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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름다운 구속] 아름다운 구속 122013.05.02 PM 10:32
그리고 그날 밤. 나는 E가 내 옆으로 오기를 기다렸지만, 정작 E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 옆에는 ‘킹콩’이 내 접시에 올려놓은 안주를 다 뺏어먹으면서, 담배까지 피워대고 있었다. ‘촐싹이’와 ‘마담 뚜’까지 내 옆에서 나란히 솜사탕을 불어대고 있었다. 나는 기침을 해대면서, 담배연기를 안주삼아 술만 계속 들이 부었다.
“그럼 그렇지. 내 삶이 이 모양이지.”
나는 차라리 빨리 들이붓고 쓰러지자는 생각으로, 계속 술잔을 기울였고. ‘킹콩’은 술도 따라주지 않고, 자기 혼자서 술과 안주를 마구 쓸어 담으며. 이따금씩 내 쪽으로 담배연기를 뿜어댔다. 이에 질세라 나 역시 술 한 잔 비울 때마다 담배연기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 왜 그렇게 불안해 보여? 잠깐 나하고 바람 좀 쐬러 갈까?”
문득 ‘킹콩’이 눈을 번득이면서 내 팔을 꽉 붙잡았다. 나는 그 인간의 팔을 쳐내면서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됐어! 화장실에 갈 거니까 따라오지 마!”
그러자 킹콩 역시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이를 드러낸 채 낮은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설마 E한테 가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C 선배는 나하고만 있어야 해. 알겠어!”
이런 상태로는 또 한 번 푸닥거리를 요란하게 치를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때 후배 한 놈이 괴로운 표정으로 배를 쥐면서 일어났다.
“저기 C선배. 저도 같이 갈게요. 배가 아픈데 저는 위치를 잘 모르거든요. C선배는 몇 번 다녀와서 잘 아시죠?”
급해 보이는 표정으로 일어난 녀석은, 어제 비위생적인 대사건을 일으켜 과의 유명인사가 된 ‘지푸라기’였다. 그러자 ‘킹콩’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순순히 허락해줬다.
“그래 다녀와. 후배가 배가 아프다는데 선배가 길 안내 정도는 해줘야지.”
원래대로라면 ‘네가 다녀와!’라고 하면서 화를 냈겠지만, 나는 일단 귀를 의심했다. 그러자 ‘지푸라기’가 허리와 엉덩이를 뱀처럼 꼬아대면서 식초를 한 사발 들이킨 표정을 지었다.
“C선배 저 지금 급해요.”
그러자 ‘킹콩’이 다급히 나와 지푸라기의 등을 밀었다.
“선배 얘 어제처럼 여기다가 일 치르겠다. 빨리 다녀와.”
이쯤 되자, 나는 의심이고 뭐고 간에 ‘지푸라기’ 녀석을 잡아끌고 방 밖으로 나갔다. 어제 이불 위에 비둘기용 빈대떡을 한 장 부쳤던 전과가 있던 만큼. 이번에는 카레를 한 사발 쏟아낼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결국 나와 ‘지푸라기’는 화장실로 갔고, 나는 지푸라기를 화장실로 보낸 뒤. 슬그머니 화장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됐다! 됐다고! 드디어 나갔어!”
나는 곧바로 E가 새로 배정받은 방으로 갔다. 여학생이 새로 들어오거나, 혹은 괜찮다 싶으면 우선 술자리에서 옆자리에 앉히는 교수님의 습관 덕분에. 오히려 E가 어느 방에 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고, 또 아무리 ‘킹콩’이라도 교수님과 조교 앞에서까지 난동을 부릴 리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생각까지 미치자. 슬슬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내가 환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문을 열려고 할 때. 뭔가가 뒷덜미를 세게 낚아채는 걸 느꼈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킹콩’이 당장에라도 날 입 안에 털어 넣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노려보고 있었다.
“선배 내 그럴 줄 알았어. 선배 제정신이야? 내가 뭐가 부족하다고 그 싸이코를 만나러 가는 건데?”
킹콩은 내 멱살을 틀어쥔 뒤, 95kg나 되는 몸뚱이를 마치 여름 담요처럼 가볍게 흔들어댔다. 나는 마치 빨랫줄에 걸린 것처럼 발이 허공에 뜬 채, 개헤엄을 치듯 버르적거렸다. 그리고 덜미를 너무 세게 틀어쥔 덕분에 얼굴이 삶은 문어처럼 새빨갛게 익었다.
‘씨발 넌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넘쳐서 문제라고.’
‘킹콩’은 눈이 새하얗게 까뒤집히기 직전인 나를 내려놓았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킹콩이 내 몸 위에 올라타려는 듯 엎드리면서 내 귀에 입을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번 한번만 봐주겠어. C선배. 다시는 E의 근처에도 가지 마. 아니 저 말고 다른 여자들한테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고. 알았지?”
그리고 그 때,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반대편 끝 방에 있어야 할 ‘지푸라기’가 킹콩 뒤에서 슬그머니 나타나, 내게 미안하다는 듯 몇 번 손을 싹싹 비비더니. 발소리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불길한 예감에 뼛속까지 얼어붙는 것 같은 오한이 들었다.
“이제 들어가자 선배.”
킹콩은 나를 한 팔로 꽉 조인 채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나를 어깨에 들쳐 메고 유유히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킹콩에게 들쳐 업힌 채, 뱃속이 쿡쿡 찌르는 것 같은 고통에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씨발 살려줘! 제발 살려달라고!’
어제부터 이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이제는 셀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나와 킹콩이 방에 들어가자마자, 미리 기다렸다는 듯 ‘촐싹이’와 ‘후레자식’과 ‘마담 뚜’ 그리고 ‘지푸라기’까지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팔 다리를 꽉 붙잡았다.
“뭐야! 다들 대체 뭐 하는 짓이냐고?”
“다물고 있어 새끼야!”
‘후레자식’은 씩 웃으면서, 내 입에 며칠 묵힌 똥처럼 역겨운 냄새가 풀풀 풍기는 여자 속옷을 쑤셔 넣으며 입까지 막았다.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날카로운 소리로 웃어대며 한마디 덧붙였다.
“이거 K선배 속옷이라고. 나만 당할 순 없지!”
그 말을 듣는 동시에 내 뱃속에서 뜨거운 게 치밀어 올라,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그리고 잠시 후 뜨듯하고 시큼한 액체가 내 입가를 적셨다. 그러자 ‘후레자식’이 손을 떼었고, 동시에 내 입에서 누런 위액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후레자식’이 사진을 찍으면서 한마디 던졌다.
“에이 씨발 더러운 새끼. 어디다 뭘 흘리는 거야?”
역류해온 위액에 식도가 상했는지 결국에는 피까지 토했다. 그런데도 ‘후레자식’은 즐겁다고 낄낄거리며 웃어댔다. 그리고 잠시 후. 킹콩이 어디서 굵직한 로프 하나를 구해오더니 그걸 자기 발목에 묶었다. 그리고 뒤이어 반대편 끝으로 내 발목을 묶은 뒤, 애들처럼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C선배. 이걸로 안심할 수 있겠네. 앞으로도 항상 이렇게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씨, 씨발. 차라리 목줄을 채우고 다닌다고 해라 미친 년.’
그리고 K는 내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낸 뒤, 바지 지퍼를 열고 팬티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지퍼를 닫으며 한마디 했다.
“혹시라도 엉뚱한 곳에 전화라도 하면 곤란해지니까 말이야. 굳이 전화하고 싶다면 직접 꺼내가 봐 C 선배.”
‘킹콩’의 웃음 섞인 말에 결국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뇌가 녹아내릴 것 같은 현기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오줌보가 터질 것 같은 고통에 다시 정신이 들었다. 킹콩
“선배! 어디 가는 거야? 여기 있어야지. 설마 E라도 만나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해. 걔 사이코니까 만나지 말라고.”
“아 진짜! 이번에는 진짜 화장실이란 말이야 그만 좀 해!”
그러자 얼큰하게 취한 ‘후레자식’이 나한테 페트병을 던지며 비아냥거렸다.
“여기다가 싸면 되잖아 새끼야.”
‘후레자식’이 던진 페트병은 우선 나한테 맞고 튕겨나가, 하필이면 킹콩의 머리를 맞췄다. 게다가 페트병 안에 약간 남아 있던 콜라가 킹콩의 머리를 적셨다. 그와 동시에 ‘킹콩’이 ‘후레자식을 가볍게 들어 올려 벽에 패대기쳤다. 그리고 코끼리 같은 발로 ’후레자식‘을 호떡이 될 정도로 마구 밟아댔다.
“이게 진짜! 장난을 쳐도 정도가 있지! 좀 작작 하란 말이야! 니가 그딴 식으로 행동하니까 군대 면제나 받았지. 너 때문에 C 선배가 자꾸 도망가려고 하잖아! 이 개 쓰레기 같은 새끼야!”
그 괴물의 분노가 나한테도 튈 것 같아,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잔뜩 웅크렸다. ‘킹콩’은 이미 납작해질 대로 납작해진 후레자식의 머리통을 발로 몇 번 찬 다음에야,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C선배. 진짜 화장실에 가는 거야?”
‘킹콩’이 실실 웃으면서 느긋한 투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에 잔뜩 질려, 금방이라도 바지를 적실 것 같았다. 그리고 ‘후레자식’은 얻어 터져서 얼굴이 퉁퉁 부은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든 채 나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나는 결국 킹콩에게 무릎까지 꿇고, 손바닥을 싹싹 비벼가며 부탁했다.
“화장실에 가는 거 맞아. 이젠 갈아입을 옷도 없다고. 그러니까 그냥 같이 따라가 주면 안 되겠어?”
‘후레자식’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마구 사진을 찍어댔고. 이에 ‘킹콩’은 입맛을 다시면서 끈적끈적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머 C 선배. 너무 야하잖아. 여자한테 같이 화장실에 가달라고 하다니. 뭐 선배가 하는 부탁이니까 따라가 줄,게.”
‘킹콩’은 드럼통 같은 몸뚱이를 비비 꼬다가 ‘줄,게’에서 눈을 찡긋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팬티 앞쪽이 약간 축축해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괴물 한 마리를 달고 화장실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킹콩은 화장실 안까지 따라 들어와, 내가 소변을 보는 모습을 살짝 훔쳐보려 했다. 결국 좌변기 칸으로 들어간 뒤, 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야 안전하게 일을 치를 수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다녀온 직후. 이번에는 ‘킹콩’의 뱃속에서 하수구 내려가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이내 배를 붙잡고, 호두처럼 쭈글쭈글한 얼굴에 잔뜩 주름을 잡았다.
“C선배. 이젠 내가 급한데. 같이 따라가 줘. 큰 거라고 큰 거!”
이에 나는 기회다 싶어, 눈을 부라리며 큰소리를 쳤다.
“미친! 나더러 경찰서로 가라는 거냐? 미친 소리 하지 말고, 여기서 똥 지리기 싫으면 빨리 줄 풀어!”
그러자 킹콩이 나를 노려보면서 으르렁거렸다.
“선배 그러면서 줄 풀자마자 또 E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내가 그렇게 놔둘….”
킹콩의 뱃속에서 다시 한 번 하수구 물 내리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말을 다 끝맺지도 못하고 무작정 화장실로 달려갔다. 물론 내 다리에 묶여 있는 줄은 전혀 풀지 않은 채 말이다. 그리고 나는 액션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토바이에 발이 묶인 채 끌려가듯 킹콩에게 끌려가. 내 등판으로 화장실 바닥을 걸레처럼 이리저리 문질렀다.
“이, 이런 미친! 야! 풀어! 빨리 풀란 말이야!”
하지만 킹콩은 내 말 따위는 듣지도 않고, 곧장 좌변기 칸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문이 닫히는가 싶더니. 가죽피리 찢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 썩는 냄새가 단번에 확 풍겨왔다.
‘씨, 씨발. 코가 녹아내릴 것 같아.’
나는 화장실 바닥을 마구 긁어가며 내 코를 찌르는 악취를 간신히 참아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걸쭉한 게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자, 또 한 번 헛구역질을 하며 화장실 바닥을 긁었다. 결국 다섯 번이나 헛구역질을 해댄 끝에 악취에서 해방될 수 있었지만, 내 발목에 묶여 있는 굵은 로프는 결국 새벽쯤에나 풀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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