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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상?] 조카들과 TRPG(?)를 해보았다.2014.09.09 PM 06:33
우리 집안은 대부분이 수원- 화성-서울 권 안에 모여살기 때문에 귀성전쟁과는 거리가 멀다.
선산은 사강즈음에 있고 하여 당일날 대충 친척이 모여서 얼굴보고 차례지내고 식사하고 등을 치루고
오후부터는 모두 흩어져 각자의 시간을 갖는게 보통인데,
이번 추석엔 누나가 우리 가족들을 위해 1박2일 여행을 준비하여 친척들과 흩어진 후, 가족들이 총동원되어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여행지로의 긴 드라이브를 참지 못한 두 조카( 9, 7세)가 심심해를 연발하며 칭얼거리자 같이 앉지 못해
아이들과 직접 놀아줄 수 없는 나는 앞자리에서 즉석으로 뭔가 해보기로 결심했다.
나
-우리 이런거 한번 해볼까?
큰조카
-뭔데요?
나
-자 잘들어봐? 우리 큰애는 마술사, 사냥꾼, 무사 중에서 뭘하고 싶어?
큰조카
-난 마술사!
작은조카
-난 사냥꾼! 활 쏠꺼야!!
그리하여 즉석에서 TRPG(테이블 롤플레잉 아닙니다. 토킹 롤플레잉입니다;)가 시작되었다.
나
-자, 너희들은 한 마을에 도착했어. 마을에 왔더니 한 할아버지가 울고 있어. 말을 걸어볼래?
큰조카
-응! 왜 울어?
나
-할아버지는 삼일이나 굶어서 배가고파요~ 했어. 마침 작은애 주머니에 빵이 있었어.
작은조카
-빵 줄래! 빵!
나
-할아버지는 빵을 먹고 고맙다고 하면서 이 마을에 무서운 산적단이 나타나서 모두 훔쳐가고
-손자를 데려갔데.
큰조카
-내가 산적 두목을 무찔러주겠어!
작은조카
-나도!!
나
-잘생각해야돼? 산적 두목은 팔이 괴물이야!
-팔이 세개라서 칼도 세개나 들고 휘두르고 머리도 두개에 눈도 네개고 낮에도 밤에도 잠을 안자는
-무서운 녀석이야
큰조카
-내가 번개 마법으로 해치워줄거야!!
작은조카
-내가 화살로 쏴없애줄거야!!!
나
-그래서 둘은 마을을 떠났는데, 마을을 떠난지 얼마 안되서 한 노인을 만났어. 어떡할래?
큰조카
-얘기해볼래.
나
-그 노인은 너희 둘을 보더니 다짜고짜 내기를 하자고 하는거야.
-내기에 응할래?
작은조카
-응!
나
-그래서 그 노인이 내가 내는 퀴즈 3가지를 맞추면 너희에게 보물을 주마
-모두 틀리면 너희는 노예가 될것이다. 라고 제안했어.
-먼저 큰애한테 간다? 준비됐지?
큰조카
-뭔데???
나
-(조금 생각 후)
-(노인톤으로) 햇님과 달님이 어느날 하나가 되서 햇님이 사라지고 세상이 깜깜해지지 이게 뭘까?
큰조카
-나 알아! 일식이야!!!
나
-(노인톤으로) 제기랄 맞추다니!!!!!
-그럼 좀 어리석어보이는 네녀석에게 질문을 해야겠군!!
작은조카
-히히
나
-펭귄은 북극에 살까 남극에 살까?(7살이니까 좀 쉽게)
작은조카
-남극!!!!!
나
-제기랄 맞추다니!!!
이런식으로 해서 큰조카는 약점을 볼 수있는 요술구슬, 작은 조카는 새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황금 활을 얻게 함.
(작은조카가 매우 좋아함)
나
-첫째날이 지났어. 그런데 길을가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이럴수가! 산적이 10명이 지나가고 있었어!
큰조카
-공격할거야!
나
-진짜? 숨으면 그냥 지나갈지도 몰라!
큰조카
-할거야!!
작은조카
-내가 먼저 새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황금 활로 화살을 10개를 쐈어!!!!
나
-그래? 그럼....
큰조카
-그리고 내가 번개마법을 쏴서 번개화살로 만들어줬어!!!
(여기서 통제의 필요성과 주사위 도입의 필요성을 느낌)
나
-...음 그런데 번개 마법때문에 화살은 모두 불타 없어지고 말았어.
-작은애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고
-산적들은 너희들을 눈치채고 말았어!!!!!
작은조카
-그래서 내가 형한테 화살을 쐈어!
나
-?!?!??!?!?!??!
큰조카
-내가 번개마법으로 널 때렸어!!!
(여기서 파티가 전멸할 뻔 했다.)
결국 여차저차해서 둘이 협력하여 산적들을 물리치고 (총 산적수 100명. -> 90명으로 줄어듦)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
-자 마을에 가서 선생님을 만났어.
-큰애 너는 번개 밖에 못쓰니까 다른걸 익혀보는게 어때? 라고 물었어.
-불, 얼음 그리고...
큰조카
-불마법!
나
-그래서 너는 원래 번개 10개를 하루에 쏠 수 있는데 번개 5개 불 5개만 쏠 수 있어.
큰조카
-?? 어? 그건 뭐에요?
나
-(밸런스 패치란다)
-너무 많이 쏘면 너무 쉽잖니.
작은조카
-난 뭐 안배워요?
나
-넌 검술을 배우기로 했어.
각각 스킬 업.을 시키고 마을을 나서는데 마을에 화재 이벤트를 넣기로 했다.
당연히 두 조카는 건물에서 불타는 아이를 구하겠다고 선언.
작은조카가 그냥 구한다고 했다가 내가 불에탔습니다. 라고 해서 큰조카가 마법으로 구했다고 선언.
사례로 3만원을 받았다고 설정함.
큰조카
-내가 2만원 갖고 너 100원줄게
작은조카
-뭐야 그게! 내가 활로 형을 쏠거야!!!
마을도 나서기전에 내분. 결국 큰조카가 다시 1만 5천씩 나누기로 하고 길을 감.
이후에 주사위 앱을 다운받아 공격 및 기타 행동시 주사위를 굴리게 했다.
(공격시도시 홀수 성공, 짝수 실패룰 도입. 큰조카 마법 시전시 4이상 전체 공격 및 즉사. 3이하일 경우 단일 공격 즉사 룰)
이후 동굴탐험. 동굴 출구에서 통행료 10만원을 요구하는 노파.
(물론 조카들은 당연히 노파를 공격한다고 했고 노파는 보스몹 구렁이 할매로 변해서 애들을 괴롭힘.
팔이 네개라서 플레이어 양팔을 잡고 들어올려 무력화 시키고 남은 두팔로 화살도 막는다고 설정.
이걸 큰조카가 천장을 불로 공격해서 붕괴시켜 깔아버림. 이후 세번의 주사위 실패 끝에 작은 조카가 화살 명중시켜 마무리.)
등의 컨텐츠를 넣었고 1박 2일동안 조카들이 차에 탈때마다
달래줄 계기가 되었다.
....................................
이거 내가 쓰는 판타지 소설 일랜드 사가 세계관을 바탕으로 플레이하게 하면
더 짜임새 있는 플레이가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나도 설정을 보완 하거나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큰조카에게 귀뜸해주었다.
나
-있잖아. 산적두목은 더 나쁜 악당의 졸개의 졸개의 졸개에 불과해.
큰조카
-?!
-진짜?
나
-ㅇㅇ 아주아주 무서운 대 마법사인 자바르파라는 악당이 세상을 자기 맘대로 하고 싶어해
-그녀석은 엄청나게 강력한 마법과 사악한 시종들과 드래곤 보다 더 무서운 괴물들을 부리고 세상을 지배하려한데
큰조카
-괜찮아!
-나는 그때까지 더더더더더 강해질거니까 그때되면 이길 수 있을거야!!!
떡밥을 물었다.
댓글 : 6 개
- 청오리
- 2014/09/09 PM 06:44
연기력이 좋으셨나봄ㅋㅋㅋ
- 너는아직
- 2014/09/09 PM 06:47
저는 사제를 하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자바르파를 무찌르러 가볼까요?
- NISS
- 2014/09/09 PM 06:52
오 그런거 재밌겠네요. 조카가 아직 한살이라서 같이 하려면 몇년 기다려야하다니...ㅋㅋㅋㅋ
- 압둘란데요
- 2014/09/09 PM 06:56
ㅋㅋㅋㅋㅋㅋㅋ 파티가 전멸할 뻔했다
- 향아~
- 2014/09/09 PM 07:04
trpg가 본래 테이블 토크 롤 플레잉 게임이니까 뭐라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 엘사아렌델
- 2014/09/09 PM 07:08
이거 기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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