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유리와 아테네의 블랙마켓 에필로그2013.06.20 AM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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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 부대의 전멸로부터 석 달이 지난 남 콘베트의 도시 한복판. 그사이 메리아카군은 완전히 철수했고, 북 콘베트군과 남 콘베트 해방전선 군이 콘베트의 수도 소이콩에 진입해버렸다. 메리아카국은 남 콘베트에 대한 마지막 지원으로 헬기를 사용해 전쟁난민의 탈출을 도와주고 있었다. 사실 이것도 소이콩 내 메리아카 국민들과 동맹국 국민들의 탈출 작전에 곁들여진 무채였지만 말이다.

한편 북 콘베트군은 눈에 불을 켜고, 탈출하려는 이들. 메리아카인이나 그들에게 달라붙어 짧은 권력을 누린 남 콘베트 고위층을 한 명이라도 더 찾아 죽이기 위해. 남 콘베트군의 대응사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질주하며 군인이나 민간인이건 가리지 않고 참새 잡듯 마구 쏴 잡아댔다.

그렇게 사방에서 총탄과 성난 병사들이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는 곳을, 유리와 아테네는 느긋하게 여행 가방을 끌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총알 몇 발이 그들의 머리 위나 귓가를 스쳤지만,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콧노래를 부르거나 만화책을 읽으면서 걸어갔다.

잠시 후 유리와 아테네는 메리아카군이 남 콘베트 피난민을 싣고 있는 헬기장에 도착했다. 헬기 조종사가 두 사람을 쳐다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헬기 수송칸을 가리켰다. 헬기가 이미 가득 찬 상태라서 사람이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유리는 씩 웃으며 조종사의 상의 주머니에 두둑한 지폐 한 다발을 꽂아 넣었다. 그러자 헬기 조종사 역시 씩 웃으며 헬기 수송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헬기 안에서 젊은 부부 한 쌍을 밖으로 끌어내 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리고 허리춤에 채워둔 권총을 꺼내 두 사람에게 영원한 휴식을 안겨줬다. 그리고 담배 하나를 빼 문 채 엄지손가락으로 헬기를 가리켰다. 유리와 아테네는 어깨를 으쓱한 뒤 곧바로 헬기에 올라탔다.

유리와 아테네가 헬기에 올라타자마자, 조종사는 곧바로 조종석에 들어가 헬기를 띄웠다. 헬기는 천천히 떠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사이공 시내를 벗어나 정글 위를 날아갔다. 헬기가 남 콘베트 영해 근처까지 갔을 즈음. 아테네는 만화책의 다음 권을 찾기 위해 가방을 뒤적이는 유리에게 질문을 건넸다.

“마스터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유리는 가방을 뒤적이던 걸 멈추고 아테네의 질문에 대답했다.

“음. 콘베트의 바로 옆에 붙어있는 칸보이다 국이 가장 좋을 것 같아. 메리아카 놈들이 워낙에 마구잡이로 들쑤셔 놓아서 그쪽도 정권이 뒤집혔거든. 새로 정권을 잡을 녀석이 커스터 대령보다 훨씬 심각한 돌대가리니까 조만간 대학살을 벌이게 될 것이거든. 우리는 그걸 살짝 도와주기만 해도 크게 한 몫 챙기는 거지.”

아테네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흐음 그러면 메리아카 군이 또 나서지 않을까요?”

유리는 가방 안을 다시 뒤적이다가 변신로봇 장난감 하나를 꺼내 만지작거리면서 대답을 이어갔다.

“당연하지. 메리아카 놈들은 항상 독재자들을 도와주거든. 그 녀석들이 메리아카 놈들의 무기도 자주 사 주고 전쟁도 잘 일으키잖아? 이래서 난 메리아카 놈들이 좋아. 항상 우리가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주거든. 자 그러면 이제 내려야겠네. 나머지는 걸어서 가자고.”

이에 아테네는 바로 눈치를 채고 고개를 끄덕인 뒤, 여행 가방을 열어 낙하산 팩 두 개를 꺼냈다.

“예 마스터.”

유리와 아테네는 낙하산을 등에 맨 다음 헬기의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잠시 후 북 콘베트군의 RPG-7이 하얀 꼬리를 남기며 남 콘베트 피난민을 실은 헬기를 향해 날아들었다. 전차도 팝콘으로 만들어버리는 대전차화기가 얄팍한 헬기의 장갑판에 닿자마자, 콘베트 난민들을 실은 헬기는 순식간에 북 콘베트의 승전 기념 폭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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