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독서 일기. [범죄의 해부학]2011.05.26 PM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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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의 해부학, 마이클 스톤 지음, 다산초당, 2010.

여기까지 온 경로를 먼저 적어야겠다. 애당초 호기심의 발동은 ‘세계철학사’의 20C철학부분에서 비롯되었다.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정신과 육체가 동일하다는 일원론자와 정신과 육체는 다른 범주라는 이원론자의 싸움은 일원론자의 판정승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그 이유는, 외부적 충격에 의한 영구적 뇌손상이 피해자의 ‘지적’부분이 아니라 ‘정서적, 도덕적’ 부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례가 점차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추상화된 이성은 어찌되었건 인간 신체의 기능적 발달의 최고봉인 ‘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이제 부정하지 못하는 과학적 ‘진리’인 것이다. 철학사를 덮고 ‘뇌과학’으로 향한 것은 이성에 대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뇌과학’책은 뇌에 대한 분석보다 뇌의 기능 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더군다나 ‘뇌 개발 방법’이라는 수단론에 치우쳐, 그다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결국 뇌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접고 보다 큰 의미에서 ‘인체’로 방향을 틀었다. 7월달에는 아무래도 ‘생리학’책을 읽지 싶다(뭣도 모르고 해부학책 펼쳤다가 그대로 덮었다. 해부학책은 교양의 수준을 훠얼씬 넘어선다).

여하튼, 철학사를 공부하면서 20세기 인간에게 가해진 최악의 폭력이라는 홀로코스트가 ‘광기’가 아닌 ‘이성’의 분별없는 발달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인간을 조직의 부분화, 파편화 시킨 것은, 헤겔이나 마르크스나 비슷했다(다위니즘의 사회적 적용이나, 멘델에서 비롯한 우생학도 영향을 주었다). 이와 같은 집단의 ‘폭력성’에 대한 호기심은 ‘파시즘’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개인의 폭력성은 어떻게 비롯되는 걸까?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불타오르는’ 감정의 결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유영철 사건과 같은 경악스러운 사건은 분명 ‘감정’만의 결과가 아닐 것이다. 치밀하고 표독스러운 그리고 냉혹한 이성이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여기에 대한 궁금증이, 싱그러운 5월말에 ‘범죄의 해부학’이라는 매우 부담스러운 제목의 책을 집게 만든 것이다.

슬슬 읽고 있는데 책 자체는 마음에 든다. 일단 평상시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정신분석학의 탐구가가 현미경을 들고 탐색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겁이 많은 성격이라 다 읽고 악몽을 꾸지 않을까 고민이다. 크리미널 마인드보고 한동안 우울했던 것처럼 말이다. 제목은 ‘범죄’인데 실상 ‘살인’에 대한 분석이 절대 다수다.



※ 범죄의 해부학 p.8. ~ p.148.

프롤로그와 ‘질투로 인한 살인’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 핵심은 ‘정당한 살인부터 사이코패스 고문살인까지 스물두 가지의 악의 심리 등급’이다. 나열한다.

악의 등급
▶정당방위 살인 혹은 정당한 살인
카테고리1. 정당화 될 수 있는 살인

▶사이코패스 기질이 없는 사람이 저지른 충동적 살인
카테고리 2. 질투에 눈 먼 애인, 자기중심적이고 미성숙한 사람, 치정범죄
카테고기 3. 살인범의 자발적 공범자, 충동적 범행, 반사회적 경향
카테고리 4. 정당방위 살인, 그러나 조금만 자극받으면 상대방을 해칠 준비가 되어 있음.
카테고리 5. 트라우마가 있으며, 절박한 상황에서 가족이나 다른 사람을 살해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음.
카테고리 6. 매우 격하고 급한 성격의 살인자, 그러나 두드러진 사이코패스 기질은 없음.

▶사이코패스 기질이 조금 있거나 전혀 없는 사람. 더 심각한 유형의 살인을 저지름.
카테고리 7. 심하게 자기도취적인 사람, 정신병적 성향이 강함, 가족이나 연인 살해.
카테고리 8.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살인을 저지름 - 때로 대량 살인으로 이어짐.

▶사이코패스 기질이 현저한 사람: 미리 악의를 가지고 살인
카테고리 9. 사이코패스 기질이 강하거나 완연한 사람, 질투심 강한 연인.
카테고리 10. (목격자를 포함하여)‘방해가 되는’사람을 살해; 극단적 자기도취적 성향
카테고리 11. ‘방해가 되는’ 사람을 제거하는,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한 사람.
카테고리 12. 권력 추구형 사이코패스, ‘궁지에 몰리면’ 살인을 저지름
카테고리 13. 사회부적응형의 분노에 휩싸인 사이코 패스, 다수 살인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음.
카테고리 14.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인 사이코패스 계획 살인자

▶연속살인 혹은 다중살인 사이코패스 기질이 뚜렷한 경우
카테고리 15. 사이코패스적, 타인에게 냉담함, 연속 살인 또는 다중 살인을 저지름
카테고리 16. (살인을 포함해) 다수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적 인물

▶연속살인자, 고문자, 사디스트
카테고리 17. 변태 성욕을 가진 연쇄살인자; 증거 인멸을 위해 살인; 고문은 하지 않음
카테고리 18. 고문이 포함된 살인 범죄, 그러나 장시간 고문하지는 않음
카테고리 19. 테러리즘, 상대방 복종시키기, 강간 등 살인을 제외한 모든 범죄행위를 즐기는 사이코패스 살인자
카테고리 20. 고문 살인자, 그러나 명백한 정신병(예를 들어 정신분열증)이 있음
카테고리 21. 살인보다 극도의 고문을 즐기는 사이코 패스
카테고리 22. 고문이 주요동기가 되는 사이코패스적 고문 살인자. 항상 섹스가 동기가 되지는 않음


이상의 등급이다. 한눈에 봐도 숫자가 커질수록 악의 등급이 더해짐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위와 같은 등급을 나누기까지 저자가 겪었던 수많은 살인을 case by case로 굉장히 세밀하게 분석했다는 것이다. 초반부터 놀랄만한 일이 숱하니 ‘사디스트’계열에 가면 어떤 살인 행위가 나올지 벌써부터 두렵다. 어쨌든, 결국 이 책의 미덕은 우리가 그 잔혹함에 놀라 일상적으로 ‘동급의 유형’으로 치부하는 숱한 ‘살인’행위를 정신분석학적으로 구분하여 ‘사회복귀’가 가능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구분해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나누는 지는 아직 독서중이니 모르겠다. 좀 더 읽어봐야겠다.



Ps. 슬슬 읽어본 결과 놀라운 것은, 우리는 흔히 미국의 형법제도가 한국에 비해 굉장히 강경하다고 알고 있는데 실상은 반대라는 것이다. 이는 일정 범죄에 처벌의 범위가 명확한 ‘성문법’과 케이스가 쌓여서 만들어진 ‘불문법’의 차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은 변호사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한계가 있는 반면, 미국은 순전히 변호사의 역량 차이인 것이다. 또한 정신분석학이 발달되어 있어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비해 정신병원행이 많다.

ex) 수전 커밍스(카테고리4:정당방위로 죽였으나, 이미 희생자를 해칠 준비가 돼있던 경우)
버지니아 자신의 집에서 남편을 9mm 반자동 소총으로 4방을 쏘아 죽였다. 체포되었을 때 그녀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자기 몸에 난 상처를 보여줬고 증거로 칼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 검찰 관계자들은 그 상처가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스스로 낸 것이라 보았다. 법정에서 과실치사 유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수전은 겨우 60일 수감형을 받는데 그쳤다.



Q: 치정에 휩싸여 한 사람을 고문하여 죽인 행위와 불특정 다수인 4명을 고통 없이(총알 한발 머리 관통) 죽인 행위 중 어느 것이 더 ‘악한’ 것이겠습니까?

답은 위에 도표 보시면 추측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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