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 백여우 단편선 - 숨바꼭질2015.03.29 PM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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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1. 이 게임은 깡통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렸을때 대충 하던 놀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개조해서 하는 놀이이다.
2. 찾는 쪽이 숨는 쪽을 발견한 후, 반드시 ○○○ 찾았다! 를 외치고 지정해두었던 벽을 쳐야 한다.
3. 찾는 쪽이 지정하는 벽은 사방이 트여 있어야 한다.
4. 숨는 쪽이 지정된 벽을 치기 전, 반드시 그 앞에 멈추고 '놀이는 끝났다!'를 외쳐야 한다.
5. 찾는 쪽은 숨는 쪽이 아닌 모든 인원.
6. 놀이는 점심시간이 끝나거나, 숨는 쪽이 이겼을 때 끝난다.
7. 폭력 금지



<<지난 줄거리>>

때는, 은신중학교 1학년 1반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모두 나가 단체 숨바꼭질을 하고 있던 때.
찾는 쪽 아이들이 우세하여 이제 몇 명 남지 않았을 무렵, 일이 벌어지고 만다.
바로, 얼굴을 가린 집단이 나타나 버린 것.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이름도 알 수 없었기에 찾는 쪽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들이 벽에 다가가는 것을 발을 동동 구르며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나타난 거대 비행체가 벽과 아이들을 한꺼번에 납치해 데려가버린다.
비행체의 정체는 바로, 인류 결사대 SBKZ가 궁극의 기술로 만든 스텔스기 겸 공중항모 겸 우주왕복선 겸 주거지.
그들의 수장이 찾는 쪽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얼굴을 가리고 난입한 자들은 '스래자키'라는 외계 종족이었으며, 생명체가 사는 행성을 정복하여 그 곳의 모든 놀이를 술래잡기 하나로 만들어버리는 극악무도한 취미를 가진 생명체들이었다. 그것도, 얼음땡조차 없는 오로지 잡고 잡히는 공포의 놀이를.
그 이야기에 치를 떨며 아이들이 왜 자신들을 구했냐고 묻자, 이미 지구상의 모든 숨바꼭질은 녀석들의 깽판으로 전멸해버렸고, 이제 마지막 남은 숨바꼭질은 이 아이들에게 달려 있으며, 벌써 전 세계가 찾는 쪽 아이들을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5분 후면 점심시간은 끝나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숨바꼭질의 승자는 찾는 쪽 아이들이 될 텐데...
그 때였다.
지구 상공 무수히 많은 곳에 홀로그램 스크린이 띄워 말하길, 학교는 이미 자신들이 장악했으니 점심시간은 이제 끝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그들의 과학력은 SBKZ의 것을 수천 년 이상 앞서 있었기에, 결국 언젠간 잡히게 될 것을 알게 된 찾는 쪽 아이들은 그들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협상안을 내놓았다.
그 내용은, 바로 1학년 1반 아이들이 숨는 쪽이 되어서 그들을 이긴다면 얌전히 물러가라는 것.
스래자키족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흔쾌히 승낙했고, 은신중 운동장 한가운데서 결전이 치뤄졌다.
이 모든 것은, 외계인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알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 하에 이루어졌지만,
외계인들은 아이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단 3초만에, 반 전원의 이름을, 불러버린 것이다.
빼도박도 할 수 없었다.
타원형의 운동장에서 목표가 되는 벽까지의 거리는 50m. 1초에 10m를 주파해도 5초는 걸리는 거리였다.
게다가, 전원의 이름을 불러버리기 때문에 모두가 몰려가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처음 상황 파악을 위해 미끼로 던진 아이들은 한여름 땡볕 아래 운동장 한가운데서 차츰 지쳐가고 있었다.
약간의 대치가 있은 후,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스래자키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간을 초월한 스피드를 보유한 그들이 접근하는 것을 본 아이들은 학교 옆 숲으로 흩어져서 달아나기 시작하지만, 음속으로 달리며 나무사이를 뛰어다니고 적외선부터 감마선까지 감지할 수 있는 그들에게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
이렇게, 세계는 주구장창 술래잡기만 할 위기에 놓이고, 아이들은 운동장 한 가운데서 미이라가 될 위기에 처한다.
그 때, 누군가가 정문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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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그가 운동장 한 가운데로 걸어나갔다.
스바라키족들은 혹시나 잡지 못한 아이가 있을 까 하여 다시 한 번 1학년 1반의 출석부 모두를 불러보았지만 그는 눈 하나 꿈쩍 않고 껌을 쫙쫙 씹으며 천천히 걸어온다.
"저건.. 대체 누구지..?" 민수가 말했다.
"우리 모두가 잡혔는데도 놀이가 끝나지 않았어." 철수도 말했다.
"그렇다는 건 혹시...?" 영희 또만 말했다.
그때, 담임이 등장했다.
"그렇다. 저 아이는 바로 오늘 오기로 했던 전학생.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올 줄은 몰랐군. 조금만 늦었다면 인류가 패배할 뻔 했다. 하지만 이 쯤에서 의문 하나. 스래자키족들이 어째서 저 아이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가? 왜냐하면, 내가 귀찮아서 아직 출석부를 수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이제 곧 그는 운동장 한 가운데로 걸어와 너희 모두를 해방시켜줄 것이다."
설명충 극혐이었다.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는 듯, 무심하게 걸어온 전학생이 마침내 벽 안에 서서 말했다.
"놀이는,"
"꿀꺽" 수민이가 침을 삼켰다.
"꼴깍" 수철이도 침을 삼켰다.
"ㅋ.. 쿨럭. 콜록." 희영이는 사레들렸다.
"끝났다!"
그 일격필살의 외침에,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들의 몸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나더니 따스한 온기를 내며 사라졌다. 안그래도 뜨거운 한여름 운동장 한가운데였기 때문에 애들은 욕했따.
모든 것이 끝난 그 순간.
숨죽이고 지켜보던 지구 모든 곳. 그리고 우주 방방 곡곡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할머니!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나도 나도! 궁금해요!!"
벽난로 옆 흔들의자에 앉아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 직후, 전학생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다시 떠났단다. 자신은 공부보단 놀이가 적성에 더 맞는다면서 말이야."
""헤에-.""


푸를 정도로 별이 뜬 밤.
별똥별 하나가 떨어진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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