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052013.07.04 AM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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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의 시작은 갓 파더 유니온의 현장봉쇄로 시작되었다. 낡은 군복에 선글라스. 그리고 고리국 깃발이 달린 화염방사기를 끌고 다니면서, 재미삼아 시위대 주변에 뿌려가며 시위 현장 자체에 아무도 발을 들이지 못하게 막았다.

군복 입은 노인들이 자신의 몸뚱이로 거대한 감옥을 만들어놓자, 기다렸다는 듯 치안 성전사들과 폭력조직. 그리고 사측과 정규직원들은 굶주린 짐승처럼 시위중인 노동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SLH의 회장은 이 날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해뒀다. 치안 성전사의 간부들과 사측의 고위급 임원들은 이유도 정당성도 없는 가혹행위로 부하들의 독기를 잔뜩 올려뒀다. 그리고 갓 파더 유니온과 폭력조직에게는 노동자 목 한 개당 주머니가 두둑해질 금일봉을 내걸었다. 이제 이들 앞에 남은 건 눈앞에 보이는 것을 죄다 뜯어먹는 것 밖에 없었다.

한 치안 성전사의 칼날이 깃발을 흔들고 있던 시위자의 몸뚱이를 정육점에 걸린 돼지처럼 세로로 썰어버린 것을 시작으로, 돈과 분노에 찌든 맹수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짐승의 목을 물어뜯는 사냥이 시작되었다.


아비규환이 되어버린 현장. 치안 성전사들과 갓 파더 유니온의 노인들이 주변을 둘러싸 현장을 봉쇄하고 있는 동안. 경영진이 사들인 조직폭력배와 사설 성전사들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하고, 도검류로 도살장 마냥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인권운동가 등이 모인 시위대를 고깃덩이로 만들고 있었다.

시위대 일부는 본사 공장 지붕 위까지 피신했지만, 그곳은 이미 치안 성전사용 헬기를 통해 투입된 조직폭력배와 사설 성전사들이 도륙을 내고 있었다. 조직폭력배와 사설 성전사들의 칼이 번득이고 총구에서 불을 뿜을 때마다, 파란 하늘에 붉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메이저 언론사의 카메라는 절대 지붕 위를 찍지 않았다. 아니 시위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그들은 시위 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후배 기자 한 명에게 치안 성전사 제복을 입힌 뒤, 노동자처럼 차려입은 조직 폭력배가 가짜 치안 성전사를 구타하는 연기를 벌이는 장면을 웃으면서 찍고 있었다.

혹은 정규직 임원과 사측 직원들을 끌어 모아 만든 어용 노조는, 불법 폭력시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 라는 현수막을 높이 들어올리며, 치안 성전사들의 철저한 보호 아래 안전힌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시위 흉내를 내며 기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이들의 욕망과 분노. 고함과 비명소리. 그리고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피와 육편으로 달궈진 뜨거운 프라이팬 한 가운데 선 드랑크르와 케리. 이 둘 역시 짐승 무리에 끼어들었다. 다만 그들은 앞으로 나갈 길을 뚫기 위해, 그리고 재미삼아 얼쩡거리는 이들만 다진 고기로 만들 뿐. 직접적으로 그들에게 이빨을 박아 넣지는 않았다.

드랑크르는 어깨 장갑판의 헤치를 열고 굵고 새카만 쇠막대 두 개를 꺼냈다. 그가 쇠막대를 힘껏 쥐자마자 새까만 기운이 치솟으며 도끼 날 모양으로 형태가 잡혔다. 드랑크르는 두 자루의 에너지 엑스를 마구 휘두르며 길을 막는 시위자들을 지푸라기 인형처럼 간단히 썰어버렸다.

케리 역시 두 팔을 휘둘러 시위자들의 머리통을 수박 마냥 터트리며, 하체에 붙은 큼직한 집게발 같은 기계 팔을 휘둘러 앞을 막는 이들을 두 동강 내 버렸다. 케리의 메탈에 장착된 두툼한 집게발이 노동자의 상반신을 집어올린 뒤, 두부마냥 짓이기자 그 피와 뇌수가 드랑크르의 흉부 장갑판에 튀었다.

그러자 드랑크르는 무전을 켠 다음 음험한 웃음소리와 함께 케리에게 한마디 던졌다.

“큭큭 그것 참 피 좀 이쪽으로 적당히 튀기슈 삼촌. 이것 때문에 애드가 매일같이 불평하잖습니까. 술에 담배냄새 화약 냄새는 다 참아도 피 비린내는 못 참는데 말입니다.”

“시끄럽다 이놈아! 자고로 성전사의 마누라라면 화약냄새와 피 비린내를 즐길 줄도 알아야지! 네놈이 그 년을 너무 물러 터지게 가르친 거다 으하하하!”

“헛 참!”

드랑크르가 투구의 얼굴가리개를 젖히며 담배를 하나 빼 물자, 노동자 한 명이 그 틈을 타 에너지 툴을 들고 달려와 그의 얼굴을 찌르려 했다.

“SLH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사람에 대한 보상이 이따위냐! 이게 책임을 지는 거랍시고 나오는 거냔 말이다!”

드랑크르는 혀를 차며 그 남자의 복부를 발로 찼다. 그의 발에 얻어맞은 남자는 압력 때문에 눈알이 튀어나오고 입으로 내장을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드랑크르는 길게 팔을 뻗어 마무리로 그 남자의 머리통에 21게이지의 1번 벅샷을 박아 넣었다.

지근거리에서는 코디악 베어의 머리통도 깔끔하게 날리는 위력의 산탄이다. 그 남자의 머리통은 잘게 다진 고깃조각이 되어 사방에 흩뿌려졌고, 다른 시위자들은 그 모습에 겁을 집어먹고 서로 달아나기에 바빴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끼리도 걸려 넘어지고, 또 넘어져 발에 밟히는 동료를 챙기지도 못했다.

드랑크르는 코웃음을 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헛 참. 그걸 나한테 지랄하면 어쩌라고. 다 자기들이 여왕님을 뽑아놓고는 조금만 자기들이 불편해지면 엉뚱한 데 화풀이냐?”

드랑크르가 시체를 발로 차서 뒤로 넘기자, 케리 역시 코웃음을 치며 질척질척한 피 웅덩이 바닥을 나뒹구는 시체를 밟아 으깼다.

“착각도 자유지. 어디서 소모품 따위가 인생 운운하고 지랄하는 건지 원. 이래서 옛날이 좋지. 그 때에는 별 것도 없는 소모품 놈들이 기어오르지 못했다니까? 으하하하!”

케리는 입 가리개를 열고 담배를 입에 문 채, 한마디 흘리다시피 던졌다. 그 다음 입 가리개를 닫은 뒤,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젖혀 큼직한 무쇠 박스를 얹어놓은 어깨 장갑판의 해치를 열었다.

해치 안에는 탄두 부분이 노란색으로 칠해진 초소형 미사일이 빼곡히 차 있었다. 그리고 케리의 백팩에서 캡슐 모양의 신호탄이 튀어나와 하늘에 큼직한 해골마크를 그렸다.

“이놈들 재롱 받아주는 것도 귀찮지 않아 드랑크르? 한꺼번에 싸그리 청소해버리라고.”

드랑크르는 얼굴 가리개를 닫은 뒤, 어깨 뒷부분의 하드 포인트를 잡아 뜯었다. 그러자 드랑크르의 어깨에서 새카만 천이 흘러 내려 그의 등을 뒤덮었다. 드랑크르는 손으로 망토 끝부분을 잡아 그것으로 온 몸을 감쌌다.

그리고 하늘에 떠오른 해골마크를 본 치안 성전사와 용역 조폭들은 보수고 뭐고 간에 앞 다퉈 달아나기 바빴다. 그리고 갓 파더 유니온마저 전부 도망갔다. 조폭들의 갑작스러운 후퇴에 시위자들이 크게 당황하는 것과 동시에, 무수히 많은 미사일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멀건 대낮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리고 미사일이 터지면서 퍼진 은빛 가루가 시위자들의 머리 위에 덮이자,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온 몸의 피부가 아주 급속히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위자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과 얼굴을 긁어댔는데, 그 때마다 그들의 손에 썩어서 질척거리는 살덩어리가 잡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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