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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Here Comes Everybody.2011.10.27 PM 08:10
구입 예산에 추경이 들었습니다. 눈곱만한 생활비에 15만원 정도를 게임관련 비용으로 쓰니 남는 돈이 거의 0%에 가깝네요. 통계적으로 일반 직장인이 생활비를 탕진하는 시일이 대략 17일 내외라는데 저는 거의 2주면 동이 나는 듯 싶습니다. 반성합니다. 그러나 반성이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문제네요. 다들 저와 같은 심정이시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술 한잔 안 먹으면 되는데…….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렇습니까? 모든 유지에는 비용이 들기 마련이고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만남’의 빈도와 ‘소비’의 상관관계는 어디까지나 정비례임이 분명합니다. 책 한권 더 사는 데 또 이렇게 징징대기에도 멋쩍고 여하튼 요즘 사는 게 그렇습니다. 아등바등 그렇죠. 자. 잡소리가 길었는데요, 여기서 집어치우고 책 소개에 들어가겠습니다.
※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클레이 서키, 갤리온, 2008.
어찌하다 보니 올해는 네트워크 관계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의도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법론의 범주에 포함되는 책들을 병행해 읽었다. ‘A.L. 바라바시’의 ‘링크’는 각종 현상이 네트워크 과학을 함의함을 보여주었고, ‘리처드 오’의 ‘스마트 월드’는 네트워크가 창출해낸 ‘창조성’을 배태지능의 도약이라는 이름으로 갈무리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그렇다면, 네트워크가 인지되고 그 결과가 해석되는 중간단계로서, 네트워크라는 진화된 도구가 발발한 새로운 무리 짓기로서의 현상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일종의 뷰포인트(viewpoint)가 필요하게 된 셈이다.
※ 링크 리뷰: http://mypi.ruliweb.daum.net/mypi.htm?id=samsher83&num=1021
※ 스마트 월드 리뷰: http://mypi.ruliweb.daum.net/mypi.htm?id=samsher83&num=1034
ㄴ 링크 건너가시면 내용이 길어 뒤로도 몇 단락 이어집니다.
대개 지식인들이, 특히 사회학자들이 저변의 사회 현상을 일반 대중에게 설명하기 위함에 있어 크게 세 가지 방법론이 있다. 첫째는, 수면 밑 흐릿한 저류를 위로 들어 올려 ‘보이게’하는 것이고(인식화) 둘째는, 이 보인 것을 개별 현상과 엮어 풀이하는 일이다(명료화). 마지막으로, 개별 현상의 풀이를 다분야로 통섭하여 의미를 부여한다(의식 · 재구축). 이와 같은 구분이라면, 클레이 서키의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두 번째에 해당된다.
‘링크’가 ‘네트워크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답했다면,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네트워크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모집단이 전체 구성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물음에 대해 적절히 모사된 예로서 풀이하려 한다. 개별 현상에 대해 직시함으로서 네트워크 과학이 교양서의 활자로서 경직화됨을 방지하고 현실로서의 과학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책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 ‘적절한 모사의 예’. 그 구체적인 실제의 원동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독자에게 설명한다.
공유와 혁명을 실천하는 커뮤니티(촛불 집회 때의 아고라), 분업과 협동 그리고 자기규제가 공존하는 위키피디아(사실 지은이는 위키피디아를 논쟁의 장이라 본다), SNS라는 새로운 광장의 역동적 힘(재스민 혁명) 등은, 앞서 말한 구체적인 ‘조직 없는 조직력의 혁명’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즉, 온라인 상 가상의 대면 없는 무수한 점의 모임이 실제 생활에서 면(面)대 면(面)의 실천 커뮤니티로 변화하는 임계점을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일종의 사례 분석인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전형적인 미괄식 구성으로 집필되어 있다. 당장 보이는 무수한 현상을 범주 지을 수 있는 사례로서 분류하고 이에 대한 각개 분석을 한 후 취합할 수 있는 공통점을 모아 각 단락으로 응집한 뒤, 마지막에 이 단락의 내용들을 수합하여 결론을 짓는다. 이런 집필 방식이 이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흥미 있는 부분은 단지 성공 사례들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례에 반해 실패한 사례에 대한 분석도 함께 기재했다는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반면교사의 예까지 볼 수 있어 보다 선명하게 이해할 여지가 많다. 그러면 두리뭉실한 소개는 여기서 줄이고, 지은이의 통찰이 깃든 문장 혹은 단락을 간략히 나열해 보겠다.
많으면 달라진다. SNS등의 양방향 미디어 일상이 됨에 따라 무리 짓기 비용. 즉 조직화 비용의 하한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지엽적 사안에 대한 일시적인 공감대 형성만으로도 사람은 집단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집단은 세 가지 단계를 지니게 되는데, 공유 · 협력 · 집단 행동 순이다. 공유는 ‘좋은면 하고, 싫으면 말고’ 식으로 운영되며 개인에게는 최대한의 참여할 자유와 그룹 생활의 부작용을 최소화 한다. 다음으로 협력은, 그룹 정체성과 협동 생산을 가능하게 된 단계이다. 대화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는 집단행동으로 개인의 정체성이 그룹의 정체성에 포함되며 책임의 공유가 따른다. 단, 집단행동은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문제점이 있기에 실제 사례는 여전히 비교적 드문편이다.
대중의 아마추어화.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사라졌다. 양방향 유통 플렛폼이 정착했기에, 누구든 정보를 창출해내고 유통시킬 수 있다.(ex: 나꼼수) 이와 같은 대중과의 소통은 전문가가 지닌 특정 능력이었으나 지금은 일반인 모두가 할 수 있는 보편적 능력이 되었다. 그에 따라 기존의 유통으로서의 이윤 창출 구조가 붕괴될 수순이다.(ex: 영화, 음악) 또한 중요한 점은, 가치 판단의 잣대가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개인으로 치환되기에, 이제 더 이상 ‘뭔가를 시도하기 전에 앞서 자신의 시도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남들을 설득할 필요가 없어졌다.’
분업은 더 이상 관리되지 않는다. 자발적 참여를 보장하고 성장 가능성을 시스템으로 제한하지 않으면 자발적 검열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생태계는 멱함수 법칙에 따라 분포된다.(유사 현상: 20:80 법칙, 롱테일) 이러한 사회 시스템은, 정규 분포를 따르지 않는다. 즉, 전체 집단의 평균적인 참여 수준을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멱함 수 분포는 단순한 변수의 모음보다는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을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환원주의 메스는 최소한 사회학에서는 낡은 개념이다. 더 이상 부분으로 전체를 이해 할 수 없다.
도시는 고독하다. 개인적 접점이 없는 집단은 집단이 아니라 고립이다. 고립은 무지를 빗고 불신을 자아낸다. 불신은 조직의 내적 한계성인, 죄수의 딜레마, 내시균형, 공유지의 비극 등을 포집한다. 이와 같은 집단에서 최고의 생존 전략은 ‘맞대응 Tit-for-Tat’이다. 선의에는 선의로 배신에는 배신으로 갚는 것이다. 즉, 자신의 신뢰는 그에 대응하는 개별자에만 베푼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상대에게 응징을 가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도출되는 개념이 바로 액슬로드가 말한 ‘미래의 그림자’, 다시 말하면 신뢰의 공유이며 이는 사회적 자본이다. 우리는 상호작용으로서 ‘미래의 그림자’를 예측하게 되고 상대가 내일은 보답해 줄 수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늘 어느 정도의 위험이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대를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분명한 시사점은 사회적 자본의 전제인 ‘호감’인 기질적 비슷함, 다시 말해 개인 관심사와 지역에 따른 온·오프라인의 집단 구성이 지금은 너무나 쉽게, 대중적인 도구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요하고 재미있으면 언제든 즉시적으로 모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자본의 형성은 신뢰의 공유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이는 단지 가능성일 뿐이다. 온라인에서 ‘코즈의 하한선’에서 잠재되어 있는 집단을 실천 행동으로 끌어 올리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이가 바로 약속 · 도구 · 합의이다. 이 세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이 눈사람 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약속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처음으로, 다양한 인원의 주장을 포함할 수 있는 절묘한 접점이어야 한다.(또한 공감가능하고 단순해야 한다) 도구는 그룹의 역동성을 부여하는 에너지로서, 모두가 가능하여야 한다. 도구는 참여의 기회비용을 현저하게 줄이며 그룹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편리하거나 새롭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 불편해도 친숙하고 대중적이어야 한다. -Daumweb이 망하는 이유;;). 합의, 합의는 순서상 가장 마지막으로서 약속과 도구들이 이미 함께 효과를 내고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합의는 행동의 준칙을 마련하는 것으로 행동의 지표와 자발적 규제 · 규범을 마련한다. 적합한 합의는 구성원의 행동에 가치를 부여하며 개인은 주어진 가치를 생생한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공유 가치는 앞선 순환을 거쳐 더욱 공고해진다. 또한 염두 해두어야 할 게 동일 집단 동일 도구라도 합의가 바꾸면 집단의 질이 달라진다는 점이다(유저 참여의 루리웹이 Daum과 제휴함으로서 컨텐츠 판매의 장으로 바뀐 것이 좋은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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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리되는데요. 사실 마구잡이 정리한 겁니다. 책 내용을 고작 몇 단락으로 요약할 수는 없잖아요? 읽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단, 그전에 ‘링크’를 읽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네트워크 과학을 이해하실 때, 멱함수 법칙이나 상전이 같은 개념들은 토대를 잡고 보시는 게 더 좋을 듯 합니다. 관련해서 몇 권 읽지는 않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링크’가 교과서입니다. 링크에 비교한다면, 요번 ‘끌쏠들’은 좋은 사례집이네요. 추천합니다.
Ps. 집단에서 최고의 생존 전략은 ‘맞대응 Tit-for-Tat’이다. 선의에는 선의로 배신에는 배신으로 갚는 것이다. 즉, 자신의 신뢰는 그에 대응하는 개별자에만 베푼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상대에게 응징을 가하는 것이다.
어제 응징 제대로 한 번 했네요. 가끔씩이지만 정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다수냐 소수냐의 이해싸움인거죠.)가 이기는 모습을 보는 게 참으로 다행입니다.
Ps2. 보통 쓰는데 2시간 정도 혹은 그 이상 걸리는데, 그에 반해 댓글은 1개가 안 달리는군요. 솔직히 조금 아쉽습니다. ㅠ.ㅠ 김어준 총수가 좋은 컨텐츠는 관심을 구걸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는데, 저는 아직 좋은 컨텐츠가 아닌 모양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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