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032013.06.20 PM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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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드랑크르는 완전무장을 한 채 현장 앞에 도착했다. 차량 봉쇄 때문에 발바닥에 장착된 글라이딩 휠로 질주하던 중, 1인승 전차 같은 외관의 메탈을 보자 곧바로 멈춰 무전기를 켜고 인사를 건넸다.

“어라 케리 삼촌까지 이 임무에 투입된 겁니까? 그나저나 꽤 오래간만입니다?”

드랑크르가 손을 들어 인사하자, 케리는 주먹으로 드랑크르의 어깨 장갑판을 가볍게 때리며 한마디 던졌다.

“에라 이 버릇없는 놈아! 성전사끼리 대화할 때에는 최소한 투구는 벗어야 할 것 아냐!”

이에 드랑크르는 투구룰 벗어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차량처럼 보이는 케리의 메탈 흉부를 두들기며 한마디 했다.

“이제 삼촌도 얼굴을 보여야 하지 않습니까?”

드랑크르의 메탈만 해도 인간의 실루엣을 거의 벗어나다시피 한 형상이지만, 케리는 아예 공사현장의 중장비에 더 가까운 메탈에 ‘탑승’하고 있었다. 하반신은 장갑차 차체에 곤충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의 다리 세 쌍이 붙어 있었다.

거기에 추가로 하반신 앞쪽에는 전갈처럼 거대한 집게발 한 쌍이 추가로 붙어 있어, 하반신만으로도 충분히 별도의 개체처럼 보였다. 거기에 상반신 역시 투구가 없는 건 물론, 본체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한 백팩과 팔 때문에 갑옷을 뒤집어 쓴 인간이 아니라 건설용 차량 위에 사람 상반신을 붙여놓은 것 같았다.

그런 차량 형태의 메탈 상부 헤치가 개방되면서, 미라 같은 몰골을 한 중년 남자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가뜩이나 메탈의 부피가 큰지라, 마치 관 안에 뼈다귀를 집어넣은 것처럼 보였다.

드랑크르는 케리의 상반신을 죽 훑어보다가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케리 삼촌. 못 본 사이에 살이 더 빠지셨잖습니까?”

케리라고 불린 노인은 드랑크르의 메탈 흉갑 부분을 팔꿈치로 찔렀다.

“헛 참 드랑크르. 그러는 네 녀석은 등 뒤에 귀신이라도 달고 사냐? 볼 때마다 꼴이 왜 이래? 좀 사람답게 하고 다니란 말이다. 머리 정리도 하고 수염도 좀 깎고. 너희 집에 있는 아가씨도 그런 말 안 하냐?”

이에 드랑크르 역시 주먹으로 장갑판을 가볍게 때리며, 받아쳤다.

“그러는 삼촌이야말로 목소리가 술이랑 담배에 묻혔잖습니까. 몸이 반 토막 난 양반이 술하고 담배는 두 배로 늘립니까? 그러다가 명줄까지 반절로 짤리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케리는 담배 하나를 빼물고는 씩 웃었다.

“이쯤에서 관두는 게 어때? 어차피 네놈이나 나나 곱게 뒈질 새끼들도 아닌데.”

케리의 마지막 한마디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큰 소리로 웃으며 담배를 빼 물었다. 그리고 케리가 먼저 담배 연기를 훅 뱉었다.

“이번에는 네가 직접 안으로 들어가게 되겠더군. 물론 네가 몬스터 녀석에게 당할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조심해라. 만약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가 지옥에 가서 네놈 아버지 볼 면목이 없어진다.”

“시끄럽고 영감탱이나 뒈지지 마쇼! 지금 아버지 대용품은 영감탱이밖에 없으니까.”

한마디씩 주고받은 뒤 두 사람은 각자 자기가 담당한 현장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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