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독서 일기. [개념어 사전], 남경태2011.09.26 AM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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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근래 읽은 책 리뷰를 올립니다~`. 아 이렇게까지 게으름지면 안되는데;; 저에게 격려의 댓글을.. ㅋㅋ.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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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은 재미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발췌로 단락 지어 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어릴 때 읽었던 백과사전은 발췌임에도 불구하고 왜 재미있었을까? 알록달록하고 컬러풀한 사진도 사진이었겠지만,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효용이 아니라 흥미로 읽기에 그렇다. 자. 여기서 질문. 어떤 사전이 ‘좋은’ 사전일까? 브리태니커백과사전처럼 방대한 양과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적인 사전? 아니면 위키 백과처럼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며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사전? 물론 모든 사전에는 편찬 목적과 편찬 방법, 그리고 수록 항목에 따라 장단이 갈리는 게 보통이겠지만, 위 발문에 맞춰 대답한다면 단락이 아니라 맥락으로, 효용이 아니라 흥미로 읽히는 사전이 ‘좋은’ 사전이지 않을까?


사실 백과사전은 인간 이성의 총체이다. 여기서 철학의 사조와 함께 백과사전의 역사를 주저리 논하기는 어렵고 대강 줄인다면, 현대적 의미에서 사전은 18세기 이성에 대한 신뢰가 최정점에 달할 때 현상에 대한 모든 걸 수집 · 설명 · 해석 · 의식화 할 수 있다는 막대한 자신감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전은 정보화 시대에 들어 그 성격을 달리 하기 시작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이성의 아성도 한풀 꺾였고(앎이 성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음), 무엇보다 무한으로 치닫는 정보를 점차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즉, 근대적 사전이 현상에 대한 ‘수집 · 설명’에 치중했다면 현대적 사전은 그 많은 정보를 독자가 수용하기 쉽게 ‘해석’하고 일정한 '관점(viewpoint)'으로 바라 볼 수 있게 유도하는데 의의를 둔다 하겠다.


오늘 보는 ‘개념어 사전’은 거기에다 한발 더 얹는다. 무엇을 얹는가? 답은 ‘맥락’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사전이 근본적으로 딱딱한 이유는 글의 ‘흐름’이 없기 때문이다. 앞선 내용과 이어지는 내용 사이에 연결 고리가 없기에 반복되는 부분도 강조되는 부분도 없이 무미건조한 중심문장만 나열되기 십상이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씹기는 쉽지만 소화하기엔 어려운 그런 것들이다. 이와 같은 부분에서 본 책은 분명한 장점을 가진다. 이는 두 가지 의미로 첫째는, 글 전체의 구성이 인문학(특히 철학)이라는 하부구조 위에 형성되어 있기에 독자는 현상이 어떤 관점으로 해석되는가에 대해 알 수 있다. 편집 뒤에 숨었던 저자 의도가 전면에 나섰다. 둘째는, ‘개념어’라는 특색으로 묶였기에, 특정한 현상을 설명하는 Text가 어떤 Context(전후 사정)로 인해 추출되었는지 정리되어 독자가 단편이 아니라 총체적인 덩어리로 이해할 수 있게끔 했다. 결국 위 사전은 객관으로 서술되었다기보다, 객관을 바탕으로 둔 주관의 편집이라는 거다. 비유하자면, 글이 아니라 그림이다. 저자의 머리말도 이를 분명히 한다.


“인문학의 개념들은 자연과학의 개념들처럼 뜻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단일한 의미보다는 복합적인 그물을 가진다. 하나의 개념은 인접한 개념들과 연관되고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비록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나 각 개념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정의하는 대신 그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애썼다. …… 제시된 개념 설명은 모두 하나의 ‘시안’으로 받아들여져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설명이라기보다 주장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문체가 참 재기발랄하다. 마음 같아서는 건조하고 냉철하기 이를 데 없는(또 그게 매력인) ‘강준만식 사전’과 문장 비교를 해보고 싶은데 당장은 강준만씨 책이 없어 다음으로 돌리고, 책의 한 문단을 끄집어냄으로서 사전답지 않은 톡톡 튀는 글들을 소개하며 마치고자 한다.


[지식]: 미쉘 푸코의 지식권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 지식이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를 말해주는 퀴즈가 있다. 의사가 라틴어로 처방전을 써 주고 약사가 약을 잘게 갈아주는 이유가 뭘까? 답: 환자가 자신의 증상이 실은 가벼운 감기라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고, 환자가 받은 약이 실은 아스피린이라는 것을 모르게 하기 위해서.

[모순]: 모순의 공존성에 대한 설명,
- 들뢰즈&가타리는 분열증이 자본주의의 정상적 현상이라 보고, 푸코는 인과성과 필연성을 버리고 예측불가능성과 우연성의 관념을 이론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 논술을 비롯한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는 흔히 모순이 없이 일관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데리다 같은 사람은 모순과 불완전함이란 결함이 아니라 글 자체에 필연적으로 내포된 고유한 특성이라고 본다. 물론 데리다의 방식대로 글쓰기를 할 경우 과연 좋은 성적을 거둘건지는 또 다른 문제다.





Ps. 사전을 웃으면 본 적도 간만이네요. 딱딱하지 않습니다. 인문학의 기초가 좀 되어야 이해가 용이하기 때문에, 행여나 백지상태에서 출발하시는 분들에게는 무조건 쉽다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논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 초년생들에게는 좋은 교양서가 되리라 봅니다. 추천합니다.


Ps2. 그리고 마이피에 '도서' 카테고리가 있었네요;; 다음부터는 '도서'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3일간 카오스가 진행되다가 '대강등의 시대'로 돌입한다는 말씀이 많으시던데... ㅋㅋ. 별 탈 없이 3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_(_.,_)_ .

개인적으로 사정게는 댓글 제한이 레벨 7-10정도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댓글 : 4 개
남경태님의 종횡무진 시리즈도 재밌음요ㅋ
제목에 우리 지역구 의원님 성함이 있는데 오타인가요? ^^;;;;;
책 표지에는 남경태...인데요?
피일// 오호. 책 추천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까치발// 오타입니다;; 그냥 치다보니 아무래도 더 익숙한 이름을 쳐버렸군요. 남경태입니다. 수정하였습니다.

두분 다 행복한 한주 되세요`~.
오 이거 재밌겠네요~~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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