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132013.05.26 AM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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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의 막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리아 마을. 워낙 변두리에 위치한데다 특별히 전략적인 이익도 거의 없어, 메리아카국의 무차별 폭격에도 항상 조용함을 유지하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마리아 마을 입구에서 마치 천둥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커스터 대령의 호루라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윽고 병사들이 던진 연막탄이 먹구름처럼 피어올랐다. 뒤이어 5.56mm소총탄의 폭우가 작고 고요한 마리아 마을 위로 쏟아졌다.

“빨갱이 놈들을 죽여라!”

커스터 대령은 우선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힘껏 불었다. 그 다음 마을 외곽에 세워둔 험비에 삐딱하게 앉은 채, 시바스리갈을 병째 들이키며 눈에 시뻘건 불을 켜고 달려드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간부들은 병사들이 전부 다 죽여 버리기 전에, 쓸 만 한 여자들을 찾기 위해 바지를 벗은 채, 방울 두 개를 딸랑거리며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젊고 반반한 여자들은 죽이지 말고 우리들한테 가져와라! 여자 한 명 당 하루치 식량을 줄 테니까 최대한 많이 모아오라고!”

아무런 예고도 없었고, 민간인에 대한 배려는 더욱 없었다. 아니 오히려 마을 안에 있는 민간인들을 죄다 청소하고, 그들이 갖고 있던 식량만 빼먹으면 그만인 작전이었다.

커스터 대령의 명령이 떨어지고, 병사들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고된 하루를 마치고 단잠에 빠져 있던 마을 사람들의 반 이상은, 그대로 더 깊은 잠에 빠져 영원히 잠들게 되었고. 남은 절반마저도 기껏해야 쟁기나 항아리. 식칼 같은 잡동사니로 병사들을 막아내려 했으나, 그건 곱등이에 살충제를 뿌린 것 밖에 안 되는 짓이었다.

“씨발 빨갱이 새끼가 어디서!”

병사들에게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 한 명이 가느다란 쇠꼬챙이로 한 병사의 다리를 찔렀다. 그러자 병사는 어린 아이의 정수리에 대검을 내리 찍었고, 두개골 깨지는 소리와 함께 머라이온처럼 입에서 피를 콸콸 쏟아냈다.

“다른 미친 새끼들이 죽여 버리기 전에 빨리 빨리 실어! 여자 한 명 당 하루치 식량이라고! 일곱 명을 채우면 열흘 치를 주겠어!”

빨갱이에 눈이 뒤집혀 앞뒤 보이지 않는 병사들이 미약한 저항을 하는 마을 주민들을 짐승처럼 쏘고 찌르고 벌레처럼 밟아 으깨는 와중에도. 보너스에 눈이 먼 몇몇 병사들은 제법 먹음직스러운 여자들을 산 채로 낚아 간부들 앞으로 가져갔다.

간부들은 갓 건져 올린 생선처럼 팔 다리를 버르적거리며 저항하는 여성들을, 도축하기 직전의 소 마냥 머리통을 후려쳐 기절시켰다. 그리고 해체가 끝난 고깃덩어리 마냥 험비에 대충 던져 넣었다. 그 와중에도 몇몇 간부는 기절한 여자를 그대로 바닥에 눕혀놓고 그 위를 깔고 앉아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댔다.


그리고 약간 모자라거나 몸에 이상이 있는 여자. 혹은 나이가 들어서 질기고 딱딱할 것 같은 여자들은 한 가운데에 뜨거운 자신들의 씨앗 대신, 뜨거운 콩알 한 발을 박아 넣거나 불타는 초가집에 산 채로 내던져 통구이로 만들어 버렸다.

아비규환이 천국으로 보일 정도의 진풍경이 벌어지던 중. 많이 쳐 줘야 세 살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한 병사의 발에 채였다. 병사는 그 아이의 머리통을 발로 힘껏 차서 수박처럼 터트린 뒤, 총검으로 꼬치를 꿰었다.

그리고 일부 장교들은 직접 여자를 낚아 올리기도 했다. 장교 중 한 명은 아직 가슴도 솟지 않은 여자아이를 맛보기 위해 집안 식구 전체를 칼로 난도질하거나 권총으로 머리통을 터트려 죽였다. 졸지에 손녀딸을 제외한 온 가족을 잃은 노인이 식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이 더러운 자식아! 내 손녀딸만큼은 못 내놓는다!”

하지만 공갈빵 같은 몸집의 장교는 성난 수소처럼 소리를 지르며, 북어마냥 딱딱하게 말라비틀어진 노인의 배를 철모 쓴 머리로 들이받았다. 해골처럼 보이는 노인의 얼굴에서 고무 인형처럼 눈알과 혀가 튀어나왔다. 노인의 몸뚱이가 썩은 짚단처럼 바닥을 뒹굴자, 식칼로 장교의 발목에 옅은 상처를 냈다.

“씨발 누렁이 새끼가 어디서 칼질이야!”

뚱뚱한 장교는 군홧발로 노인의 목을 힘껏 내리찍었다. 가죽 찢어지는 소리와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뒤섞여 장교와 여자아이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노인의 손녀딸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뚱보 장교는 입가에 침을 줄줄 흘리며, 그녀의 얇은 옷을 찢은 다음. 딱딱해진 물건을 그대로 기절한 여자아이의 그곳에 밀어 넣었다.

한편 커스터 대령은 불타오르는 마을 밖에서, 병사들이 내지르는 괴성과 그들이 들고 있는 M-16에서 터져 나오는 총성.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비명소리와 원하지 않는 남자를 받아들인 여자들이 지르는 신음소리를 안주삼아 시바스리갈을 두 병째 비우고 있었다.

그날 빨갱이에 눈이 돌아간 남 콘베트 징집군이 학살한 남 콘베트 마리아 마을 주민의 수는 518명이었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마을 하나를 풀 한포기도 자라지 않게 지워버린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 커스터에게는 더욱 큰 문제가 하나 머리 위에 얹혀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합니까? 대령님. 건질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저 멍청한 놈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죽이고 불태워서 식량도 전부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기껏 마을을 박살냈더니 정작 필요한 식량을 하나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마을을 깨끗하게 청소해버린 병사들은, 쌀 한 톨도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총을 내던지거나 군용 나이프로 애꿎은 나무를 마구 찍어대고 있었다. 커스터 대령은 이마를 감싸 쥐며, 시커먼 한숨을 내 쉬었다.

“이런 빌어먹을! 이래서 누런 놈들은 어쩔 수 없다니까.”

물론 커스터 대령은 마을 밖에서 안전하게 병나발만 불고 있었고, 마을 청소를 시작하기 전 식량은 놔두라는 명령조차 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병사들의 무식함을 탓하며 세 병 째의 술병을 그 때. 사람의 살이 구워진 냄새가 커스터 대령의 코를 찔렀다. 그리고 커스터 대령은 식량난을 타개할 기막힌 방법을 하나 떠올렸다.

커스터 대령은 그 날 세 번째 호루라기를 힘껏 분 다음. 병사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너희들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나?”

이에 병사들은 굶주린 짐승 마냥 커스터 대령을 노려봤다. 커스터 대령은 순간 병사들의 모습에 뒤로 주춤할 뻔 했지만, 마른 침을 두어 번 목구멍으로 넘긴 뒤 뱃속이 텅 빌 정도로 큰 소리를 질렀다.

“명령이다! 지금부터 저 빨갱이 새끼들의 살을 전부 다 씹어 없애라!”

병사들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당장 불타버린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잿더미 안에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촉촉하게 익은 고깃덩이들을 꺼냈다. 그리고 몇몇은 아직 덜 탄 건물 잔해에 불을 붙인 뒤, 갓 도축한 신선한 시체들을 잡아 찢어 불에 던졌다.

원대로라면 손톱이 빠질 정도로 힘을 줘도 안 찢겨졌겠지만, 이미 총알과 칼날. 군홧발 등으로 부드럽게 다져진 덕분에 손이 가는 대로 부드럽게 찢어져 나갔다. 그리고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뱃속이 요동치게 만드는 냄새가 피어올랐고. 기름이 막 끓어오르는 고기는 곧장 병사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게중 몇몇은 익지도 않은 것을 칼로 다져서 삼키거나, 그대로 뼈에 붙은 고깃덩어리를 잡아 입에 피를 묻혀가며 뜯어먹기도 했다. 어떤 식으로 먹거나 다들 하나같이 ‘많이 먹어봤던’ 것처럼 해체하고, 굽고 훈제하는 등의 조리법이나 먹는 방법 등이 굉장히 능숙했다.

병사들이 먹어 치우고 있는 동안. 간부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도 않은 마을 여자들을 차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 마치 가공이 끝난 고깃덩어리 같은 여자들의 몸을 핥고 만지작거리다가, 빳빳하게 일어서 있는 다리 사이의 몽둥이를 그 여성들의 몸 안에 찔러 넣고 달밤의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이래서 누런 미개인들은 어쩔 수 없는 놈들이라니까 헛 참.”

커스터 대령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여자들을 씹어 삼키듯 능욕하고 있는 간부들 틈에 섞여, 아직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않은 여자 한 명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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