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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72013.05.04 AM 09:37
다음날 아침. 커스터 대령은 아침 참새소리 대신, 병사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에 잠이 깼다. 전날 밤 머리통이 터져라 호루라기를 불어댄 탓인지, 머릿속이 마치 방울이라도 된 것처럼 마구 울려댔다. 커스터 대령은 걸레를 빠는 것처럼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 짠 뒤, 피로에 쩔은 표정으로 천막을 걷었다.
“하여튼 이것들은 적당히 즐긴다는 것도 모르고 있어. 아침까지 술이랑 약에 찌들어있으면 어쩌자는…. 헉!”
커스터 대령은 천막을 걷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참상에 몇 분 동안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전날 밤만 하더라도 윤기가 흐르고 이슬까지 맺혀 있던, 식재료나 음식들이 썩어 문드러진 채 마치 퇴비 마냥 연병장 바닥 여기저기에서 질척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밖에 나와 있는 병사들이 그 썩은 음식물들을 쉴 새 없이 집어 먹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병사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머니가 갓 해준 음식을 먹는 것처럼 만족감에 녹아내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들이 표정을 본 커스터 대령은 몸서리를 치며 호루라기에 손을 뻗었다.
“이, 이런 미친놈들!”
커스터 대령은 호루라기를 불까 했지만, 하루에 세 번 밖에 쓸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결국 호루라기 대신 권총을 꺼내 허공에 한 발 쏘려다가, 갑자기 뭔가 떠올리며 멈칫했다.
‘서, 설마 그놈들도?’
그는 권총을 다시 허리춤에 꽂은 뒤, 곧장 장교 전용 천막으로 향했다.
“우윀!”
커스터 대령은 천막을 열어젖히자마자, 방금 전 썩은 음식물을 삼키던 병사를 봤을 때도 나오지 않던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그동안 여러 전장에서 못 볼꼴을 많이 봐 왔던 커스터 대령이다.
아고리 국 내전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참상을 머릿속에 새겨왔었다. 왕족 출신의 무능한 대통령이 권력 유지를 위해 30만명을 죽인 뒤 쓰레기처럼 구덩이에 묻어버린 학살현장도 지켜봤고, 역시 그 대통령이 자기 하나 도망가기 위해 다리를 폭파시켜 강물에 산산이 흩어진 사람 몸뚱이가 수프 건더기처럼 떠다니는 모습도 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역질 한 번 하지 않던 커스터 대령의 눈앞에 펼쳐진 지금 광경은, 뱃속에서 쓴 물이 치밀어 오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장교 세 명이 머리카락과 뼈만 남은 여자 시체의 골반과 두개골에 자신의 물건을 마구 쑤셔 넣은 채. 마치 증기기관의 크랭크 마냥 허리를 움직여, 하얀 즙을 짜내는 펌프질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자 해골에 씨앗 심기를 벌이는 모습에, 커스터 대령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권총을 뽑아들었다.
“다들 그만둬!”
커스터 대령은 손잡이가 뜨거워질 정도로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장교들은 이미 약에 잔뜩 취해있는지, 머릿속을 뒤흔드는 총성과 코를 찌르는 것 같은 화약 냄새에도 술 취한 것처럼 잠겨 있는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아니 대령님 한참 재미보고 있는 중에 뭐 하시는 겁니까?”
“야 이 미친놈들아! 지금 네놈들이 뭐랑 재미를 봤는지 확인해라!”
“뭐, 뭐야 이게?”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뼈다귀 부딪치는 소리와 구역질 소리. 질척한 게 쏟아지는 소리까지 뒤섞이고, 하얀 액체가 잔뜩 묻은 뼈가 토사물 위에 뒹구는 등. 이른 아침부터 좁은 천막 안에서 아비규환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커스터 대령 역시 몰래 먹은 것들을 장교들에게 확인시켜줬지만, 지금 장교들은 그딴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자기네들의 뱃속을 비워내기에 급했다.
“빌어먹을 이 자식들 또….”
커스터 대령은 어젯밤 병사와 장교들이 말콤 이병에게 저질렀던 일을 떠올리며, 불안감에 휩싸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불안은 곧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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