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일상?] 어머니가 내 동거동물을 처치했다 ㅜㅜ2017.06.13 AM 08:30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내가 피터파커를 만난건 일주일전의 일이었다.

 그날도 어디서 기어들어온건지 내방 상공을 질주하며 행복한 주말계획(밥과 게임을 동시에!)을 방해하는 여름의 영원한 불청객.

 똥파리를 퇴치하기 위해 다이소에서 구매한 가성비 최강의 파리채를 들고 놈을 요격하기 위해 도끼눈을 뜨던 나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 하나 있었다.

 내방구석 천장에 작고 아담하게 설치된 불법 건조물.

 지금은 피터파커라 명명한 작은 집거미의 거미줄이었다.

 그땐 별 생각없이 '오냐 파리 죽이고 다음은 너다!' 라며 [우리 집은 인간 외엔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다!]라고 천명한 어머니의 가훈을 엄수할 계획이었으나, 바로 다음 순간 벌어진 일에 나는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속절없이 허무하게 허공을 가를뿐인 내 파리채질을 비웃으며 화려한 곡예비행을 뽐내던 똥파리가 방구석 거미줄에 걸려버리고 만 것이었다!

 놈은 몇번이고 탈출하려 몸을 부르르르 떨었지만, 그게 오히려 집주인을 호출하는 꼴이 되어버려서 자기보다 몇배는 작은 꼬꼬마에게 온몸이 칭칭 감기는 굴욕을 맛보며 파리는 생을 마감했다.

 나는 라면이 팅팅 불어버리는 것도 잊은 채, 작은 불법건축물 거주자를 보며 '요거 쓸만하네' 하고 생각했고 여름이 갈때까지 내 방 모기를 잡아주길 바라며 그렇게 한시적 동거 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가장 익숙한 거미 이름인 피터파커로 명명하며 가끔 출몰하는 파리를 그쪽으로 몰거나 잡은 모기를 거미줄로 던져주는등 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법.

 여름이 다갈때까지 유지될 것만 같았던 우리의 동거는 어느날 갑자기 파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름을 불운의 사나이 피터파커로 지은게 문제였던걸까

 어머니가 방 청소를 하러 들어오시는건 사실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았었다.

 어머니는 연로하셔서 시력저하가 심하셨기에 형광등 빛도 아슬아슬하게 닿는 천장구석의 작은 불법건축물을 발견하지 못하였으나 오늘은 달랐다.

 아침부터 뭔가를 수선하시려고 돋보기 안경을 끼시고 바느질을 하시던 어머니는 도구가 부족한지 내방에서 가위를 가지러 들어가셨고, 평소보다 시력이 배로 좋아진 어머니의 눈에 피터파커와 그 보금자리가 발각되고야 말았던 것이다.

 파리채를 들고 거미줄을 철거하려는 어머니를 만류하며 "저게 파리모기 잡고 신통하다"며 어떻게든 녀석을 구하려 했지만 어머니는 완고했다.

"집구석에 궁상맞게 거미줄이 뭐니?!"

 

미안 피터파커..

그동안 고마웠다.

(방구석 거미줄 사진은 진작 찍었어야했지만... 지금은 이미 사라졌기에...)

댓글 : 12 개
피터빠커...는 그렇게 갔습니다...
ㅠㅠ 피터...
저도 거미는 죽이면 안된다는 설을 믿어서(라기보다는 괜히 신경쓰여서)
집에서 보여도 거의 두는 편이에요ㅎㅎ
음.. 제가 사는 곳에 거미가 많고, 저도 거미집은 그대로 놔두는 입장인데
거미집에 파리나 모기가 걸린걸 본 적이 없습니다;; 작은 초파리 정도나 걸릴 뿐...
어쩌다 곱등이가 걸려있는 건 봤네요. 뛰다가 거미줄에 붙은 거 같던데;;
우리집 피터는 베란다로 내 쫓았던 기억이...ㅠㅠ
저도 천장에서 내려오지 않는한 피터와 공생을 하고있죠! 모기를 다 잡아줘!!
엉엉ㅠㅠ 거미 그 좋은 친구가 갔습니닥!ㅠㅠ
저도 집에 들어오면 밖으로 내보내쥼~
이게 뭐라고 몰입해서 읽었네 ㅋㅋㅋ
작가님 ㅋㅋㅋㅋ 소설 한편 내시죠
요약왕님의 필력ㅋㅋㅋ
피터ㅜㅜ
글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문과샹이 또 ... ㅋㅋㅋ
저 이과에요 ㄷㄷ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