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회사] 아침부터 회사 사무실에 비상경보를 발동했다.2018.03.14 AM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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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는 공용 노트북이 있다.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면 DB 설계를 해야하고 그에 대한 모델설계를 관리하는 공용 노트북인데

여러 팀들이 개발에 착수하니 주초가 되면 이 노트북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펼쳐진다.

 

예를 들면,

 

출근하고 화장실에 갔다온 내가 공용노트북을 쓰기 위해 어슬렁거리며 이용장부를 들추면 벌써 대여중에 누군가 이름을 써놓은 상태.

이용중인 대리에게 다가가 '너다음에 나다?' 라고 얘기하면 대리는 울상을 지으며 '이미 저 다음에 누가 찜하셔서..' 라고 할정도로 미리 맡아놓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 노트북은 구닥다리라 느리기까지하고 중간에 뻗어버리기도 해서 한 번 쓰는데 최소 30분이 걸리는터라

미리미리 일을 끝내지 않으면, 나중에 개발 일정이 촉박해져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오고 결국, 이 때문에 야근을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하는터라

출근하자마자 노트북을 선점하는건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가 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DB설계 프로그램을 개발자들이 하나씩 설치해서 쓰면 되지 않냐고

그에 대해 고객사 클라이언트의 답은 간단하다.

 

[그 프로그램 너무 비싸]

 

그래서 오늘도 개발자들은 아침에 오자마자 어슬렁거리며 노트북을 찾는 것이고,

오늘 아침 30분 일찍 나온 나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공용 노트북 자리로 다가가게 되었는데..........

 

없다.

 

자리에 노트북이 아무곳에도 없었다.

 

물론 이런 일은 늘상 있는 일이라 나는 '또 어떤 몰지각한 인간이 쓰고 제자리에 안갖다놨어?'라고 투덜거리며 사무실을 한바퀴 돌았다.

그리고 사무실 어디에도 공용 노트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머리에 물음표를 가득 띄운 채 대여 장부를 펼쳤다.

 

[3월7일. 영업파트. 이프리. 사용.]

 

반납 체크가 안되어있는걸 본 나는 '하여간 프리랜서들이 문제야' 라고 투덜거리며 모두가 출근하면 범인색출을 하기로 결심하였으나 모두가 출근한 이후 일은 더욱 커지고야 말았다.

 

이프리 : 제가 7일에 그걸 사용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다가 중간에 노트북이 꺼져서 성질이 나서 그대로 두고 가버렸다구요. 전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종합하면 이프리는 7일에 공용 자리에서 노트북을 썼다.

->그런데 공용 자리에 노트북이 없다.

->장부의 이력은 이프리에서 끊겨있다.

->결론: 누군가 장부 기재 없이 노트북을 5일간 갖고 있다.

->최종결론: 공용 노트북 행불. 대 비상사태

 

나는 즉시 멘탈이 무너져 담당 과장님을 찾아가 자초지정을 이야기했고, 나의 멘탈은 담당 과장님에게 즉시 전염되었다.

 

담당과장님

-어.. 어쩌죠? 울과장님?

 

-일단 2층에 있는 우리쪽 사원에게 연락해서 거기에 혹시 있는지 찾으라고 하세요.

-전 이따 이사님 오시면 전체 메신저 공지로 노트북 자수하라고 해볼게요

 

담당과장님

-네.. 네;;

 

이렇게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노트북 탐색을 시작하려는 찰나, 담당 과장님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던 대리 하나가 서랍에서 공용 노트북을 꺼내는게 아닌가?

 

나와 담당 과장은 아연실색해 그 대리에게 왜 그 노트북을 개인이 소장했는지 물었고 대리의 대답은 우릴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대리

-이거 이사님이 공용자리에 두면 누가 가져갈까봐 걱정되니까 저보고 갖고 있으라고 하셨어요.

 

-분명 지난주에 담당 과장님 바꾸면서 공용자리에 두고 나중에 시건장치하신다고 하신걸 내가 들었는데....???

 

담당과장님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이사님

-내가 마음이 바뀌었다네

 

 

왜 그런 중요한걸 공유를 안해주시는거야아아아아아아아!!!!!!!!!!!!!!!!!!!!!!!!!!!!!!

 

 

댓글 : 12 개
it회사에서 아날로그적인 노트북 확보전이라.. 그게 더 웃기네요 ㅎㅎ
이사급들이 유난히 트롤링이 많은거 같은 건 기분 탓일까요...?
비싸서 여러카피 못 쓰는 건 알겠는데..
개발 효율엄청 떨어지네요..
공용 서버에 설치 못하나요?
상황이 웃프네용 ;ㅅ;
내가 마음이 바뀌었다네............
이건 문제가 심각한거 같네요.
근데 디비 설계 프로그램 머 쓰길래 비싼가요?
이사님:하하하 또속았구나
하나뿐이라면 성능이라도 좀 업시켜주지 -,.-;;
아니면 원격조정으로 쓰던가 하면 되지 않나?
효율비용 따지면 한개 더 사는게 비용더 아낄지도..:
진짜 깝깝하네요. 윗분들 말씀처럼 개발효율이 떨어지고
일하시는분들도 그런 자잘한걸로 스트레스 발생하는게 더 손실이 클텐데..
erwin 같군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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