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2011.09.28 AM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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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 K. 메데페셀헤르만 외 2명, 에코라브르, 2007. p.4 ~ p.101.


이 책의 소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독일 화학의 ‘대안교과서’라는 문구였다. 구입을 결심한 계기였는데, 결론부터 적자면, ‘속았다!’ 그리고 ‘내가 이리 화학에 무지했구나.’라는 자괴감의 급습이 이어졌다. 쌈빡한 서문과는 달리, 책의 구성 자체가 어렵다기보다 불친절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무릇 교과서라 함은 초심자의 이해의 용이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옳다. 이 말인즉슨, 자세한 설명 뿐 만아니라 자칫 딱딱하게 보일 수 있는 내용을 적당한 비유와 해설로 풀이해야 좋다는 거다. 그러나 이번 책은 그렇지 못하다. 애당초 화학 용어 자체가 생소하고 이를 일반적인 어휘로 풀어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하다만, 그걸 해내는 것이 바로 교과서이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절로 든다. 예를 들어 본다.




[대부분의 태양전지는 반도체로 만든다. 광자는 작은 에너지 덩어리이다. 그것이 태양전지의 빛에 민감한 층위에 떨어지면 전자에 에너지를 보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극을 받은 전자는 에너지가 충분하면 원자 결합에서 떨어져 나온다. 전자는 그 다음에 이른바 ‘가전자대(valence band)'의 에너지 상태에서 '전도대(conduction)'로 넘어간다. 가전자대에서 전자는 양공(hole)'을 남긴다. 이 양공은 양극으로 충전된 부분처럼 취급될 수 있다. 두 극은 다시 합쳐지지 않도록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광전지에서는 상이하게 충전된 반도체 층들을 겹쳐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p층과 n층 사이에는 전기마당이 형성되어 전자와 양공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끌어당긴다.]


p.92의 태양전지의 구성 원리에 관한 설명이다. 이해가 되시는가? 여기에는 보다시피 친절하게(?)도 내부 구조에 관한 도해까지 첨부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의 측면에는 어려움이 많은데, 문제는 두 부분이라고 본다. 우선 내용 전체가 사실에 대한 지시적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고, 다음으로 각 용어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주석으로 붙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두 번째 주석의 문제는 이 책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물론 해당 용어 하나하나마다 주석이 붙는다는 것은, 책의 효율 혹은 출판의 경제적인 면에서도 저자가 의도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인정해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좀 심한 면이 있다.


이와 같은 주석에 대한 다양한 입장으로서, ‘교양-사람이 알아야 되는 모든 것’의 저자인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주석에 대해, 주석은 독자의 입장에서 ‘초여름 대낮 느슨한 바깥 분위기에 한껏 달뜬 남녀가 교접을 하려는 찰나 야멸치게 들려오는 집배원의 초인종 소리’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 또한 움베르트 에코도 그의 저서 ‘장미의 이름’를 읽는 독자들에게 ‘주석은 일단 무시하고 읽어라.’라는 조언을 한 적도 있다. 즉, 주석은 본문을 읽고 있는 중에서는 귀찮은 곁가지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도서에서 ‘주석’은 필수라고 생각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초심자의 입장에서 품는 불만이기도 하다. 생판 처음 딛는 도시에 이정표 하나 없다면 그것 또한 문제이지 않는가? 이러한 본인의 시각은 앞서 말했듯이, ‘대안교과서’라는 타이틀이 원인이다. 이정도 수식어가 붙을 정도면 어느 정도의 기대치는 맞춰 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책의 구성이나 내용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컬러풀한 사진과 오밀조밀한 예시는 좋은 해설자(viewer)만 있으면 빛을 발휘할 여지가 충분하다. 결국 이 책은 출발자(beginner)가 아니라 달리는 이(runner)를 위한 책이다. 능력 좋은 화학 선생님들이 교과서의 예시로 이 책을 활용하면 좋은 코치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내 곁에는 그런 선생님이 없기에……. 100p까지 꾸역꾸역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포기가 임박이다. ㅠㅠ.


Ps. 쓰고 나니, 책 내용에 대한 소개는 전혀 없다. 그래서 불평 말고 간략히 덧붙일까 한다. 책 자체는 참신하다. 사람의 하루 일과에 맞추어 각 상황에서 찾을 수 있는 화학의 요소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07:00 기상’이라는 단락은 인간의 몸에 대한 화학적 구성요소에 관해 서술되어 있고, 그 뒤에 화장(서술자가 여성)에서는 화장품에 쓰이는 화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근 부분에서는 자동차의 연료와 도료에 대해 소개한다. 초심자라 어렵지, 화학에 흥미가 많은 고학년이나, 특히나 화학 교사인 경우는 정말 괜찮은 ‘전과’로 추천하고 싶다. 책 내용에 대한 평가는 본인이 왈가왈부할 수준이 되질 못해 할 수가 없다. 다만 읽을 수만 있을 뿐... ㅠㅠ.

Ps2. 참. 그리고 어제 재미있는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_(_.,_)_ 세상 이치가 한바퀴로만 돌아가는 게 있겠습니까? 모두 힘을 합쳐 균형있게 돌아가는 거지요. ㅋㅋ


댓글 : 1 개
책 읽다가 모르는 용어 나오면 성질이 뻗치지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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