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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이야기] 군생활실화2-피씨방 집단난투 살인사건2013.03.17 PM 03:07
화창한 일요일에서 우중충한 날씨로 변해가고 밖에 나가려다가 그나마도 할일이 없어지는 만큼
오늘은 옛날 생각이나 하며 할일 없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그런면에서 두번째 이야기를 풀어본다.
때는 전편과 동일한 장소와 배경을 무대로 한다.
바로 04년의 어느날 충남 어딘가의 지구대로 파견나갔던 전투경찰 대원인 나와 후임 원숭이의 이야기이다.
(장소와 시기가 애매한건 오로지 글쓴놈의 기억력이 아메바 급이기 때문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와 원숭이가 모두 출동해 음주단속을 하러 갔는데, 보통 금-토에 사람들이 술을 자주 마시기 때문에 음주단속을 자주 하곤 했다.(이와 관련된 이야기도 여럿 있지만 그건 다음에)
이 음주단속이라는게 참 불편한 것이 올바른 일을 하고 있음에도-음주운전은 나빠요- 시민들에겐 번거롭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감지기를 부는거에 잘 협조도 안해주기도 하며, 도망을 가기도 하고 겨울에는 춥고 하여간 잡히기 전까지는 일찍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속으로 '잡혀라잡혀라'를 연바랗게 만드는 그런 단속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동행한 모 경장이 전화를 받더니 나와 원숭이에게 경광등이랑 장비 챙겨서 철수하자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아 오늘 여기가 잘 안잡히니 다른데로 옮기나?' 싶었는데 곧장 지구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말하길 '지금 지구대에 살인 사건 접수됐으니까 울프 너랑 원숭이 지구대 문 막고 아무도 못들어가가게 해라. 특히 원숭이 너 유가족들한테 힘쓰지 말고' 라고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
또 잔뜩 긴장한채로 지구대로 돌아가니 평범한 상황에선 결코 볼 수 없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좁은 지구대 안에는 십여명의 청년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한바탕 패싸움이라도 벌인 듯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지구대장인 모 경감님은 우리가 도착하자 나와 원숭이를 시켜 그들 중 반을 밖으로 나가게 했다.
우리는 이들을 일단 밖으로 나가게 인도를 했는데, 이 상황에 대해서 파악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아서였다.
경감님은 나에게 2층 생활실(우리가 머무는 방)을 치우게 한후, 거기로 한사람 한사람 불러서 대질 심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 지구대 직원 중 하나가 나에게 사정을 설명하는데 그 상황이 참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버린 그런 상황이었던 것.
이들은 불과 몇십분 전만해도 친구들끼리 모여 술먹은 후 평범하게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청년 다섯 이었다.
그런데 잔뜩 술에 취한 패거리(지구대 밖으로 몰아낸 5명+ 고인1) 들이 와서 피씨방 밖에 주차된 차들을 술김에 깨부수기 시작했단다.
그 차는 바로 피씨방에 있던 청년들의 차였고 이 기가막힌 상황에 청년들은 패거리들의 행패를 말리기 시작했는데, 혈기 왕성한 청년들의 말림은 곧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이 몸싸움은 격렬한 패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래도 사건의 발단은 패거리들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격렬한 싸움 속에서 누가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고, 어쩌다가 그랬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패거리에 속했던 청년 중 하나가 그만 숨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결국 그리하여 피해자는 모두 가해자가 되어 이 지구대로 끌려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지구대장은 이들 중 누가 그를 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2층으로 하나씩 사람을 불러 당시 정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사람당 적게는 30분에서 1시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유가족과 관계자들은 하나 둘 도착하여 지구대 문앞에 버티고 선 우리들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힘을 썼고 나와 원숭이는 말없이 그자리를 버티고 서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구대장이 드디어 2층에서 내려와 다시 고개숙인 다섯명의 앞에 섰을때, 다섯명의 청년들은 모두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그리고 지구대장은 잠시의 침묵 후, 수갑을 꺼내 그중 한명의 손목에 채우곤 선고했다.
'ㅁㅁㅁ씨. 당신을 ㅍㅍㅍ씨 살인혐의로 긴급체포하겠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정황이지만, 그의 진술에 따르면 자기도 기억이 잘안나지만 뭔가를 밟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고, 지구대장은 숨진 피해자의 가슴에 발자국이 있다는 것에 포인트를 둔 모양이었다.
즉, 격렬한 싸움 중에 숨진 피해자는 누군가에 의해였거나 혹은 사고 발을 헛디딘다던지 하여 넘어졌고, 살해자가 된 청년은 그 피해자의 가슴을 강하게 짓밟아 숨지게 만든 것이었던 것이다.
그때까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그 청년은 자신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자 정말, 내가 본 것중 가장 서글퍼보이고 서러워 보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무릎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리고 밖에 내몰려있던, 가해자였던 피해자들은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야이 살인자새끼야!''내친구를 살려내!' 라며 오열을 터뜨렸다.
장장 4-5시간이 지나 동이터오기 시작하고 승합차에서 사복을 입은 강력계 형사들이 도착해 범인으로 지목된 청년을 인수해 데려갔다.
인생이란 한치앞을 알 수 없는 것. 자기 자신이 설마 살인자가 되어 인생을 망치리라는걸 누가 알았을까, 피해자가 한순간에 가해자로 돌변해버린 이 사건을 다시 생각해보며 약간 기분이 거시기해지고 소주를 마시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 : 7 개
- 루리엔빠
- 2013/03/17 PM 03:26
시발 가해자새끼들. 가해자가 된 피해자입장에선 정말 억울하고 한스러운 일이겠네요.
후우...... 여튼 거두절미하고. 죽은놈은 잘 디졌다고 봅니다. 에휴 -_-
후우...... 여튼 거두절미하고. 죽은놈은 잘 디졌다고 봅니다. 에휴 -_-
- 후시딘연고00
- 2013/03/17 PM 03:29
술 쳐마시고 단체로 객기부리는 새끼들도 문제있음
- 얀유론
- 2013/03/17 PM 03:29
에이...착잡하네요.술먹고 꼬장부리다 죽은 사람도 그렇고 졸지에 살인범돼버린
사람도 그렇고 에휴
사람도 그렇고 에휴
- 훼이크임
- 2013/03/17 PM 03:30
피해자가 개불쌍하고, 가해자 쉽새키들이 개 문제임.
저런놈들이 나중에 사람죽이고 잘못없다고 떵떵거리지
저런놈들이 나중에 사람죽이고 잘못없다고 떵떵거리지
- 리만 러스
- 2013/03/17 PM 03:38
술 쳐묵었으면 얌전히 집에 가서 잠이나 쳐 잘 것이지, 괜히 멀쩡한 남의 차 때려부수면서 깽판칠땐 언제고..쩝.
- 다크클라우드2
- 2013/03/17 PM 03:45
군단의심장2 로 봤네
- Astounding
- 2013/03/17 PM 03:53
멀쩡한 남의 차 때려부순 개같은 것들이 뭘 잘했다고 살인자 운운하는지...진짜 적반하장이네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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