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아름다운 구속] 이런 하렘은 싫어! 6 (에일리언 VS프레데터) 15禁2013.06.11 PM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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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학생! 다 도착했어. 그만 자고 어여 일어나.”

한참 뒤에서야 운전기사가 깨워 일어나 보니,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서 다들 내리고 나 혼자만 남아 있었다. 버스 밖으로 나가 후배 한 명을 붙잡고 물어보니, 다행히도 다래는 화장실에 가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다행인 건 다래가 나를 화장실까지 끌고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을 그 날 처음으로 봤다. 그리고 내 눈에서는 뜨거운 물줄기가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씨발.”

잠깐 눈물을 흘린 뒤, 다시 고개를 내린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P교수님이 한 여자한테 붙잡혀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보기에도 저 여자가 평범한 대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키도 제법 크고 허리와 다리가 매끈한 곡선을 그리는데다, 잘 익은 제철과일 같은 가슴과 엉덩이가 돋보였다. 게다가 어지간한 몸매가 아니면 소화하기도 힘든 검은색 전신 타이즈에 블루종을 걸치고 있었다. 또 허리까지 내려오는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에, 섬세한 조각품 같으면서도 약간 사나운 기운이 엿보이는 얼굴은 보는 사람의 기를 죽이기에는 충분했다.

전체적인 인상은 늘씬한 흑표범 같았다. 작은 강아지처럼 보이는 다래와는 완전 딴판이라고 할까. 물론 겉보기에는 치와와 같았던 다래의 알맹이는 사자나 악어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나는 그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설마 저 여자도 알맹이가 개냥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나는 말을 내뱉자마자 피식 웃다가도 이내 웃음기를 지운 채 그 여자와 교수님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어쨌건 그 여자는 교수님의 팔을 붙잡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원래대로라면 기뻐해야 할 P 교수는 불에 덴 것 같은 반응을 보이며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P 교수님. 교수님 얼굴을 보니까 제가 별로 반갑지 않은 것 같아 보여요? 너무하세요! 오래간만에 찾아뵙는 건데.”

“아, 그 그래? 미나 아니야. 오래간만이다. 너한테 연락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냐?”

여학생이라면 누구라도 반기고 사랑한다는 P 교수님이었고, 실제로도 여학생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주던 P교수였다. 그런 P교수가 여학생 앞에서 크게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나는 그 광경에 살짝 혀를 내두르며 주변을 살펴봤다. 다래는 아직 화장실에 있는 모양인지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계속 교수님과 미나라고 하는 학생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미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혀로 입술을 적신 뒤, 눈동자를 P교수님 쪽으로 돌렸다.

“아아 과 동문회 쪽에서 문자가 날아왔거든요. 어머. 그건 그렇고 교수님 저한테 연락도 안 하고 OT를 가려고 했던 건가요?”

P교수님은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아, 그렇다기보다는 아니 그 전에 미나 너 졸업한 지 몇 년 되었잖아.”

미나는 터질 것처럼 탱탱한 가슴 사이에 교수님의 팔을 끼우며, 왼쪽 입 꼬리를 살짝 찢어 올렸다.

“어머. 한 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교수님? 아니면 제가 여기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미나가 말을 마치자 마자, P교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더듬거리는 투로 대답했다.

“그, 그게 아니고 너 이제 슬슬 취업 준비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말이야.”

미나는 입 끝을 양쪽으로 살짝 올리면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 모습은 흑표범이라기보다는 검은 고양이처럼 보였다.

“괜찮아요. 저 일하는 거 휴가 내고 온 거라서 말이죠. 회사 쪽에서 제가 요구하는 건 거의 다 들어주는 편이거든요.”

평소에는 굉장히 싫어하다 못해 뒤에서 잘근잘근 씹어대던 P교수님이었다. 하지만 미나라는 여자에게 시달리는 교수님의 모습이 왠지 남 같지 않아 또 한 번 눈에 물기가 맺힐 뻔 했다. 그 때 다래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순간 내 등 뒤에 얼음물을 끼얹는 것 같은 한기가 들이닥쳤다.

“C 선배! 어디 있어요? 설마 절 놔두고 도망간 건 아니겠죠? 선배!”

나는 급히 달아나려 했지만, 내가 한 발짝도 떼기 전에 다래가 달려들어 내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나는 마치 사자에게 목덜미를 물어뜯긴 사슴처럼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아! C 선배! 거기 있었네요. 이제 찾았다. 선배 두 번 다시 떨어지지 말아요.”

다래는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에 바짝 붙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얼굴이 이상하리만치 상기되어 있는 것 하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것. 그리고 그 숨결에서 왠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은 야한 냄새가 나는 착각. 마지막으로 그녀의 다리 사이가 이상하리만치 축축한 게 마음에 걸렸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울음이 터지려는 걸 참고 목멘 소리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넌 대체 나를 어떻게 찾아낸 거냐?”

다래는 무슨 착각을 했는지 두 팔로 내 목을 꽉 끌어안았다. 생긋 웃은 뒤,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를 가볍게 치며 대답했다.

“선배. 제가 없어서 울 뻔 했어요? 선배 냄새를 맡고 찾아왔으니까 걱정 마세요.”

‘니가 개냐? 아니면 내가 먹잇감이냐?’

그 때 교수님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던 미나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목 뒷덜미를 바늘로 찌른 것 같은 섬뜩함에 다시 한 번 몸이 구운 오징어마냥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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