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독서 일기. 9월 선정! ‘이달의 도서’2011.09.06 AM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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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선정! ‘이달의 도서’


저번 달 이달의 도서 선정할 때, 나의 독서 계획에 대해서 소개한 바가 있다. 꾸준한 잡설이라 영양가 ‘zero 칼로리’에 도전하는 글이긴 하다만 다시금 적어볼까 한다. 왜냐면 이 계획이 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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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 원칙은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호기심을 갖는다. 신문이나 웹서핑 도중 큰 의문이 생기는 분야에 대한 관련 서적을 고른다. 중요한 점은 읽은 책에서 반드시 다음으로 이어질 의문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결정된 노선이 ‘세계철학사 20세기 부분(육체와 정신은 일체인가?) - 생물과 무생물 - 브레인 스토리(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 낼까?)[구입예정]’ 이다. 딱 봐도 들쑥날쑥한 구성이긴 한데, 근접분야의 책들이다 보니 읽다보면 중점 부분이 흐릿하게나마 겹쳐짐을 알 수 있다.

둘째, 깊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의 두께를 가진다. 다른 분야가 선정되면, 관련 책은 최소 2권은 읽는다. 이의 예가 네트워크 과학 분야로, ‘링크 - 스마트 월드 - 통섭’ 이라 할 수 있다. 통섭은 네트워크 과학은 아니지만, ‘배태지능의 뜀뛰기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될 것 같아 선택했다.

셋째, 한 분야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올해 선택되는 책의 대다수 모티브는 세계철학사 19~20세기 부분이 토대가 되었다. 홀로코스트의 광기에 이성의 발달이 한몫했다는 실체적 진실은 나로서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사회적 다위니즘의 발전뿐만 아니라 헤겔, 맑스 등의 형이상학적 혹은 토대적 층위 설정이 인간을 파편화·도구화 시키는데 한 팔 제대로 거들었다는 사실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인간의 ‘악의’에 대한 호기심은 ‘세계철학사 20C - 파시즘 - 범죄의 해부학 - 살인의 심리학[구입 예정]- 악의 역사[구입 예정]’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시기에 밝으려고 노력했다. ‘리영희 평전’이나, ‘한국 전쟁’은 때에 맞춰 구입한 사례이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과학서적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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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번 9월 선정 도서는 위와 같은 기준보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인 ‘구매 비용’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남의 결혼식 2단 콤보와 어머니 생신 또한 추석 연휴는 안 그래도 할랑한 지갑에 크나큰 타격을 주었고, 울며 겨자먹기로 ‘사고 싶은 책’보다 ‘살 수 있는 책’에 눈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보통 한 달에 4~5만원 정도의 예산을 도서 구매 비용으로 책정하는데, 요번 달은 아무리 쪼개고 쪼개도 2만원 이상의 여유는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그 동안 미뤄두었던 ‘반값 도서’를 중점적으로 구입했다. 결국 총 3권을 구매했으며, 3권 정가의 총 합은 55000원임에도 불구하고 ‘반값 + 쿠폰 + 적립금 신공’을 총 동원한 결과 20290원이라는 경이적인 절약을 이뤄냈다. (이렇게까지 팔면 출판사는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지만, 떨이는 사주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으로 나의 쫌생에 대한 면죄부를 줄까 한다;;)

여튼, 이렇게 선정된 책들을 소개 하겠다. 두구두구두구구~~.



1. 브레인 스토리(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 낼까?), 수전 그린필드, 지호, 2004.



밝혔지만, 이 책의 구매는 그 절약의 순간 속에서도 어떻게든 독서 리듬을 이어 나가려고 한 결과이다. 즉, 호기심의 지속의 연장선상에서의 선택이다. [‘세계철학사 20세기 부분(육체와 정신은 일체인가?)’ - 생물과 무생물 - 브레인 스토리(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 낼까?)] 현대 철학으로부터 발생한 물음. ‘뇌와 생각과 마음의 구분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선정이다. 받자마자 간단하게 훑은 첫인상은 무척 좋았다. 대개 교양서적은 첫 단원은 수없이 강조해도 모자랄게 없는 게, 교양서의 일반적인 인식인 딱딱함을 흥미로 풀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례로 새러라는 뇌종양 환자를 소개했다. 새러의 뇌종양은 언어중추에 위치했는데 문제는 언어중추에 손상가지 않게 뇌종양을 흡입하는 게 난관이었다. 의사는 먼저 언어중추가 새러의 뇌에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 지 알아내야 했다. 그는 새러의 뇌에 전극을 대고 미세한 전류를 흘려 이 영역을 잡아냈다. 전류가 두뇌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함으로 짧은 순간 전기 자극을 가하면 새러는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과정이 수술 내내 반복되어야 하는데, 경악스럽게도 새러는 두개골 제거 이후에 의식을 회복하여 (위치 파악을 위해) 대화를 나누면서 수술대 위에 있어야 되는 것이다(뇌에는 통점이 없다).

새러는 모니터로 자신의 수술 과정을 보는 것을 거부했는데, 만약 보리라 마음먹었으면 TV화면에 나오는 그 물체가 자신을 보는 셈이 되는 것이다. (-비슷한 소재의 공포 단편 소설인 ‘흉폭한 입’이 떠올랐다. 여기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뇌를 파먹는 순간을 기대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 묘사되어있다;;) 이 부분을 읽고 난 뒤 흥미의 싱크로율이 200%로 치솟았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기대 충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2. 개념어 사전, 남경태, 들녘, 2006.



올해는 지식의 편식을 막기 위해 인문 도서는 좀 자제하기로 했으나, 앞서 말했듯이 ‘돈’ 때문에 구입한 도서이다. 사실 이런 식의 개념 풀이는 강준만의 ‘선샤인 지식노트’, ‘선샤인 논술사전’, ‘한국생활문화사전’, ‘세계문화사전’, ‘나의 정치학 사전’, ‘한국인을 위한 교양 사전’ 등등 (역시 독자가 읽는 것보다 저자가 쓰는 게 빠르다는;; 읽은 것은 정치학과 교양, 선샤인 지식)으로 꽤나 익숙한 장르라 좀 저어했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니 강준만 외의 개념 정리 사전은 읽은 기억이 없는 셈이었다. 그래서 구입했다.

막상 받고나니 외형에 좀 실망이 든다. 452p나 된다고 한 설명이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크기가 딱 중형 사전크기이다. 이런 실망은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 이후에 없으리라 기대했건만;; 반면에 사전이라는 제목을 생각한다면 적당한 크기일 수도 있겠다고 토닥여 본다(낚인 놈이 죄지. ㅠ.ㅠ).

책을 보면 서문은 꼭 읽어보는 부류인데, 서문의 문장이 마음에 든다. ‘개념어의 이미지를 내 멋대로 그리다.’ 결국 이 책은 설명이 아니라 해석이고 주장인 셈이다. 정명하고 깔끔해서 오히려 냉정하게 보이는(또 그게 매력인) 강준만식 개념정리 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들쑥날쑥(?)한 필치이다. 기대가 된다.



3.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 한스위르겐 크바드베크 제거 외 2명, 에코리브르, 2007.



서른까지 진짜 흥미가 없었던 분야가 수학, 물리, 화학이었다. 그런데 서른을 넘으니 공교롭게도 위 세 분야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흥미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물리! 수학적 이해도가 전혀 없으니 11차원 끈이론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정말 어렵지만 마냥 ‘있다’는 풀이 하나만으로도 호기심이 절로 돋는다. 수학에는 원대한 계획이 있다. 뉴튼이 미분, 적분을 알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고 했는데, 나는 중수포(중학교 때 수학포기) 아직까지 세상을 달리 보지 못했다. 나중에 자식을 낳고 자식이 크면 자식에게 배워야겠다는 포부이다. 그리고 본론인 화학. 화학에는 현재까지도 굉장히 낯선 분야이긴 하지만 원래 내 교양의 범주가 나의 인간관계와 비슷하게, ‘태평양처럼 넓지만 종잇장처럼 얇은’ 터라 일단 ‘보고(아는 건 둘째치고) 보자.’ 라는 심정으로 구매했다.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내가 이제까지 본 모든 교양책 중에 이렇게 나를 빵 터지게 만든 서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저자가 의도하지도 않았고 엄숙하기만 하지만) 재기 발랄한 문장이다. 전문을 옮겨 본다.


- 처음에 조사 작업에 대한 특별한 집중력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으나 그 덕분에 짧은 시간 내에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나온 책이라면 이 자리에 헌사(감동적인 팀워크, 열정, 성공에 대한 확신)가 놓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유럽의 방식을 취하면서 소박하게 “여기에 우리의 저작물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에게 일뿐만 아니라 많은 즐거움을 안겨주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


이 부분을 화장실에서 ‘심주며’ 읽는 와중이었는데, 얼마나 배를 잡고 웃었는지 살살 신호가 오던 아랫배가 절로 멈췄다. 하필 이 책을 읽기 전에 본 미국 책인 ‘통섭’ 등은 위 문장의 지적 이상으로 ‘헌사로서의 찬사’가 춤을 췄기 때문이다.

반면, 아쉬움은 이렇게 재기 발랄한 문장은 오해(?)임을 나타내듯, 혹은 독일 책은 딱딱하다는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친절하지만 불친절한(설명은 되어있으나 이해하기 쉽게 비유는 되어있지 않은) 문장이 주룩 이어졌다. 독일 화학 교육의 대안 교과서라 불리는 이유가 무색할 정도였다. 대안이면 좀 쉬워야지. 후배가 빌려준 인체생리학 이후로 ‘공부’를 해야되겠네? 라는 책은 이게 처음이다. 세 단원 보니까 졸린다. 앞으로 고난이 예상된다.

이렇게 9월의 도서 소개를 마칠까 한다. 9월의 선정 모티브는 ‘절약’이라 잣대가 오락가락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삶을 항상 기준 대로 살 수는 없는 법. 당분간 8월에 못 읽었던 ‘인상주의의 역사’와 병행해서 ‘브레인 스토리’부터 차근히 읽어 나가야겠다. 땡볕에 못 읽은 책. 만회를 좀 해야겠다.



Ps. 간만에 써서 그런지 문장이 영 부실하네요. 좀 다듬어 봐야겠습니다. 읽으시는 분의 댓글은 어쭙잖은 일기에게 큰 힘이 됩니다. 조회수의 단 20/1 만이라도... ㅋㅋ.

좋은 하루 되세요~`. _(_.,_)_




댓글 : 4 개
단순히 '즐길라고' 또는 꽂아놓으면 '폼이나서' 책을 지르는
저와는 달리 꽉찬 독서생활하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별 다를 게 있나요. ㅋㅋ 저도 즐길려고 폼이나서 책 사는 부류입니닼ㅋㅋ
책은 즐기면서 읽어야 가장 좋은 것이죠.
잘 보았습니다.
어떤식으로 시작할지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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