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일상?] 목욕하러 가서 어르신께 등을 밀어드린다고 했는데2019.01.19 PM 04:07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목욕이 하고 싶어져서 동네 목욕탕에 가서 샤워를 하고 탕안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때밀이 아저씨가 손님 하나를 열심히 밀고 있습니다.

 

그 앞에는 현수막에 큼지막한 글씨로 써있는데 자꾸만 눈이 갑니다.

 

[멋진 세신! 전신 세신(몸, 등, 허리 마사지). 멋진 사장님 현금 2만원]

 

그외 여러 메뉴를 보니 한 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요즘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셀프로 때를 밀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등은 혼자서는 밀 수 없으니 뒷편에 앉은 어르신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등 밀어드려도 될까요?

(해석: 등 밀고 싶다. 당신의 등짝을 일단 내달라)

 

어르신은 움찔 하시더니 제 덩치를 잠깐 보십니다.

 

어르신

-ㅎㅎ 괜찮네. 난 등을 밀지 않아.

(해석: 니 등짝 태평양 등짝. 밀다가 허리나간다.)

 

어쩔 수 없이 할 수 있는 곳만 하기로 하고 팔다리를 밀고 각질도 제거하고

구석구석 세심하게 밀은 다음에 길다란 이태리 타올을 양 손에 질끈 묶고 등으로 넘긴 다음에

최대한 힘을 주어 쓱싹쓱싹 밀고 당기며 간접적으로 때를 밀어보려 하는데

 

그때까지 어르신은 지켜보고 있었나 봅니다.

 

어르신

-자네 씻을 곳 다 씻었나?

-내가 등을 밀어주지

 

아.. 밀어주실 생각이 없는게 아니었구나

그렇다면 해석이 바뀌게 되겠습니다.

 

(해석: 니 등짝 태평양 등짝. 밀다가 허리나간다.)

(해석: 자네 덩치로 힘줘서 밀면 아플 것 같아)

 

어르신은 감사하게도 헉헉 거리면서 힘주어 미시고는 웃으십니다.

 

때도 별로 안나오네 하고

 

너무 감사해서 제가 밀어드린다고 하자 어르신은 난처해하시며 재빨리 자리를 피하십니다.

 

받기만하고 참...

댓글 : 5 개
아 서로 등을 밀어주는 문화가 있나보네요; 공중목욕탕엘 자주 안가다 보니 그런게 있는줄 몰랐습니다ㅋㅋ
제가 어릴떄 다니던 곳은 등밀어주는 기계가 있어서..
요즘 친구들은 등밀어주는 문화 자체를 모르는구나;;
댓글보다가 레알 충격받음 ㅎㅎㅎ

ps.
이 글은 주인장의 등빨 자랑글이 확실하다
  • ZEPA
  • 2019/01/19 PM 04:21
아....요즘 보기 힘든 광경이 그려지는군요.....아련한 8090세대의 추억...
목욕탕 가실때는 길다란 킹콩샤워 때밀이를 가지고 가세요 ㅎ
그거로 한바탕 밀어주면 거의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ㅎ
목욕탕에서 등 제대로 안밀면 엄청 찝찝함;;
예전엔 죄송한데 때 타올좀 빌려주실래요.... 도 심심찮게 있었드랬죠.....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