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몬스터 인 파라다이스 072013.07.04 PM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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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도끼가 꽂힌 곳 바로 옆의 벽면이 잔잔한 물결처럼 울렁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푸른 빛이 감도는 전신갑옷을 입은 자가 나타났다. 전체적인 갑옷의 외형은 드랑크르나 케리와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우선 눈에 확 띄는 색상에, 인간이라는 게 단번에 드러나는 바디라인. 장갑판 곳곳에 붙은 곡선과 직선을 적절하게 섞은 화려한 장식이 특히 눈에 띄었다.

현란한 갑옷을 입은 자는 벽에 꽂힌 도끼를 뽑았다. 잠시 후 그의 손에 쥐어진 도끼가 바스라지면서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흩날렸다. 푸른 갑옷을 입은 자는 목덜미에 있는 무전 스위치를 눌러 드랑크르에게 한마디 흘렸다.

“이런. 이런. 아주 감쪽같이 숨었는데 역시 드랑크르 선배의 눈은 속일 수가 없군요. 그건 살인마 특유의 직감입니까? 아니면 배신자였기 때문에 우리들의 수법을 훤히 꿰고 있는 것입니까?”

드랑크르의 ‘사랑스러운’ 후배 닐스는 드랑크르에 못지않게 정도로 뒤틀린 말투로, 그의 도발에 맞섰다. 다만 케리나 드랑크르하고 다르게, 술과 담배 특유의 잡음이 섞이지 않은 소프라노톤의 목소리였다. 그 탓에 더욱 예리하게 날이 선 채 드랑크르의 귀에 꽂혔다.

드랑크르는 손가락으로 투구 정면에 붙은 회전식 카메라 아랫부분을 툭툭 건드렸다.

“아니 그냥 내 코가 개 코거든. 피비린내 외에 아주 구역질나는 위선 냄새가 풀풀 풍겨 와서 말이다. 정의의 사도 닐스!”

말을 마치자마자 드랑크르는 허리춤에서 기관총을 뽑아들어 닐스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총알은 단 한 발도 닿지 않고 모래먼지로 변해 닐스의 주변에서 휘날릴 뿐이었다. 닐스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 거리를 좁힌 뒤, 손을 칼날처럼 세워 드랑크르가 들고 있는 중기관총을 올려 베었다.

그러자 드랑크르는 기관총을 버리고 뒤로 물러났고, 그가 버린 기관총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모래먼지가 되어버렸다. 닐스는 투구 안에서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드랑크르의 가슴 한복판을 손날로 깊게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드랑크르는 왼팔에서 뻗어 나온 지느러미 모양의 블레이드로 닐스의 손을 쳐냈다. 쇠가 서로 맞부딪치는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닐스의 손과 드랑크르의 블레이드가 부딪친 곳에서 마치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드랑크르가 뒤로 물러나며 왼팔을 들어 올리자, 세 가닥으로 뻗은 블레이드 중 하나가 깨져서 떨어져 나가 있었고 나머지 두 갈래도 잔뜩 금이 가 있어 당장에라도 바스러질 것 같았다. 닐스는 박살낸 에너지 블레이드를 손으로 쥐어, 사탕 마냥 간단히 으스러트리며 다시 한 번 비아냥거렸다.

“이런 우리를 배신하고 인신교에 붙어서 살을 뒤룩뒤룩 찌운 선배 입에서 위선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세상 참 좋군요.”

닐스가 비웃음을 흘리자, 드랑크르는 짐승 같은 괴성을 지르며 닐스에게 달려들었다. 드랑크르가 도끼를 높이 들어, 닐스의 머리통을 힘껏 내리 찍었지만. 닐스는 이미 왼손 손끝에서 비수 같은 빛줄기를 뽑아내, 시커먼 기운으로 만들어진 도끼날을 막아냈다.

하지만 드랑크르는 힘으로 찍어 눌러, 그대로 빛의 손톱 채로 닐스의 투구 이마부분까지 쪼개버렸다. 투구가 오선지 모양으로 갈라지면서 새까만 피가 서서히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드랑크르는 코웃음을 치며 한마디 흘렸다.

“닐스 여전히 네 녀석 답게 참 비리비리한 무기를 쓰는군. 정의의 사도라면 좀 화끈한 무기를 쓰란 말이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여전히 악당답게 무식한 걸 휘두르는군요. 그러다가 이렇게!”

닐스는 남은 한 손을 뻗어 드랑크르의 옆구리를 찔렀다. 드랑크르는 피할 틈도 없이 오른쪽 옆구리를 그대로 내 줬고, 닐스는 드랑크르의 살을 파고드는 감촉을 느끼자마자 곧장 안쪽으로 크게 긁어 그의 내장 일부를 끊어버렸다.

닐스는 서리가 낄 정도로 차갑고 가벼운 투로 한마디 흘렸다.

“큰 코 다치는 수가 있습니다.”

이에 드랑크르는 신음소리 한 번 흘리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는 듯 폭소를 터트렸다.

“그렇지 어지간한 놈이라면 꽤 아프겠지. 하지만 말이야”

드랑크르는 당장에라도 타들어갈 것처럼 무겁고 뜨거운 한마디를 내던졌다. 그리고 오른쪽 무릎을 빠르게 올리는 것과 동시에 왼쪽 팔꿈치를 힘껏 내리찍어, 길게 내 뻗은 닐스의 팔을 갑옷 채로 짓이겼다. 포탄이 터지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닐스의 비명소리가 텅 빈 공장 안을 크게 뒤흔들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친다는 게 바로 이런 거라고 후배! 넌 아직도 멀었어!”

드랑크르의 무릎과 팔꿈치 사이에 낀 그의 오른팔은 종잇장처럼 얇아졌다. 갑옷은 물론이고 근육과 뼈까지 아주 잘게 으깨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닐스 역시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며 드랑크르에게 한마디 더 내뱉었다.
“맞는 말입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친다. 그러면 제가 어디를 더 칠 것 같습니까?”

닐스가 말을 마치자마자 드랑크르는 등 한가운데에 차가운 뭔가가 뚫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와 함께 뼈가 얼어붙는 것 같은 고통이 그의 온 몸에 확 퍼졌다. 드랑크르가 고개를 숙이자, 새카만 말뚝이 자신의 몸뚱이를 꿰뚫은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또 다른 몬스터가 팔을 뻗어 자신을 꼬치구이마냥 뚫어버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제가 뒤통수를 칠거라는 생각은 안 하신 겁니까. 선배?

드랑크르의 팔과 다리에 힘이 풀리자, 닐스는 팔꿈치와 무릎 사이에 끼어 으깨진 팔을 빼낸 뒤 다시 한 번 크게 웃어댔다.

“정의의 사도라고 해서 항상 정공법으로 상대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히 구역질나는 불의 그 자체인 당신 같은 쓰레기한테는 말이죠. 아 그래도 당신한테 딱 하나 귀한 부분이 있군요.”

닐스는 다시 왼손을 펴서 칼날을 만든 뒤, 마치 기요틴의 칼날이라도 되는 것처럼 높이 들어올렸다.

“그건 바로 당신의 목입니다. 당신 목을 장대에 꽂으면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를 더욱 높이 알릴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러면 마지막 가치를 빛내기 위해 사라져 주시죠. 선배!”

닐스가 번득이는 손으로 그의 목을 내리치려 하는 순간!
댓글 : 1 개
문장들이 좀 긴 감이 있네요.

한 번 문장을 짧게 하는 시도를 해보시면 어떨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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