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002013.05.01 PM 09:03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리뉴얼)

프롤로그 예고편: 누군가는 돈과 명예를 얻고자. 다른 누군가는 그저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몇몇 이들은 단순히 즐길 생각으로 뛰어드는 일 그것의 공통점은 단 하나. 두 손을 피로 물들여간다는 것. 지금 이곳에서도 피를 뒤집어쓴 흉포한 광전사가 날뛰고 있다.

낙원의 문: 오늘의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라.

그의 울부짖음은 분노인가 아니면 환희인가?

파라다이스로 가는 길: 오늘의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라.

짐승의 눈동자 같은 보름달이 떠 있는 늦은 밤. 한 여성이 가로등 하나 없는 철거 현장 한복판을 서성이고 있다. 이곳은 지금 SLH 그룹의 재개발 계획으로, 원주민들이 강제 추방당한 달동네 거리였다. 그녀는 반쯤 박살난 2층 건물 안으로 서서히 발을 들이는 중이다.

양아치나 조직폭력배들조차 꺼리는 재개발 지역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부터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게다가 달빛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인간의 모습을 약간 벗어나 있었다.

지나치게 길고 예리한 손톱. 입술 밖으로 살짝 튀어나온 송곳니와, 보름달과 비슷한 샛노란 눈동자. 그리고 머리 위에 붙은 개와 흡사한 귀. 또 치마 아래로 드러나는 여우 꼬리. 마치 인간의 몸뚱이에 짐승의 일부를 끼워 맞춘 것 같았다. 그것만을 제외한다면 그녀의 모습은 고리국의 설화에서나 전해 내려오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그녀는 그 고운 얼굴이 주름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 했다. 그만큼 철거하다 남은 판자촌의 모습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그이가 이 안에 있는 건가?”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이내 눈을 부릅뜨며 거대한 생물의 뼈대 같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뭔가 찾는 것이라도 있는 모양인지, 사방을 둘려보며 뭔가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서 손톱을 질끈 씹었다.

“설마 여기로 끌려간 건가? 여기에서 더 진한 냄새가 풍기고 있어. 게다가 피냄새까지….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해!”

그녀는 ‘그 냄새’를 쫓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까지 달려갔다. 그리고 계단을 반쯤 올라갔을 때,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철거중인 건물이라고 해도 벽에 지나치게 잔금이 많이 가 있는 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녀는 황급히 등을 돌려 달아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벽에서 거미 모양의 기계 여러 대가 튀어나와, 여성 몬스터의 농익은 배 같은 가슴과 풍성한 엉덩이. 그리고 매끄러운 허리 등에 달라붙었다. 뒤이어 사방으로 스파크가 튈 정도의 고압전류를 그녀의 몸에 흘려보냈다. 그녀는 그대로 굴러 떨어지면서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질러댔다.

살아있는 몬스터의 생체 에너지에 반응하는 고압전류 트랩. 일렉트릭 웹이다. 어린아이 주먹 크기밖에 안 되지만, 최대 출력으로 놓을 경우 몬스터의 모든 체내 수분을 증발시킬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그리고 이 장비는 몬스터를 포획하기 위해 다른 몬스터의 시체를 재 가공해 만든 기계장치였다.

나인 테일이 일렉트릭 웹의 고압전류에 타들어가는 도중, 그녀의 머리 위로 먹구름 같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것은 묵직한 기계 갑옷을 걸친 거인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장갑차를 그대로 인간의 몸에 붙인 것 같은 각진 형태였다. 마치 전차 포탑에 카메라와 방진 마스크. 무전기 등을 붙여놓은 형상의 투구. 더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박격포의 포신을 떠올리게 하는 굵직한 팔뚝 부분의 장갑과, 다련장 미사일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십자가가 전부였다.

통칭 메탈. 몬스터 박멸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 아미레이아 국의 군수업체가 최초로 개발한 대 몬스터 병기다. 인간의 방어력과 근력을 증폭시키는 기계식 갑옷으로, 전쟁을 대비하는 군인들이나 몬스터를 퇴치하는 성전사의 기본 장비이기도 했다. 단 그 남자가 걸친 메탈은 성전사를 상징하는 소속 교단 마크나, 특정 부대의 스텐실 따위는 일절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그 성전사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용사 드랑크르. 인신교의 개!”

인신교. 그것은 51년 전. 오카모토 마사오라는 남자가 군사 쿠데타로 고리국의 권력을 잡고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풍요롭게 살자’라는 교리를 내걸면서 창조한 고리국만의 신흥종교다.

민주화의 바람이 불며 잠시 주춤한 적도 있었지만, 현제 마사오의 딸인 오카모토 카네코 대통령. 아니 여왕이 고리국을 입헌군주제로 바꾼 이후. 고리왕국의 국교로 다시 세워졌다. 그리고 그 인신교를 따르면서 인신교가 지정한 ‘이단’들을 정화시키는 임무를 받는 갑옷 기사들을 성전사라고 부른다.

그리고 몬스터의 앞에 서 있는 기계 갑옷을 입은 남자는, 그 성전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용사 드랑크르. 그리고 그 기계 갑옷을 입은 사내의 어깨에는, 피투성이가 된 한 남자가 얹혀 있었다. 그녀는 드랑크르의 어깨에 걸쳐진 남자를 본 순간 힘겹게 손을 뻗으며 절박한 투로 물어봤다.

“당신 설마 그 사람과 함께?”

전차 같은 기계 갑옷. 메탈을 두른 자. ‘드랑크르’라 불린 용사는 아무 대답 없이 묵묵히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그 다음 주먹을 쥐고 오른손의 손목을 안으로 젖혔다. 그 다음 주먹을 꽉 움켜쥐자마자, 맹수의 포효 같은 폭음과 함께 오른쪽 손목 윗부분의 박스에서 오렌지색 화염이 치솟았다.

그와 동시에 사람 눈알 크기의 슬러그탄이 그녀에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몸에 붙어 있던 고압전류 트랩이 사방으로 파편을 흩뿌리며 전부 박살나 버렸다. 필립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몬스터를 발로 걷어 차 날린 뒤, 바닥에 쓰러진 그녀의 옆에 만신창이가 된 남자의 몸뚱이를 던졌다.

“이 친구를 찾고 있던 거냐? 네가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온갖 고문을 당했지. 어때 먹음직스럽게 요리되지 않았어?”

그 남자의 얼굴은 온갖 고문 흔적에 잔뜩 뒤덮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문드러져 있었다. 그는 뙤약볕에 내놓은 개구리처럼 숨을 헐떡이며, 그녀를 향해 팔을 뻗었다. 하지만 팔이 채 반도 올라가기 전에 끈 떨어진 꼭두각시 마냥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데도 네년이 사는 소굴을 끝까지 불지 않았지. 그러니까 교단의 이단 심문관 나으리께서 이렇게 먹음직하게 칼집도 내고 살짝 구워줬다고. 자 너도 한 입 먹어보라고!”

전차 같은 갑옷을 걸친 드랑크르는, 나인테일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 다음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뒤, 머리통을 남자의 가슴 한 복판에 갖다 박았다.

“몬스터라는 족속들은 자기 애인의 피와 살을 가장 즐겨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안 처먹는 건데? 빨리 처먹으라고! 으하하하!”

그 한마디에 몬스터는 억지로 고개를 들어, 한참 동안 드랑크르의 얼굴을 노려봤다. 드랑크르는 남자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며 으름장을 놓았다.

“뭘 꼬나보는 거야! 먹기 싫으면 더 먹음직하게 골통을 박살내줄까?”

나인테일은 드랑크르의 손을 쳐냈다. 그러자 드랑크르는 씩 웃으며 손목을 뒤로 젖혀, 오른팔에 장착된 산탄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나인테일이 필립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송곳 같은 이를 드러낸 뒤, 남자의 목덜미를 단번에 물어뜯었다.

뒤이어 드랑크르가 쏜 탄환이 목이 물어뜯긴 남자의 머리통을 토마토 마냥 짓이겨 버렸다. 그리고 골편과 뇌수 일부가 그녀의 얼굴에 튀었다. 그러자 드랑크르는 일부러 투구를 벗어던진 뒤, 그녀의 귀에 들어가도록 일부러 손뼉까지 치며 큰 소리로 비웃었다.

“으하하하 결국 그럴 줄 알았어. 그럴 줄 알았다고! 이런 저능한 몬스터니까 우리한테 사냥이나 당하는 거라고 으하하하!”

나인테일은 두 눈과 입에 피를 묻힌 채, 비웃음을 흘리는 드랑크르를 노려보았다.

“너 같은 새끼한테 더렵혀질 바에는 내 손으로 끝장내는 게 차라리 나아! 그리고 네놈도 절대 살려두지 않을 거라고!”

용사 드랑크르는 굵직한 시가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나인테일의 얼굴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이죽거렸다.

“참 갸륵하군 그래 으하하하! 그런데 그놈의 피 맛은 좋던가? 누린내 나는 여우 년?”

그러자 나인테일은 드랑크르에게 손톱을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드랑크르는 씩 웃으며 발뒤꿈치에 체중을 실었다. 그러자 부츠에 장착된 스파이크 롤러가 역회전하면서, 매끄럽게 뒤로 빠져나가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

“오우! 역시 이 정도는 해야 네년 같은 괴물새끼를 잡아 죽이는 맛이 있지.”

드랑크르가 방금 전 나인테일의 손톱에 긁힌 뺨에 손을 갖다 댄 뒤, 자신의 피가 묻은 손가락을 흔들어대며 그녀를 도발했다.

“이리온 멍멍이. 여기 네년이 좋아하는 피가 있다 이리 와서 핥아 먹으라고!”

나인테일은 다시 한 번 손톱을 세운 채 드랑크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드랑크르가 씩 웃으며 담배를 바닥에 뱉는 것과 동시에, 바닥에서 맹수의 이빨 같은 덫이 튀어나와 그녀의 발목을 짓씹었다. 그리고 그녀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자, 바닥에서 무수한 창살과 칼날이 튀어나와 그녀의 몸을 꿰뚫었다.

손톱은 손가락 채 날아가고, 팔과 다리는 죄다 찢겨진 채 창살에 꿰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죽지 않고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드랑크르를 노려보았다.

“이 더러운 놈!”

드랑크르는 다시 담배 하나를 물고 느긋하게 걸어가, 그녀의 머리통을 바닥에 짓찧었다. 그리고 불을 붙인 뒤 씩 웃으며 왼팔을 흔들었다. 왼팔 팔등에서 상어 등지느러미 같은 칼날이 길게 뻗어 나왔다.

“멍청한 년. 너 정도의 괴물을 잡는데 함정이 하나밖에 없을 줄 알았냐? 그럼 네년 애인 곁으로 잘 가라고!”

드랑크르는 입 끝을 죽 찢어 올리며, 왼팔에서 뻗어 나온 빛의 칼날로 그녀의 목을 내리 찍었다. 그리고 나인테일의 목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먼저 간 연인을 만나게 되는 것으로 종족간의 차이를 초월한 사랑이 끝나버렸다. 그리고 그 둘을 먼 곳으로 보낸 드랑크르는 허리춤에 매달아 둔 큼직한 자루에, 이미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그녀의 시체를 담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걸로 밥벌이는 끝이로군. 오늘의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도록 하지 누린내 나는 여우 년. 으하하하!”
댓글 : 0 개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