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독서 일기. 7월의 책 '재난 심리 외' 2011.07.04 PM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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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책 선정에 고심이 많았다. 주문 취소 후 재주문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정도이니 말이다. 왜냐하면, 한정된 예산과 시간 내에서 기존의 흐름을 이을까, 아니면 새로운 분야를 탐색해 볼까 하는 두 기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각보다 민감한 문제이다. ‘깊이’와 ‘넓이’의 중 택해야 한다고 할까? 그러하기에 되도록 독서에 큰 원칙을 세우고 임하는 편이다.

나의 독서 원칙은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호기심을 갖는다. 신문이나 웹서핑 도중 큰 의문이 생기는 분야에 대한 관련 서적을 고른다. 중요한 점은 읽은 책에서 반드시 다음으로 이어질 의문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결정된 노선이 ‘세계철학사 20세기 부분(육체와 정신은 일체인가?) - 생물과 무생물 - 브레인 스토리(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 낼까?)[구입예정]’ 이다. 딱 봐도 들쑥날쑥한 구성이긴 한데, 근접분야의 책들이다 보니 읽다보면 중점 부분이 흐릿하게나마 겹쳐짐을 알 수 있다.

둘째, 깊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의 두께를 가진다. 다른 분야가 선정되면, 관련 책은 최소 2권은 읽는다. 이의 예가 네트워크 과학 분야로, ‘링크 - 스마트 월드 - 통섭’ 이라 할 수 있다. 통섭은 네트워크 과학은 아니지만, ‘배태지능의 뜀뛰기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될 것 같아 선택했다.

셋째, 한 분야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올해 선택되는 책의 대다수 모티브는 세계철학사 19~20세기 부분이 토대가 되었다. 홀로코스트의 광기에 이성의 발달이 한몫했다는 실체적 진실은 나로서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사회적 다위니즘의 발전뿐만 아니라 헤겔, 맑스 등의 형이상학적 혹은 토대적 층위 설정이 인간을 파편화·도구화 시키는데 한 팔 제대로 거들었다는 사실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인간의 ‘악의’에 대한 호기심은 ‘세계철학사 20C - 파시즘 - 범죄의 해부학 - 살인의 심리학[구입 예정]- 악의 역사[구입 예정]’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시기에 밝으려고 노력했다. ‘리영희 평전’이나, ‘한국 전쟁’은 때에 맞춰 구입한 사례이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과학 서적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또 서설이 길어지는데, 독서는 일종의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원칙과 흐름이 없는 독서는 끊어지기 쉽다. 어차피 천재가 아니고서야 책을 한두 번 읽고서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고 기억하기는 불가능하다. 요점은 카테고리화이다. 어떤 의문점이 들면, 최소한 ‘그 의문점의 해답이 어느 분야, 어느 책에 있다.’ 정도만 머리에 두고 있으면 수이 정리할 수 있다. 공부를 위한 독서가 아닌 교양을 위한 독서라면 그 정도만 해도 족하지 싶다. 물론 어디까지나 얼치기 독서 애호가의 개똥철학이니 신경 쓰실 요량이 없으실 거라 믿는다(;;).


7월 맞이 ‘이달의 책’을 소개하겠다.

1. 통섭(지식의 대통합), 에드워드 윌슨, 사이언스 북스, 2005.




2. 언싱커블(생존을 위한 재난재해 보고서), 아만다 리플리, 다른세상, 2009.




3. 인상주의의 역사, 존 리월드, 까치글방, 2006.




4. 재난이 일어났을 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재난 생존 매뉴얼), 코디 런딘, 루비박스, 2011.




별부. 인체생리학, 강화정 외 다수 공저, KMS, 2007.





우선 ‘통섭’은 ‘스마트 월드’의 연장선에서 구입한 책인데, 애초부터 고려한 것이긴 하지만, ‘다른’분야이다. 스마트 월드가 강조한 것은 ‘조류 안의 타 허브에 대한 링크의 연결점’인데 반해, 통섭은 애당초 수평적으로 배열된 각 분야를 수직적으로 층을 쌓고 총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책이다. 각기 다른 분야인, ‘화학 - 생화학 - 세포생물학 - 진화생물학 - 생태학’을 꿰뚫어 보자는 분야의 융합을 설파하는 책이다. 저자는 나아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통합도 주장한다. 이른바 ‘생태학 - 사회학’의 접근이라고 할까? 사실 생태학과 사회학은 관찰 대상만 다를 뿐이라는 생각도 들긴 든다. 결론적으로 통섭은 ‘점프’를 잘못했다. 무척 흥미롭기는 하지만.

두 번째, ‘언싱커블’과 ‘재난 생존 매뉴얼’은 만화 ‘일본침몰(KOMATSU SAKYOU, 학산문화사)’의 영향으로 선택되었는데, 먼저 일본 침몰에 대한 언급을 하고자 한다. 보통 재난영화나 만화는 개인 단위의 극복이 주가 되는 헐리우드식 구성이 많은데, ‘일본침몰’은 국가 단위의 ‘적응’이 주가 되고 있다. 그것도 과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말이다. 특히나 재난 상황에 대한 집단으로서의 인간의 맹목성과 잔인성에 대해 냉정한 시각으로 기술한다.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여튼, 이런 재난이 닥쳤을 때 어떻게 사고하는가? 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책을 찾아봤으나, 이와 같은 ‘재난심리학’에 대한 책이 국내에 제대로 없다는 것 자체에 놀랐다. 구글신의 도움을 얻지 않았지만, 국내 번역된 책 중에 총체적으로 ‘재난심리학’을 다루고 있는 저서는 아무래도 ‘언싱커블’이 유일하지 싶다. 그 숱한 인재들 속에서도 한국은 재난에 대해서는 평화로운 국가임이 틀림없다. ‘재난 생존 매뉴얼’은 이와중에 우리가족이라도 살아보려고 선택한 책이다(;;).

세 번째, ‘인상주의의 역사’는 작년부터 이어져온 미술공부의 이어짐이다. ‘미학 오딧세이’를 바탕으로 두고 르네상스 미술과 현대 미술의 대표작에 대한 책은 읽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현대 미술의 태동이 되는 중간 단계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선택했는데, 이것도 현재까지는 실책이다. 왜냐면, 초보자의 심정 그대로 그림은 ‘크고 아름다운’, 글씨는 짜잘하게 훑는 책을 원했는데, 실상 받고 보니 반대이다. 읽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어쩌면, 읽다 덮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마지막으로 별부, ‘인체 생리학’. 이 책은 간호과 후배에게 빌렸다. 앞서 말한 ‘뇌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개론으로 채워볼까 싶어 선택했는데, 이것은 순도 100% 전공서이다. 뭣도 모르고 해부학 책부터 살펴보니 별세계가 따로 없다. 인체학이 크게 생리학, 병리학, 해부학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막상 이 책을 보건 선생님께 보여드리니, 선생님께서 어처구니 없다는 눈빛으로, ‘국가고시 보실 생각이세요?’라고 반문하셨다. 수준을 여러 단계 낮춰서 ‘고교생이 이해할 수 있는 인체 생리학’으로 그림 많고 글자는 적은 책으로 발걸음을 돌려야겠다. 첫 장에 ‘분자학’ 나오는 걸 보고 학을 땠다. 이온이 ‘전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전기를 띤 원자 또는 원자단’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긴 알았다. 아아~. 나의 무지여. 보다 덮을 요량이다.



Ps. 이렇게 7월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독서에 관심이 많으신 타 루리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책 추천 언제나 환영 합니다~.

Ps2. 큰까치 수염님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리학과 해부학을 공부하셨다니... 님은 능력자시네요;; 댓글 부득이하게 지워서 죄송합니다. _(_.,_)_



댓글 : 5 개
'홀로코스트의 광기에 이성의 발달이 한몫했다는 실체적 진실'을 가장 소리높여 주장했던 아저씨들이 프랑크푸르트 학파며, 특히 테오도어 아도르노죠. '계몽의 변증법'은 그나마 쉬운 책이니 일독을 권합니다(솔직히 2차서적과 이 책 빼고는 너무 어려워서 고작 학부생 대가리로는 이해를 못하겠더군요).
우리나라엔 재밌는 미술서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번역두 엉망이고.. 으어어어어엄청 두껍긴 하지만 곰브릿치의 서양미술사가 재밌죠.
e-motion03// 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세계철학사를 몇개월이나 걸쳐 완독한 후에 당분간 철학책 접으려고 했는데, 님 때문에 흥미가 생기네요. 혹시 철학과 학생이신가요? 저도 다시 학부를 한다면, 꼭 철학을 하고 싶네요.

저는 개론 정도에서 그치는지라;; 데카르트 - 라이프니치 - 칸트 - 헤겔의 다단위 콤보에 Ko도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딱 겉 햙기 수준입니다. 철학에 이해가 깊은 사람보면 부러워요~.

무서운표정 // 보셨겠지만, 진중권씨의 미학오딧세이가 정말 괜찮더라구요. 저는 미술은 각론부터 본 셈이라, 도해집도 재미있더군요. 특히 '르네상스의 비밀'은 이거다! 싶었습니다. 다만... 국내에 좋은 도해집이 드문 것도 문제네요;; 고흐 것도 하나 사긴 샀는데...
ㅎㅎ
책을 체계적으로 읽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닥치는데로 읽어서 그런지 머리속에 정리가 잘 안되는 것 같은데, 님께서 하신 방법으로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
큰까치수염// 아... 댓글 죄송합니다. ^^;;

독서에서 호기심을 이어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문이나마 독서 일기를 쓰는 게 머리에 꽤 남더라구요. 추천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왠지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문장이 점차 길어져서 오히려 읽는 시간이 주는 택이 되어버렸습니다. 7월의 책부터는 감상과 주제만 간략하게 쓸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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