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처음 부녀자? 동인녀? 어쨌든 덕밍아웃을 목격했던 기억2013.11.12 PM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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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어릴때입니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응답하라 1994의 시대때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듯.

당시 전 중1 때였는데 주말마다 어떤 한 그룹에 속해 몇 명의 친구들과 몇명의 누나들,
몇명의 형님들과 매주 모임을 가졌었죠. 그렇게 서로서로 얼굴도 알아가며, 이런 저런
친분도 쌓아가던 중 여름방학 시즌에 맞춰 모임의 큰형이었던 한 대학생 형님 지인의
별장에 다들 수련회? 비슷한 느낌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첫날 나이가 좀 있는 형님 누나들은 따로 읍내로 술을 마시러 나가고 남은 미성년자
(사실 고등학생 누님도 술자리에 따라갔음)인 우리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진실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좀 보이쉬한 스타일의 2살 위 누나가 있었는데, 그때 염색을 잘못해서 보라색
브릿지를 넣은 부분의 두피가 마치 멍든 것 마냥 보랗게 물들어 있던 기억이 나네요.
어쨌든, 보이쉬하긴 해도 꽤 예쁘장한 얼굴이었고 그래서 저와 친구들도 남몰래 흠모
하는 감정을 가졌던 친구들이 많았었습니다.

어쨌든 그 누나에게 포커스가 맞춰졌고 사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할 질문이란 게
몇 개 없잖아요. 당연히 지금 사귀는 사람 있냐,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뭐 그런 질문이
나왔는데 놀랍게도, 있다는 거였습니다.

Q.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습니까?
A. Yes.

Q. 올. 고백은 했고?
A. 사귀고 있어.

Q. 화끈하시네. 나이는 몇살이에요?
A. 나보다 한 살 많아.

...이런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던 도중 이 누나가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하는 겁니다.

사실은 남자친구가 일본사람인데 한국 이름도 있어. 한국 학교에서 운동선수로 있거든.

...어 뭐지. 뭘까 이 쌔한 기분은? 일본인이 왜 한국 이름이 있어. 그렇게 잠시 멍때리던
내 뇌리를 스치는 어떤 한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던 와중에도 왠지 삘받은 얼굴로 말을
이어가던 그 보이쉬한 누님의 얼굴은 참으로 해맑았더랬지요.

한국 이름은 말하기 좀 그렇고 일본 이름은 루카와 카에데(流川楓)라고 해.






예. 이 분이었습니다. 그 누님은 혹시라도 그 이름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하신 거였지요. 그냥 수련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 가상의 존재를 진실처럼 이야기하며
뭔가 뿌듯함과 자기만족을 잔뜩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충격과 공포로 눈치를 까먹은 전
그런 누님을 저 깊고 긴 심연 아래로 떠밀고야 말았습니다-_ㅠ

저 : 서... 태웅이요?
누님 : ......

그 순간 바위처럼 굳어버리는 얼굴은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사실
보라색으로 염색을 했었다는 것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었어야 했던 거였습니다, 전.

어쨌든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인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 누님은 그 후로 수련회
에서는 밥도 잘 드시질 못하시며 말도 전혀 안하시다가 다음주 모임부터 자취를 감추셨었지요.

그냥 갑자기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댓글 : 3 개
서태웅 애인은 강백호
그 많고 많던 응원단중 한분이시군요
엌 은원단중 한사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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