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는] 소리헤다 - 설흔(雪痕) (With Soulman & Minos, Soulfish)2014.08.25 AM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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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man)
더 많은 것을 알게될 줄 알았었는데
알던것 마저 확신하는게 더 우스워져.
내리는 눈을 막을 수는 없는 거라면
그저 아름답다 바라보고만 싶어져.


Minos)
거울을봤지. 내 아비를 닮은
눈빛, 미소까지 한뼘남짓.
"아빠" 갑자기 불러봤지.
어느새 서른이야. 까칠한 수염
똑닮은 매부리코 슥 만져봤지.
어머니께 걸려온 전화.10월.
벌써 12년이나 지났구나.
하 무심코 또 달력을 봤지.

그래 이제 알아 나도.
어른들이 했던 말들이 거진 다 맞지.
엘도라도. 나 잘났다고 깝친
시간들은 그대로 아름답지만
내 벗, 내 사랑, 내 가족까지.
지켜야지 잃어가던것들.
벽에 걸리지못한 가족사진.
'못'나서 때려댔나봐 시간은 망치.
이십대. 동갑내긴 밤마다 만취.
"우리도 좀 잘되자!"
서럽게 울던 내친구를 봤고
불속에서 살아돌아와 웃어보이던
병상 옆 깍지 낀 사랑을 봤지.
다시 맞이한 친구 생일파티.
축하해. 어깨동무 멋진자식.
그 놈의 결혼식. 난 사회를 봤지.

동전같더라. 때로는 돈을 버는 사람
때로는 매를 버는 사람을 봤지.
사기를 친 나쁜놈이
여전히 씬에 남기도해. yo 쁘락치.
약육강식? 이 바닥의 방식?
다 맞다쳐도 슬픈건 슬퍼. 반칙.
"이젠 예전만큼 못마시겠다 민호야."
술자리 형들의 눈물을 봤지.

몇년 정이란것도 이제는 우스워.
그리 쉽게 돌아섰던 등도 봤지.
이별? 받아드리기 나름이라지만
가슴팍 생채기는 남지.
소리헤다. 연주하는 슬픈 B.E.A.T 속 난 E빠진 박쥐.
어두운 동굴속으로 파고들긴 싫어.
그래 맞어, 설흔. 눈내린 아침.

여전히 기억나. 아버지의 마지막
가녀린 숨소리를 난 봤지.
삼십. 그반쯤와서 봐.
어머니의 주름과 아직까지 손에 낀
결혼반지. 믿음. 사랑. 지나감.
기다림과 멋지게 나이먹는다는 것.
종교는 없어도 이제 자연스레 알게돼.
이건 촛불잔치. 거룩해. 촛불잔치.
삶이라는 박자 속 나란 놈, 여전히 박치.

Soulman)
더 많은 것을 알게될 줄 알았었는데
알던것 마저 확신하는게 더 우스워져.
내리는 눈을 막을 수는 없는 거라면
그저 아름답다 바라보고만 싶어져.




오늘은 가사가 중요한 노래라서
가사부터 올려봤습니다.
제목부터 느끼듯 나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자 뜻대로 풀이하면 눈의 흔적 정도가 되겠네요.
사람이 살아온 삶의 흔적을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곡의 느낌보다는 가사가 먼저 귀에 들어왔습니다.
마이노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였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곡을 이곳에 선곡 할 것 같습니다.
충격적인 이야기나 다른 꾸밈 없이도
잔잔하고 담담히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힙합씬에서 정기고만큼이나
보컬로 잔뼈가 굵은 소울맨의
가사도 참 곱씹어보기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울하거나 혹은 어두운 느낌이
아니더라도 잔잔히 생각할 거리를 주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네요.

주말이 끝났네요.
언제나 그렇듯 평범한 삶을
다시 이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편안한 밤 편안한 음악 깔아놓고 갑니다.
댓글 : 1 개
좋은 노래 잘 듣고 갑니다. 처음 들어올 때 '프리스타일'의 미노라고 잘못보고 들어왔는데, '이루펀트'의 마이노스였군요. 목소리 듣고 회춘했다고 생각을...하하하. 깊은 밤 그루브한 랩 사운드도 좋지만, 이런 사색 돋는 가사들도 최고죠(하지만 단순히 랩퍼들의 자아성찰-이라 쓰고 자아도취라고 읽는-은 별로이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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