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일상?] 피처폰 탈출. 진화의 시작

친구와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니

연락처 하나 저장하지 못하던 어머니가 고개를 숙이고 인사조차 하지 않고 계셨다.

나는 어머니가 부탁한 호떡을 흔들며, "어머니 호떡 사왔습니다." 라고 말하자 그제야 어머니는 고개를 들며

볼록렌즈 안경을 반짝이며 답하신다.

"카톡이 재밌어서 너 오는줄도 몰랐구나."

분명 어제까지만해도 홈버튼, 뒤로가기 도 몰라서 나를 괴롭혔던 어머니셨다.

혹성탈출에 나온 약재라도 맞으셨나 해서 무슨일인가 가까이 가봤더니 실상은 이렇다.

아침에 추가해드린 친구분이 계속 카톡을 날리면서 가이드를 한 것이었다.

어머니가 자랑스레 내민 카톡엔 카톡이모티콘 라이언이 으쓱하는 모습을 보낸 장면도 있었다.

"이것도 보내셨내요?" 하고 감탄하자 어머니는 쑥스러워하시며

"응. 숙자가 이거 보내는법 알려줬어. 많은걸 계속 알려줬어." 라고 답하셨다.

내가 없는 사이에 연락처도 혼자서 세개나 저장하셨다고 자랑하셨다.

................이거 내가 생각한 것보다 습득 속도가 훨씬 빠르셔..............위험해

이제 쇼핑몰 같은거 접속하실거야...........ㄷㄷ

[RedRed]

그뒤로 수 많은 택배 박스가 오기 시작하는데....

[무역연합]

이제 아들이 유게이라는걸 아시게 되는데...

[만취ㄴㄴ]

박사모 틀딱들의 카톡 러시를 당하고 세뇌를 당하고 마는데...

[카레면]

저희 어머니께 삼성페이와 온라인마켓을 보여드리자 집에는 택배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방구석 정셰프]

어머니가 동네 체육관을 주름잡게 되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