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리뷰] [영화누설리뷰] 마이클 키튼의 파운더-악마를 보았다-2017.05.03 PM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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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자영업을 하시려는 분은 이 영화를 보지 마십시오.

프랜차이즈 점주님은 이 영화를 보지 마십시오.

자영업 중인 사장님들도 이 영화를 보지 마십시오.

 

 

 

파운더. 이 영화는 실존인물인 레이 크록이 맥도널드를 창업하고 나아가 성공하는 흔한 성공담을 다루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미담이 될법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 영화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지요.

 

당신은 지역에서 제법 잘나가는 [원조맛집] 주인입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전략과, 양심적인 재료 선정으로 입소문이 널리 퍼져 그 동네에선 입소문이 자자해

지역 신문과 방송에도 인터뷰를 할정도로 잘나가는 사장님이었죠.

물론, 당신이 프랜차이즈나 타지방 진출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몇번 시도를 해보긴 했었죠.

하지만, 다른 사장들은 당신의 방식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재료도 엉망, 손님관리도 엉망, 당신의 식당의 이름을 실추하는 경영을 했기에

당신은 자신의 가게에 집중하며 고객들을 만족시키자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사내가 나타납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내는 다짜고짜 프랜차이즈를 하자며 유혹합니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사내의 끈질김과 사내의 언변에 당신은 '내가 계약을 철저히 세우면 되겠지' 하고 계약에 싸인하고 맙니다.

사내는 처음엔 당신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지켜주는 것 처럼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저런 요구를 해오기 시작합니다.

원래 하나를 들어주면 열을 들어줘야하는 법. 원가절감이나 유혹요소가 있었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경영이 모토였던 당신은 생전 처음봤던 낯선

동업자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와의 관계는 점점 틀어집니다.

그리고 어느날, 사내는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과의 계약은 도저히 지킬 수 없다며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나아가 당신의 상표를 마음대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고소하겠다고 하자 할테면 하라, 언젠가 니가 이기겠지만 그전에 내 돈으로 너를 매장시키겠다 라고 협박아닌 협박도 합니다.

저가 재료를 소포로 보내 [반값으로 똑같은 맛이납니다.] 라고 조롱도 합니다.

 

결국 스트레스를 받고 쓰러진 당신에게 병문안을 오는데, 선물로 상표매입신청서를 던져주네요.

 

이제 당해낼 도리가 없어진 당신은 그가 하자는대로 자신이 평생을 일구어온 맛집 상표를 그에게 넘깁니다.

100억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주긴 했지만, 이제 당신은 두번다시 당신의 가게 이름을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신 가게 맞은편에 [원조맛집 100호점] 이라는 가게가 생기는 꼴을 보고 맙니다.

그리고 당신은 3년도 못가고 가게문을 닫게 되었답니다.

 

 

라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구성은 레이크록과 맥도널드 형제의 일화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깜빡 속을수 있도록 치밀한 구성이 되어있는데

 

1. 안팔리지만 끈기와 열정만은 뛰어난 늙은 퇴물 판매원 레이 크록

2. 레이가 긍정의 힘으로 직원들을 통솔하는 형 맥과 천재적인 감각과 미래지향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이끄는 두뇌파 딕을 만나 큰 감명을 받고

3. 세계최초의 놀라운 패스트 푸드 시스템을 지녔지만 전국관리를 할 역량이 부족한 두 형제를 보완해 레이가 수완을 십분발휘해

4. 둘의 시너지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아름다운 이야기!!!

 

로 속을 만큼 초반의 구성은 유쾌하고 흥겨워요.

 

맥도널드 형제가 레이에게 자신들의 어려웠던 과거와 그때마다 위기를 극복했던 행운과

딕의 감탄할만한 전략과 천재성을 회상하고 설명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아 이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반드시 필요한 번뜩임과 통찰력인가] 하고 놀랄 정도로 기발하고

유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테니스코트에서 직원들과 함께하는 주방 운영 시뮬레이션은 활기찬 미래를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밑바닥에서의 성공을 꿈꾸게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그리고 딕은 자신의 꿈인 그 유명한 맥도날드의 황금아치를 보여주죠.

이런 모양의 가게가 여럿 퍼지는 것이 그의 꿈이었지만, 현실은 맥도널드 형제의 경영방침(오직 햄버거에 집중. 위생 철저.)을

이해하지 못하고 방만하게 경영하는 타 점주들의 만행에 맥과 딕은 그 꿈을 잠시 미뤄두고 현재의 가게를 완벽하게 운영하여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일을 하지만,

 

레이는 딕과 관객들에게 [십자가 만큼 퍼지는 맥도널드. 미국의 새로운 가치]를 설명하며 설득합니다.

네. 이때까지도 레이를 보며 '아 저런 발상은 참 대단하구나' 하고 감탄할 수 있었죠.

왜냐하면 레이 크록이 맥도널드 형제와 함께 성공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요.

 

점차 사업이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레이는 맥도널드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집까지 담보로 잡으며 돈을 끌어모읍니다.

어려움도 겪고 발로 뛰면서 그야말로 헌신적으로 일하죠.

자금난이 닥쳐오자 그걸 타개하기 위해서 원가 절감을 생각하며 가맹점주 중 하나가 제시한 밀크셰이크의 생우유를 값싼 분말로 바꾸자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너무 적은 프랜차이즈 비용(1.9%)도 좀 올려 자본금을 확보해 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자고 맥도널드 형제에게 제의하죠.

 

그러나 맥도널드 형제는 맥도널드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두가지 제안 모두 묵살합니다.

여기서 영화의 표현이 중요한데 딕이 [싸구려 분말로 원가를 절감하면서 진짜 밀크세이크의 값을 받아 챙기는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짓이다.]

라고 말해주었다면, 딕이 정말 양심적인 경영자이고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보였겠지만, 영화는 그렇게까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저 딕이 [밀크가 안들어간건 밀크셰이크가 아니다.] 라며 변화를 모르는 답답한 사람처럼 보여주는데 급급하죠.

(개인견해론 이후 레이크록이 주장하는 변화를 모르면 도태된다 라는 해석에도 힘을 주고, 너무 한쪽편을 들지 않기 위해(레이크록 나쁜놈으로 몰아가지 않도록) 균형을 잡기 위한 장치로 보이긴 합니다만)

 

자 아무튼 레이가 제안한 변경안은 모두 묵살당했고, 레이는 닥쳐오는 자금 압박과 빠른 사업확장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맥도널드 형제와 갈라서기로 합니다.(그러나 사실 그게 아니었죠. 이에 대한 설명은 뒤에..)

 

처음엔 계약의 헛점을 노리며 부를 축적하더니, 나중엔 계약을 대놓고 무시하죠.

거기다가 맥도널드 형제의 가게를 두고 다른 곳에 맥도널드 1호점을 내더니 나중엔 형제의 가게에 값싼 쉐이크 분말을 보내며 조롱합니다.

결국 형인 맥이 지병+스트레스로 쓰러지자 낯짝 두껍게 병문안까지 가더니 꽃다발과 함께 쪽지를 건내줍니다.

 

자 여기서 이 쪽지가 [쾌유를 빈다]등의 뻔뻔한 무언가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아직 순진한겁니다.

 

레이 크록 이 악마는 환자에게 백지수표를 건냅니다.

네.

'이제 니 모든걸 내놔라. 니 꿈과 영혼까지도' 라고 말하고 있는거죠.

 

형제는 대응할 방법이 없어 결국 모든걸 포기하고 협상에 응합니다.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금액인 270만 달러를 받고, 모든 매출 1%를 요구했지만, 이건 구두계약으로 이루어져 결국 지켜지지 않지요.

(구두계약을 지키지 않으리란걸 형제는 알지만, 더 싸울 방법도 기력도 없기에 무기력하게 악수하고 맙니다.)

 

이렇게 모든걸 얻은 레이는 무슨 짓을 벌였을까요

형제의 간판을 떼어버리고, 그 앞에 맥도널드 100호점을 지어 숨통을 끊습니다.

 

레이는 화장실에서 딕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죠.

 

수백키로를 달려와 너의 가게를 보았을때, 난 결심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맥도널드]라는 이름을 빼앗기로 했다고

애당초 갈라서는게 아니라 함께 갈 생각자체가 레이에겐 없었던 겁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의문이 듭니다.

오직 한가지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나]

 

맥도널드 형제가 고리타분하게 굴었다면, 설득해야했습니다.

설득이 불가능했다면 포기해야했지요.

포기할 수 없었다면, 투자자나 주주를 모아 압박하거나 해서 어찌 되었건 함께 가는 길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상생할 수 있었어요.

말을 안듣는다고 그걸 훔치고 빼앗을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모든걸 빼았고 최후의 승리자가 되었을때, 최소한 원조 맥도널드 집으로 예우를 해주는 식으로 형제의 소박한 마지막 꿈은 지켜줄 수도 있었습니다.

 

모든걸 차지한 승리자의 아량을 바라는게 너무나 순진한 발상인걸까요?

 

누군가는 말합니다. 레이 크록이 아니었다면 맥도널드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겠는가

 

전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가?

 

 

 

[영화 지니어스로 비교한다면]

천재 글쟁이가 편집자에게 글을 들고 와서

편집자가 이거 이거 고치고 자르자고 제안하니까 작가가 싫다고 반대하자

편집자가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버렸다.

 

-끗-

 

영화의 구성과 재미는 뛰어납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특히 마이클 키튼의 연기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악마'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뒷맛이 정말 더럽습니다.

정말로..............

 

댓글 : 1 개
얼마 전에 어떤 분의 마이피에서도 이 이야기로 잠깐의 의견을 댓글로 나눈 적이 있었죠. 개인적으로 '레이 크록'이란 사람에 대해 일종의 사기꾼으로 여기고 있었기에 긍정적으로 영화를 보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그가 그의 생계 앞에서 택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때 그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설립자의 노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맥도날드 법인이 있었겠느냐..

사실 그 때 울프맨님의 마지막 말씀과 같이 세상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고, 닥치지 않은 미래는 그 누구도 모른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분의 마이피이고 그분의 의견이기에 참아야만 했습니다.

영화는 백지수표로 그나마 보상이 돌아간 걸로 나오지만, 실상은 완전 개싸움이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단지 이 영화는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줄 뿐, 또 다른 사건의 주인공인 맥도날드 형제에 대해서는 고리타분하게 묘사되어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기회는 배제되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돈이 지배하는 지금 현대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는 보여주는 영화라고 봅니다. 반대로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저래선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죠. 많은 소규모 자영업자 및 기능자들이 장인정신을 고집하며 그들의 특수성과 다른 이들과의 사회적 차별성, 혹은 변별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원하는대로 가게를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건물주님'이 되어야 한다는 요즘 한국에서 과연 그게 그토록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는 것에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시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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