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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상?] 가벼운 혼술. 중국식 물만두와 부추구운만두. 그리고 컵술.2018.05.14 PM 09:54
와카코와 술이라는 만화를 보다보니 삘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만화는 26세 여성이 퇴근 후 집에 안가고 처묵처묵하러 다닌다는 단순한 내용으로 2분짜리 단편애니로도 나왔죠.
내용은 대충
이런겁니다.
본디 술을 좋아하긴 하나 혼자서 오 이건 이렇게 먹으면 맛있어 저렇게 하니 맛있어
해본적은 전혀 없고 부어라마셔라 하는 식으로 마셔보던 터라
이 만화를 보니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
당장 퇴근하고 혼자 마실 수 있는 술집이 있는지 잠시 생각한 끝에
집 바로 근처에 아주 적절한 술집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일단 메뉴판을 봅니다.
몇몇 메뉴를 제외하면 대단히 저렴한 가격!
일단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한 번도 먹어본적이 없는 훈둔을 주문하기로 결심합니다.
새로운 도전 하나를 한다면,
안전빵 보험도 하나 있어야겠죠?
저기에 부추군만두 하나를 추가합니다.
그리고 컵술 한잔이요!
주문을 마치자 중국인 주방장 아주머니가 서툰 한국말로 되물으십니다.
고수..고수 빼요?
예전 같으면 고수를 입에도 대지 못했겠지만 최근 GS편의점 베트남 쌀국수에 고수를 듬뿍넣어서 적응하기도 했고,
오늘은 왠지 현지의 맛을 보고 싶은 기분이라서 흔쾌히 고수 넣어달라고 외쳤습니다.
테이블은 3개도 안되는 아주 작은가게였지만,
포장손님이 많아 아주머니가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길 여러번.
조금 기다린 끝에 드디어 첫 메뉴가 등장했습니다.
훈둔(물만두, 고수, 김) 4000원
그리고
컵술(38도. 고량주 향) 2000원
일단 처음엔 숟가락을 들어 국물맛을 봅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고수의 독특한 향이 베어있는 따듯한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젓가락을 놀려 만두 하나를 집어 간장에 찍어 입에 넣어봅니다.
원래 짭짤한 만두가 간장을 머금고 더욱 자극적인 짠맛을 자랑할때, 고수 한웅큼을 집어 입에 넣고 두어번 씹어봅니다.
짠맛과 고수의 향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짠맛이 가라앉고 고수의 향이 부각되기 시작할 쯤에
컵술을 한모금 후루룩 마시면, 코에는 중국술의 향기로운 향이
입안에는 고수의 독특한 맛과 독한 술의 청량감이 함께 머물다 꿀꺽 하고 식도를 뜨겁게 달궈줍니다.
자연스럽게 절로 내뱉어지는 키야 하는 감탄사.
김도 맛을 봅니다.
물에 젖은 김에 짠맛은 남아있지 않지만 축축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젓가락을 부지런히 놀리게 합니다.
물에 담궈진 김을 어느정도 씹다가 입안이 텁텁해진다 싶으면 고수를 한웅큼 집어 입에 넣으면
다소 부담스러운 향취와 더불어 오묘한 청량감이 김과 조화를 이루어 자연스레 독한 술을 찾게 만듭니다.
이렇게 국물 한번 만두 한번 고수 한번. 컵술 키야
김 한번 고수 한번 컵술 키야
를 하다보니 어느새 컵술의 반이 사라지고 있네요.
이럴때 쯤
두번째 메뉴가 등장합니다.
부추 군만두 (군만두. 부추.) 1000원
사진으로는 좀 작게 보이지만 혼자서 먹기에 부담스러울 정도의 크기입니다.
두개를 시키면 한끼 식사는 거뜬해보이는 양.
일단 먼저 젓가락을 놀려 껍질을 부숴 입에 넣어봅니다.
물만두만 먹어 다소 질리던 흐물흐물한 식감속에
잘 구운 누룽지 같은 고소함과 바삭한 튀김옷이 신선한 맛을 더해줍니다.
그리고 껍데기를 씹다가 씹히는 묘한 단맛.
그렇습니다.
고기가 없어도 만두는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
부추와 계란 만으로도 달달한 맛을내며 야채만으로도 훌륭하게 술안주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줍니다.
바삭바삭한 군만두를 씹고, 훈둔 국물을 마시며 물만두를 집고 고수를 먹고 있자니
홀에 들어온 손님이 주인 아주머니와 큰소리로 대화를 합니다.
당연히 중국어.
저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오히려 알아들을 수 없기에
바쁜 일상속에 떠나지 못한 해외여행을 오늘 떠나는 기분을 만끽합니다.
밖에 나가면 수원의 거리겠지만
안에서만큼은 중국 어느 도시의 한 가게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겠죠.
기분좋게 먹고 마신 가격 7천원.
정말
잘먹었습니다.
- 충전완료
- 2018/05/14 PM 10:03
- Toutvabienn
- 2018/05/14 PM 10:06
- 라이온하트
- 2018/05/14 PM 10:09
- 제누티
- 2018/05/14 PM 10:29
- 티모오브레전드
- 2018/05/14 PM 10:36
- ▶◀brynhild
- 2018/05/14 PM 11:18
제가 딱 이런 종류의 안주와 술을 좋아하거든요.
으아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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