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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름다운 구속] 아름다운 구속 82013.04.30 PM 10:31
숙소 로비로 들어가니, 과대표와 조교가 학생들을 세워놓고 각자 들어갈 방을 배정했다. 내가 은근슬쩍 줄에 끼어들자, 조교가 귀신같이 그걸 알아차리고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내 귀를 세게 잡아당겼다.
“야 C 너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데? 하여튼 이게 계속 처음부터 문제를 저지르더니, 그래도 K가 너 챙겨준다고 해서 찾아온 거라고. 알아? 이거 진짜 골치 아픈 놈이네.”
그러자 ‘킹콩’이 앞으로 나서면서, 사내대장부 같은 씩씩한 투로 조교에게 부탁했다.
“조교님 제 얼굴 봐서라도 봐주세요.”
K의 말 대로면 내 귀가 찢어지거나 척추가 뽑혀 나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조교는 내 귀를 놓아주면서 한마디 했다.
“이거 봐. 얘가 얼마나 착하냐. 너 같은 꼴통한테 이런 애가 온 것 만 해도 충분히 복 받은 거야.”
나는 조교의 멱살을 틀어쥐고 싶은 생각에, 손톱자국이 남고 빨갛게 부어오르기까지 한 귀를 부여잡으며 얼굴을 확 구겼다.
‘아니 오늘 아침에 벌어진 난동이 누구 때문에 벌어졌는지 못 봤나? 다들 눈이 삐었나. 아니면 짜고 날 잡아먹으려는 거야?’
조교는 다시 자리로 돌아온 뒤 학생들에게 추가 공지를 전했다.
“어쨌건 방을 배정하긴 했지만, C가 너무 늦게 기어 들어왔으니까 다시 방 배정한다.”
조교의 한마디에 다른 학생들은 일제히 나를 노려보았고, 나는 입을 쩍 벌리며 멍한 표정으로 조교와 다른 학생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들의 눈매가 더욱 사나워지자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팍 숙였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만한 건, 내 방은 킹콩을 포함한 네 마리 괴물과 따로 떨어져 있다는 것 정도였다.
“니미 씨발 신이시여 개같이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시달리게 하고서 이제야 좀 편하게 해 주다니.”
방 배정이 끝난 뒤. 나는 화장실 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군 시절 디스크에 걸린 채 유격을 뛰고, 아르바이트 도중 추락 사고를 당했을 때조차도 찾지 않던 신을 찾아가며 욕을 퍼부었다.
화장실에서 오래 묵은 큰 것 대신, 오늘 하루 종일 쌓인 울분을 쏟아낸 다음. 배정받은 뒤 방으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은 그새 벌써 친해진 사람끼리 방에 모여서 술자리를 벌였다. 그리고 각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쏟아 내거나, 게임 등을 하기도 했다. 내가 있는 방에서도 몇몇이 모여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했다. 내가 사람들 틈에 끼어 입을 열려고 할 때마다 다들 슬슬 도망가거나 입을 닫기 일쑤였다. 결국 나는 방구석에 웅크려 앉은 채 친구와 문자만 주고받았다. 그 도중. 동기 중 한 명인 ‘빡빡이’가 던진 한마디에 슬슬 내 주변에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야 너 오래간만에 복학한 거니까 교수님한테 얼굴도 좀 비춰봐야 하지 않아?”
자기들끼리만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기 중에 군을 전역하고도 백열전구 머리를 하고 다니는 녀석. ‘빡빡이’ 내게 말을 던졌다. 생각해 보니 곧 졸업이기 때문에, 교수님께 얼굴도 자주 비추고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추가로 지금 이 방에서 혼자 박혀 있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지금 다시 생각하면 뜯어 말리고 싶을 정도로 잘못된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빡빡이’의 뒤를 따라 교수님이 계신 방으로 옮겨갔다.
‘빡빡이’를 따라 교수님이 계신 방 문 앞까지 가자, 빡빡이는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화장실로 가 버렸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별 생각 없이 문을 두어 번 가볍게 두들겼다. 잠시 후 조교가 문을 열고 나와,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한마디 던졌다.
“야 넌 또 뭐냐? 뭣 때문에 들렸는데?”
문을 열자마자 짜증부터 내는 조교 때문에, 나는 곧바로 뒤돌아섰지만. 그 때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기다려봐. 혹시 C 아냐? 안 그래도 마침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잘 되었네. 어서 불러 들여와.”
교수님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나는 평소에 남학생들을 심히 배척하는 그 교수님의 성격이나, 오늘 아침의 행동을 봐서는 꽤나 의외라고 생각했다. 어쨌건 나는 교수님에게 깍듯이 인사한 뒤 과대표와 조교가 펼쳐 놓은 술자리에 참석했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교수님.”
내가 자리에 앉자, 교수님은 아침에 있었던 일은 죄다 잊어버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술병을 집어 들었다. 나는 잔을 들어 술을 받을 준비를 했다.
“오 그래. 정말 오래간만이구나. 너 군대 다녀와서 정신 좀 차렸냐? 오늘 아침에 한 걸 보면 여전한 것 같긴 한데 올해는 좀 멀쩡하게 1년 보내자.”
“예.”
교수님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내가 교수님이 주는 술을 받아 그대로 마시려 할 때. 천둥 벼락이 내리치는 것 같은 웃음소리가 두터운 철문을 뚫고 들어왔다. 나는 그 웃음소리에 놀라 술을 마시다 채해, 한참 동안 가슴을 두들겼다. 그리고 교수님은 순간 인상을 팍 구기다가, 이내 웃는 표정으로 바꾸면서 내게 한마디 했다.
“야 너 사내자식이 그 큰 덩치가 아깝지도 않냐? 간은 쥐콩만해가지고 이런 데에 크게 놀라? 오늘 아침에만 해도 미친놈처럼 난동 부리던 C 맞아?”
역시나 교수님이 그 일을 잊고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남은 술을 한 입에 털어 넣으며 얼굴을 확 찌푸렸다.
“그건 그렇고 저 웃음소리 어디에서 나온 거야?”
교수님의 질문에 조교가 준비되었다는 듯 낼름 대답했다.
“아무래도 울리는 게 큰 거 보니까 반대편 끝 방에서 나온 것 같은데요.”
교수님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신음소리를 내다가, 결국 한마디 던졌다.
“그러면 끝에 있는 방에 가서 방금 웃은 사람 여기로 불러 와라.”
그 때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금방 소변을 보고 있는 사람처럼 온 몸을 떨었다. 그러자 조교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바깥으로 나가는 시늉을 했다.
“니가 한 번 가 봐라.”
마음 같아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교수님 앞에서 대놓고 못 가겠다는 말은 할 수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복도로 나가 반대편 끝에 있는 방의 문을 두들겼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온 건 낮에 나를 개처럼 끌고 다녔던 바로 그 괴물 ‘킹콩’이었다.
댓글 : 2 개
- 침대님
- 2013/04/30 PM 10:54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자작이신가요?
- RGM-79 SP
- 2013/04/30 PM 11:17
100%자작이긴 한데 숨겨진 비화가 있습니다 이건 시즌 2까지 종료할 때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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