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독서 일기. [현대인의 정신건강]2011.09.21 PM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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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정신건강, 이동수, 한강수 출판사, 1989.


이 책의 말미에 운동선수와 정신건강이란 부분이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던 중, 운동의 예를 훑고 있었는데 그 예로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를 언급하는 것을 발견했다. 멕시코 청소년 대회라면 83년의 박종환사단이라고 알고 있는데, 도대체 이 책이 언제 발간되었기에 83년도의 예를 들고 있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확인해 보니 초판이 89년이었고 내가 현재 들고 있는 책은 99년에 발간된 재판이었다. 보통 현대사를 나누는 단위가 근 십년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 책에서의 현대인은 벌써 두세대나 이전의 사람인 셈이다. 과연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두 세대나 이전의 정신건강에 대한 논의가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 책은 일반적인 정신건강에 대한 논의에 비해 특이점이 있다. 이 책은 원래 「불광」지에 ‘현대인의 정신위생’이라는 제목 하에 10년간 연재했던 내용의 일부로, 즉 불교적 관점이 많이 녹아 있는 정신위생관련 도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정신위생의 정의를 ‘道의 경지가 최고의 정신 건강, 정신건강은 대화이고 관계이다.’라 내리고 있다. 여기에서 道란 흔히 생각하는 서양철학의 이성주의적안 즉 합리적이고 냉정한 지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동양 성리학의 인격 수양에 있어서의 인욕 억제와 덕성 함양을 뜻하는 것 또한 아니다.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무소유의 정신과 가정을 중시하는 인본주의를 저자는 바로 道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정신 치료의 임상사례를 토대로 발표했던 한편 한편의 글을 모은 것이기에, 그 서술 방식이 일상과 괴리되지 않은 사례 중심의 서술이고 이에 덧붙여 저자의 생활 철학을 담아 우선 읽기 쉽게 쓰여 졌다고 할 수 있다. 읽는 도중 특기할만한 부분으로는 정신건강과 불교와 그 외 몇 가지를 들 수 있는데, 특히나 흥미 있었던 부분은 정신치료의 과정 제시였다. 저자에 따르면 서양의 정신치료는 상담이 그 중심에 있다. 정신분석치료처럼 한 주일에 몇 시간 이상 수년간 지속적인 치료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반면에 동양의 정신치료는 자기와의 대화, 즉 참선에 있다. 저자는 이를 고차원적 경지를 지향하는 본질적인 치료 방법이라 말하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서양식 정신치료로 환부를 봉합한 후, 참선을 병행하여 낫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고차원적인 지향을 동양 철학(불교로 대표되는)은 수천년 전에 목표로 내세웠는데, 서양은 이제야 접근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양에서 유행하는 Zen의 열풍도 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외 다른 사례들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정신이상의 다양한 원인을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저자는 각 사례에 대해 각기 다른 조언을 했지만 결국 결론으로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를 바로 보고 그에 집착을 버려라’는 것이다. 문뜩 다른 책에서 집착을 버리는 예로 불교의 선문답을 든 게 떠올랐다.


한 노스님이 동자승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다. “내 손에 몽둥이가 있다. 이 손에 몽둥이가 있다고 하면 너는 맞을 것이요, 이 손에 몽둥이가 있지 않다고 해도 너는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머뭇거리거나 대답을 하지 않아도 너는 맞을 것이다. 자 내 손에 몽둥이가 있느냐, 없느냐?” 이 질문에 ‘색즉시공 공증시색’이라는 “있어도 없는 것이고 없어도 있는 것이다.”라는 모범적 대답을 한다면 그 즉시 네 대는 맞을 것이다. 이유는 ‘있다, 없다’를 무려 네 번이나 말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 말이나 해도 괜찮다. 노스님이 동자승에게 바란 것은 몽둥이에 맞는다는 데서 비롯하는 공포와 그를 피하려는 욕심 모두를 달관하는 것이다. 즉, 요점은 몽둥이에게 맞는다는 필연적 결과에 대해 집착을 버려라 이다.


이 책, 『현대인의 정신건강』의 저자도 결국 집착에 대한 '잊음'을 모든 정신 건강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비록 책의 내용 중 몇몇의 부분은 시간의 격차로 인해 현재의 사고방식이나 통념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재확인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시간을 넘어 분명 가치 있는 도서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인다면, 불교적 단어가 몇 눈에 보이는데 혹시나 재판이 또 나온다면 독자를 위해 친절히 주석을 달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Ps. 몇 해전에 쓴 글입니다만, 요즘 독서 일기가 간격이 뜸해지는 것 같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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