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일기] 나는 꼼수다 뒷담화, 김용민, MSD미디어, 2011.2011.11.07 AM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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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꼼수다 뒷담화, 김용민,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2011.

이 책은 독서 예정에 없던 책입니다. 팬심(心)으로 한 살까 싶다가도 굳이 뒷담화까지 살 필요가 있는가 싶어서 미루어뒀던 책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습니다. 그 우연한 기회란 친구와의 약속 시간을 잘못 알아 2시간 30분전에 도착했기 때문이지요.(2시간은 기다린 거고 30분은 친구가 늦음;;) 책 크기도 작고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수이 읽었습니다. 나꼼수 메인 3인방(김어준, 정봉주, 주진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베일에 가려졌던, 울부짖는 에어콘과 외로움 사무친 초인종에도 밀린 존재감 미약했던 김용민 전!교수의 진가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사실 책 내용 자체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조국 현상을 말하다.’로 ‘십쇄돼지’라는 닉네임을 획득한 김용민 전!교수의 통찰력은 이미 검증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만, 이 책에서는 그런 통찰이 크게 발현되지는 않습니다. 책 목차를 보면, SNS에 대한 고찰도 거론되기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링크’나 ‘끌리고 쏠리고 들끓는다’ 등의 네트워크 무리짓기 현상을 분석한 책들에서 더 상세히 찾아 볼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나꼼수는 새롭지만, 그 기반에 대한 기술적 분석은 크게 새롭지 않다는 거지요. 물론 팟캐스트를 이용한 방법적 측면에 대한 소개는 나름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흥미로운 부분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프로듀서로서 김용민 전!교수의 숨겨져 있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영화배우 황정민씨의 수상 소감.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다.’는 말처럼 진정한 주인공은 화려한 조명 위의 배우보다 베일 뒤에서 분주하게 뛰어 다니는 스텝일 수도 있겠습니다. 김용민 전!교수는 이 스텝을 자처하며 녹음과 편집에 관한 궂은일을 도맡았습니다. 당연히 그 멤버 중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밖에 없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김총수가 픽업(;;)한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실제 김용민 전!교수는 시사DJ로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능력 있는 담화자죠. 복잡한 사안을 말로서 풀어내는 것은 김용민 전!교수도 3인방에 못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기여도는 드물다시피 하죠.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요, 제가 감명 받은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청자가 목소리만 나오는 인물에 대한 캐릭터를 잡고 집중력 있게 들을 수 있는 화자의 명수는 2명에서 최대 3명이라고 합니다. 나꼼수가 워낙 캐릭터가 잘 잡혀서 귀에 쏙쏙 꼳히기는 합니다만, 4명까지는 무리라고 판단한거죠. 그래서 김용민 전!교수가 자제하는 겁니다. 여기에 소소한 에피소드도 뭍어나는데요, 어느날 김용민 전!교수가 자기도 화제를 좀 던져서 주도해볼까 김어준 총수에게 넌지시 물어봤는데, 김총수가 이랬답니다. “돼지. 넌 성대모사나 연습해!”. 결국 추임새로서의 역할로 제 몫을 다하게 되었다네요. ㅠ.,ㅠb


책 읽는 내내 깨알같은 재미 주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많아 빙그레 웃음 지으며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2가지를 소개하면서 끝낼까 합니다. 제가 산 책이 아니라 서서 읽은 책이라 벌써 가물가물하네요. ㅡㅡ;; 참! 특히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나꼼수 부분이 아니라 자연인 김용민을 소개하는 part4. 부분이었습니다. 김용민을 안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103 : "좆까!" 내 의견을 김어준 총수는 이렇게 일축했다. 그러고는 "아, 다음 주면 감옥에 갈 정봉주 의원 나오셨네요. 들어가면 사식 넣어줄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후에 김어준 총수의 말에 나는 무릎을 쳤다. "만약 우리가 슬프게 나가면 청취자는 같이 슬퍼하는 게 아니라 공포에 절게 될 거야. 생각해봐. '이명박에게 덤볐더니 결국 좆된다'는 공식만 확인해주는 꼴 아니야?" 어떤가. 그래서 앞으로는 다음주에 정봉주 의원이 사형집행을 당하더라도 깔깔대고 웃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저들의 권력은 공포 조장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어떤 겁박에도 굴하지 않고 웃으며 대응하는 상대는 결코 이길 수 없는 법이다. 개념인들은 이제 승리의 비법을 알아차렸다. 웃는 것, 즐기는 것, 아파하지 않는 것, 쫄지 않는 것이다. <닥치고 정치>라는 제목의 책을 낸 김어준 총수는 '쫄지마!'라는 문구를 사인으로 대신한다. 그 사인 옆에다 사인해 달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각하는 쫄아도 돼요!'라고 쓴다.]


[캐릭터 잡는 법: 첫째, 캐릭터는 억지로 가공해서는 안된다. 평소의 습관과 기호에 기초해야한다. 자신은 자신의 태도를 잘 모를 수 있다. 주변사람의 관찰과 조언을 꾸준히 들어라. 그리고 내면화하라. 둘째, 그 캐릭터는 성격상 사실성에 기반해야 한다. 모나지 않고 동질성이 느껴지면 좋다. 약점도 있어야 한다. 완벽은 금물! 셋째, 캐릭터 완성에 대담성이 필요하다. 자신을 희화화 할 수 있어야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체질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내용은 방송에서 화자의 캐릭터 잡는 법이라고 설명되었는데, 저는 이걸 직장 및 대인 관계에서 ‘나’를 타인에게 이미지화하는 방법도 같은 원리로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또 중요한 하나! 김용민 전!교수를 CBS에서 짤리게 만들었던, 그 명문(;;)을 소개하며 진짜 끝냅니다. (아래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국면 때 방송된 글입니다.)


[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일 시사자키 진행을 맡은 김용민입니다.

갑자기 이 대통령 생각이 납니다.
이 대통령은 교회 장롭니다.
이 대통령은 대표적인 친미주의자입니다.
이 대통령은 친일파와 손 잡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적을 정치적 타살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을 자극해 결국 도발하도록 조장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정치는 날마다 꼬였습니다.
이 대통령 주변에는 아첨꾼들로 들끓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니까 경찰을 앞세워서 가혹하게 탄압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러다가 권좌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이 대통령은 해외로 망명하더니 그곳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맡게 됩니다.
이 대통령은 결국 국민들의 외면으로 국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쓸쓸하게 세상과 작별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입니다. 현재까지는.]


이걸로 뎅강! ㅠ.ㅠb



Ps. 급히 읽은 거라 리뷰가 부실 그 자체네요. 나꼼수 팬이라면 응원의 의미로 사실만 하고, 나꼼수를 모르는 분은 굳이 사실 필요는 없지 싶습니다.

댓글 : 5 개
글 목사아들 돼지 ㅎㅎㅎㅎㅎ
애청자로써 반드시 사야겠군요
피비코울필드// 원래는 시사되지(시사가 좀 된다는 의미로)였는데, 이제는 십쇄돼지로 굳혀졌네요. 이게 더 어감이 착착 붙기는 합니다. ^^

나두선생// 하나 사서 김용민 전!교수의 지갑을 두둑히... 책에 나옵니다만, 나꼼수로 인한 수입은 김교수가 제일 많다네요. 굳이 십쇄돼지가 아니죠. 그래서... 녹음후 먹는 밥은 주로 자기가 쏜다고 합니다.

참. 나두선생님도 사정게 네임드닉 자격을 획득하셨더군요. 따라 닉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니. ㅋㅋ.
아아 마지막에 저글 저도 들어서 잘압니다...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라이디오에서 였나...

아무튼 듣고 나서 "아~" 하면서 감탄해 마지 안았었는데....풍자와 촌철살인이 적정하게 가미된.....진짜...대단한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서.....더 큰 임팩트를 주더군요
원이// 저도 온라인에서 부유하다가 이 내용을 들었죠. 그 때는 이 글의 화자가 김용민 전!교수인 줄 몰랐는데요. 소름이 끼쳤습니다. 제대로 대담하다고나 할까. 이런데도 나꼼수 팀에서는 제일 '쫀'다고 구박받으니 ㅎㄷㄷ.. 나머지 3명이 워낙 굇수라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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