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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가시2014.04.13 PM 06:13
가시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불륜(?)중인 여고생과 임신한 부인이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다.
서로를 찌르고 베려고 던지는 언어들은 비수보다 날카롭고 도끼보다 흉폭하다.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시체가 쌓여가는 식보다 더한 긴장감을 전달한다.
이후, 있지도 않은 아이에 대한 가상이면서도 동시에 실재인 낙태가 행해지면서
영은(조보아)의 행동이 폭력적인 복수의 수위로 상승하는 것에 묘한 정당성이 부여된다.
영은에게 이 가상의 아이는 서연(선우선)의 곧 태어날 아이와 대적할 절박한 등가물이며
그것을 타의에 의해 잃었을때의 복수는 정당방위에 다름 아니다.
그저 장르 관습에서 끌어 모은 재료로 대충 만들어진 여고생 미저리가
공감을 불러 일으킬 만한 입체적인 캐릭터로 순간 변모한다.
"우리는 곧 부모가 돼. 힘들어도 참고 다녀.......감당할 수 없는 얘기따윈 듣고 싶지않아."
각본상의 개연성 없는 행동묘사에서 일부 손해를 보긴 하지만 결국 서연의 캐릭터만이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다.
서연은 일상을 지키려 하며, 소문 많은 제법 사는 동네에서의 삶을 어떻게든 지속하고 싶어한다.
대적자인 돈 많은 여고생에게서 얻어지는 과외비 수입도 중요하며,
소문이 나지 않는 선에서 남편의 불륜도 용인할 수 있다.
허울뿐인 평화일지언정 유지되는게 중요하다.
결국 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건 허울이 아니었던가.
준기(장혁)가 한밤의 교실에서 히치콕 스타일의 궁지에 처한 누명 쓴 남자가 되는 지점에서
장르 관습의 성공적인 활용이 이루어진다.. 하물며 그 누명이 누명이 아닌지라 궁지는 더욱 깊다.
그러나 거기까지 일뿐, 그 이후의 관습의 활용은 너무 뻔하거나 너무 생뚱맞다.
하지만 주류적인 영화체험과는 다르게 핵심적인 위치에서 차차 단순한 도구적 위치로 전락해 가는건 남성인 준기이다.
이 영화는 흉기없이, 그리고 실제적인 인명살상 없이
두 여성의 대립만으로 이루어진 수작 스릴러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빈틈이 너무 많아 결코 좋은영화 라고는 말하긴 힘들지만, 가시를 보는것은 최소한 신선한 체험이다.
장르의 뻔함을 벗어나려는 시도의 부분적인 성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든 장르적 뻔함의 흥미로운 공존이 있고,
한국영화에서 보기드문 현실적이면서도 결코 도구화 되지않는 여성 캐릭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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