규어가 줄줄이 서 있었다.

“대체 이게 뭐야? 이게 군수품 상점이라고? 아무리 봐도 장난감 가게로밖에 안 보이는데?”

커스터 바람 빠지는 것 같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운전병에게 그대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간판을 확인하자마자 크게 놀라,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입을 쩍 벌렸다.

‘유리와 아테네의 군수품 매장.’

방금 전 약도가 포함된 편지에 ‘유리’와‘아테네’라는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커스터 대령은 그 건물이 군수품 상점이라는 게 전혀 믿어지지 않아, 몇 번이고 눈을 비벼대며 뺨도 꼬집어봤다.

“뭐, 뭐라고? 여기가 바로 유리 그 인간의 군수품 상점이라고?”

커스터가 한 번 더 눈을 비빈 뒤 간판을 쳐다보자, 뒤집을 수 없는 증거가 나타났다. 간판 밑에서 마치 박 터트리기라도 한 것처럼, 꽃가루가 사방으로 쏟아지는 것과 함께 큼직한 현수막이 펼쳐졌다.

‘환영합니다. 커스터 대령님.’

간판 밑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큼직한 현수막을 보자마자, 커스터는 간질 발작을 일으킨 것처럼 입에 게거품을 잔뜩 물었다. 그리고 권총을 뽑아들고 간판과 현수막을 향해 마구 총을 쏴댔다.

“이런 미친 히피새끼들! 감히 메리아카와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군인한테 장난질을 쳐!”

그 때 커스터 대령의 등 뒤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쯤 해두시죠. 아무리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있지만. 저희들은 폭군까지 왕으로 모시지는 않습니다.”

그와 동시에 커스터 대령의 목덜미에 차갑고 예리한 칼날이 닿았다.

“더 이상 난폭하게 군다면 바로 똥꼬를 걷어 찰 겁니다. 팬티 뒤쪽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자리에 앉아 주시죠?”

커스터 대령은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에 누가 있는지 확인했다. 뒷좌석에는 노란 모자에 노란 정장을 입은 녹색 얼굴의 젊은 남자가, 유달리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고 있었다.

그 옆에는 군용 위장복을 떠올리는 색상의 하이 레그 수영복을 입고, 그리고 위장무늬가 칠해진 스타킹을 입은 젊은 여성이 나이프를 뽑아든 채 커스터 대령에게 흉흉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잠시 이들 세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얼굴에 녹색 페인트를 칠한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커스터 대령님. 제 이름은 유리 스타크라고 합니다. 제 옆에 앉아 있는 이 아름다운 아가씨는 아테네. 대단히 유능한 조수죠. 특히 방금 전과 같은 상황에서 말이죠.”

아테네는 다시 한 번 커스터 대령에게 나이프를 겨눴다. 커스터 대령은 목덜미와 젖꼭지. 그리고 겨드랑이가 시커멓게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려댔다.

‘뭐, 뭐야 이 자식들은! 대체 어느 틈에 뒷좌석에 앉은 거지?’
그러자 아테네가 팔을 길게 뻗어, 커스터의 목 뒷덜미를 칼끝으로 찌르며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마스터께서 인사를 하시는데 안 받고 뭐 하시는 겁니까?”

“아, 아 그래. 마, 만나서 반갑네. 유리 스타크.”

커스터 대령은 뒤로 돌아선 뒤, 손에서까지 식은땀을 흘려대며 유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아테네는 손으로 칼날을 잡아 부러트린 뒤, 그걸 입에 넣고 씹어댔다. 커스터 대령은 눈을 질끈 감았고, 잠시 후 축축하고 따듯하면서도 끈적거리는 감촉이 그의 목덜미와 귓불에 닿았다. 그와 동시에 뭔가 작은 파편이 목과 귀에 붙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커스터 대령이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뜨자, 아테네가 자신의 목과 귓불을 혀로 핥고 있는 것이었다. 커스터 대령이 기겁하며 팔을 마구 휘젓자, 아테네는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뒷좌석으로 돌아갔다.

커스터 대령은 목덜미에 붙은 파편을 손가락으로 집어 확인했다. 그리고 목과 귀에 남은 끈적끈적한 감촉으로 그게 사탕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방금 전 아테네가 아직도 씹어대고 있는 나이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자세히 보니 모양을 정교하게 만든 건 물론, 색까지 그럴싸하게 흉내 낸 ‘장난감 사탕’이었다.

커스터 대령이 그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정신이 빠져 있을 때. 유리는 코웃음을 치며 힘겹게 내민 커스터 대령의 손을 쳐내며 싱글싱글 웃어댔다.

“아 그리고 방금 전 얘기 말입니다. 말은 바로 하셔야죠. 메리아카를 지키는 게 아니라 메리아카의 ‘배불뚝이 기업가’ 여러분들을 지키고.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자본주의’도깨비 시장으로 만든다고 말이죠.”

커스터 대령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손과 유리 스타크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에 유리 스타크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죄 없는 민간인까지 죽이고 약탈하고 강간하는 민주주의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그냥 자본주의라고 솔직히 말하면 편할 텐데 말이죠.”

유리 스타크가 이죽거리면서 말을 늘어놓자, 커스터 대령이 다시 한 번 총을 뽑아들었다.

“이 빨갱이 새끼!”

하지만 유리는 코웃음을 치며 커스터 대령의 총구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리고 아테네는 그 모습을 보며 갑자기 배를 쥐고 미친 여자처럼 목청껏 웃어댔다. 유리는 느긋한 표정으로 커스터 대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그 총 갖고 제 머리통에 구멍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리고 유리는 남은 한 손으로 커스터 대령을 향해 총을 겨눴는데, 커스터 대령은 그 총이 자신이 방금 뽑았던 간부용 권총이라는 걸 알자마자 크게 기겁했다. 그리고 커스터가 자신이 쥔 총이 총알 대신 사탕으로 만들어진 장난감 총으로 뒤바뀐 것을 확인했다. 커스터 대령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곧바로 총을 바닥에 내려놓았고, 뒤이어 두 손을 머리 위에 얹었다.

그러자 아테네는 커스터 대령이 내려놓은 총을 주웠다. 그리고 약간 나른해 보이면서도 탐욕이 배어 있는 표정으로 커스터 대령을 힐끗 쳐다보며, 혀를 길게 내밀고 신음소리를 흘려가면서 총신을 열심히 핥아 먹었다. 평상시의 커스터 대령이라면 그 모습에 발딱 세웠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닌지 다리 사이가 아주 잠잠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옆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는 유리의 눈치를 살피며 식은땀만 흘려댔다.

“자 이제 비무장 상태니까 그만 발끈하시고 순순히 따라와 주실 거죠?”

유리는 씩 웃으며 공이치기를 젖혔다. 그 때 금으로 때운 앞니 테두리 부분이 드러났다. 비만 쏟아지면 제법 분위기 있겠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머리에서 김이 피어오를 정도로 뜨거운 햇볕을 쏟아 붓고 있었다.

단 커스터 대령은 유리 스타크의 이를 보자마자 비가 쏟아지는 것 같은 착각과 함께 오한이 일었다. 그리고 순순히 일어나, 그의 가게로 걸어갔다. 그리고 유리는 그의 등에 권총을 들이대며 천천히 따라갔다.

“이런 씨발!”

커스터 대령은 유리의 가게에 발을 들인 순간. 한숨 섞인 욕을 내뱉었다.


댓글 : 1 개
루리웹에 이런 곳이 있었군요. 오늘 덕분에 알고 친구신청도 하고 이렇게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소설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소설은 프롤로그만 보면 알 수 없으니까 주욱 읽다가 어느덧 세번째 편까지 왔네요. 정말 재미있어요^^. 센스가 뛰어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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